"경기교육청의 과학고 신설 추진, 지역간 경쟁·서열화 조장"

과학고 확대 중단 요구 교육·시민사회단체 "과학고 설립비용,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재정자립 충분한 ‘대도시’만 선정될 것" 비판

"과학고등학교의 확대로 인해 차별받는 대상은 학생 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공계 인재 양성을 통한 미래사회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 과학고의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동안 특권교육과 경쟁교육 심화 등을 우려하며 이 같은 도교육청의 과학고 확대 추진을 반대해 온 경기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시도가 학생 간의 경쟁을 넘어 지역간 경쟁과 서열화까지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와 관련,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경기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과학고 신설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도내 진보성향의 70여 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특권교육저지 경기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교육의 관점에서 과학고 설립으로 대변되는 일부 소수 특권층을 위한 특권교육이 일반학생과의 교육비 지원 차별과 사교육 심화 및 일반고 교육여건의 질 저하를 불러일으키는 등의 문제점을 알리며 지속적으로 과학고 추가 설립을 반대해 왔다"며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끝내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11일) 발표된 도교육청의 계획은 일반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 및 서열화 뿐만 아니라, 도내 지역사회마저도 서열화를 시키는 동시에 경쟁과 분열을 조장하는 내용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은 도교육청이 제시한 △학교 설립(40점) △학교 운영(30점) △교육과정(30점) 등 총 3개 영역으로, 각 영역별로 3개의 평가항목과 20개의 평가지표 등의 평가 기준 가운데 ‘설립 예산의 편성과 확보’와 ‘지역사회 구성원의 수용성 등 과학고 지정 신청 취지’ 및 ‘교육인프라 연계 활용 계획의 적합성 등 지역특화형 교육과정 방안’ 등 평가항목 전반이다.

공대위는 "도교육청은 지역 내 대학교와 연구소 및 기업 등 인프라를 활용한 학생들의 연구활동 지원과 지속성 있는 과학고 운영의 안정성 등을 앞세워 ‘지역특화형 과학고’라고 홍보 중이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교육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지원받아 설립하는 방식이 아닌, 결국 수 백억 원에 달하는 과학고 설립비용을 지자체의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재정자립도가 높은 ‘부자 대도시’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즉, 지역격차를 줄인다는 과학고 설립이 오히려 도내 지자체들의 서열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도교육청은 이번 ‘경기형 과학고’설립을 지역 시민들의 세금으로만 설립·운영되도록 선정기준을 만들어 우리 경기도 아이들의 차별과 서열화가 단순히 과학고와 일반고의 학교서열 뿐만이 아,닌 사는 지역까지 경제적 평가를 통한 출신 서열평가를 받을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1단계 예비지정 공모계획 공고’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이 진행 중인 모습. ⓒ경기도교육청

이와 함께 그동안 과학고 설립 반대를 주장하며 제시된 여러 근거들에 대해 도교육청이 "오해에 기반한 반대 의견은 건설적인 과학고 신규 지정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꼬집었다.

도교육청이 "과학고 재학생 및 졸업생의 입시가 의대 또는 일명 ‘SKY 대학’ 진학에 매몰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도내 유일한 과학고인 경기북과학고 3학년 학생들의 2024학년도 대학입시 결과에서 졸업생 중 의대에 진학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며 "졸업생 중 98.9%는 이공계로 진학했으며, SKY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8.5%에 불과했다. 오히려 64.9%의 학생들이 연구중심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데 대해 공대위는 "지난 4월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서울대 의대 정시에 영재학교와 과학고 출신 비율이 2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 같은 기간 빅4 의대(서울대·연세대·카톨릭대·울산대) 합격생 중 영재고·과고 출신 비율도 13.6%로 집계되는 등 전체 인원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으나, 이공계 특목고를 졸업하고도 의대를 진학하는 것은 의대로 이공계 인재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또한 이미 과학고의 속진교육이나 의대 진학을 위한 이공계 자퇴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상황으로, 도교육청의 ‘도내에 과학고만 많이 지으면 이공계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설립 방식이야말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과학고 설립’이라는 빚 좋은 개살구 같은 정책을 핑계로 추악한 어른들의 정치 놀음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2005년 과학고 신설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과학고 신규 지정을 추진 중으로, 오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각 교육지원청을 통해 신규지정 신청을 접수한 뒤 ‘과학고 예비지정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같은 달 말 1단계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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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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