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 "탄핵, 정치적 악용돼선 안 돼"

대한민국 수립 시점 질문엔 17초 침묵…여야, 명품백·친일 논란 공방

김복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는 10일 "탄핵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탄핵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관한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악용되는지 아니면 실제로 탄핵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사건처럼 탄핵 사건도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건국절' 논란은 재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에 수립된 나라냐, 1948년 8월에 수립된 나라냐"라고 묻자 17초간 침묵하며 답하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게 맞지 않느냐"는 후속 질문에 김 후보자는 "그렇게 해석하시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견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일제강점기 국민의 국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독도 관련 질의에는 "우리 영토"라며 그 점에 동의하지 않는 공직자의 경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에게 국정 운영권이 있느냐"고 묻자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서는 "국정이 안정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야당이 사실상 특별검사 임명권을 행사한다면 정상적인 특검이라고 볼 수 없지 않겠느냐"고 묻자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서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또 "딥페이크 (성범죄) 부분에 대해 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애 관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는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모든 국민의 자유권은 최대한 보장받는 게 맞다"며 "공산화와 동성애 허용 여부는 특별한 관계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동성 사실혼 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것에 한하는 것"이라며 "동성혼을 인정할지는 좀 더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헌재를 지역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국가기관의 지방 이전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 검증보다는 여야가 대치 중인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가 집중되면서 인사청문회 본연의 목적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복된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지적하며 김 후보자를 향해 "대통령이 본인과 본인 배우자와 관련된 특검법을 거부한 것은 헌법 위반 내지는 법률 위반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답변을 요구했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상 권한이지만, 본인이나 가족의 사안일 경우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규정"이라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채해병특검법과 김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후보자의 가족이 (누군가가) 감사의 마음으로 준 300만 원짜리 디올백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김 여사는 디올백의 국가 귀속을 요구했는데 그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최근 친일파 명예 회복을 주장하는 자를 독립기념관장에,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이 일본 국적이었다고 하는 자를 노동부 장관으로 앉혔다"며 "이는 3.1운동 정신을 전문에 명시한 헌법을 부정하는 인사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각종 정치 현안 관련 질문에 후보자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계속 그렇게 답하면 오늘 청문회를 하는 의미가 없다. 의원들은 국민이 궁금한 내용을 대신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지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그랬든 야당은 계속 부적절한 사례들에 대한 가치 판단적 답변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툭하면 특검한다, 탄핵한다며 발목잡기만 하고, 심지어 계엄설까지 제기한다. 제정신이냐"며 이와 관련한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후보자는 지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민감한 주제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을 때 (어린아이가) 당황해하는 그런 난감한 상황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고장 난 레코드처럼 친일파니 뭐니 그런 질문을 하니 후보자가 답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후보자가 다수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후보자의 헌법적 소신을 판단하려면 여든 야든 헌법과 관련한 원론적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답변이 아님을 전제로 답변을 해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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