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를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에 '진심'인 지역으로"

[인터뷰] 이주민 산업생태계 조성 협약 이끈 황태규 우석대 학장

지난 4일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에 위치한 우석대학교 22층 대회의실에서는 낯선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우석대학교와 군장대학교, 전북국제협력진흥원이 참석한 이날 협약식의 제목은 '이주민 생활지도사 교육과정 개설 및 관련 산업생태계조성'이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생활하기 좋은 지역,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공부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된 관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 협약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획한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을 만나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레시안 :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먼저 외국인이 왜 우리 전북지역에 특별하게 중요한가요.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이하 황태규 학장) : 현재 대한민국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 농어업을 비롯한 제조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전북지역에서는 외국인 노동인력이 필수적입니다. 외국인은 산업인력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지역의 대학에 있어서는 아주 소중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즉 지역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원할한 인력공급인데 바로 외국인 노동인력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상업용 농업생산인력에 있어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50%가 넘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 외국인 이주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에 돌입했고, 인구소멸지역인 우리 전북 지역에 있어서는 더욱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태규 교수ⓒ

프레시안 : 전북특별자치의 외국인정책이 다른 지역과 차별점이나 특징이 있을까요.

황태규 학장 : 먼저 전북특별자치도의 관심입니다. 지난 2022년 7월 대통령과 새롭게 선출된 전국 17개 광역단체 단체장과의 첫 번째 만남이 있었는데 여기서 김관영 지사는 비자발급권의 10% 정도를 광역정부에 이양해 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 제안은 두 가지 차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먼저 외교통상권에 대한 최초의 분권 요구였고, 또 하나는 중앙정부에 대해 지역발전을 위한 자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전향적인 균형발전 요구였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바로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으로 김관영 지사의 제안에 화답했습니다. 이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가 절실한 인구소멸지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 비자발급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시범사업입니다. 전북특자도는 외국인정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선도적인 지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농업노동인력이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관심입니다. 2023년 10월 노동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청 설립을 검토중이던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완주군 삼례읍의 한 딸기농장을 방문했었습니다. 이유는 그 농장지역이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는 가장 모범적인 외국인 일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초지자체의 외국인 노동자 유치 노력과 유치한 노동자에 대한 지원과 관리능력이 입증된 우리 지역의 좋은 사례입니다. 이날 법무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외국인 이민정책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지역 대학의 선도적 역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대학들은 타 지역에 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이 바로 우석대학교입니다. 우석대는 2007년 12월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중국과의 '경제통상합작대학'을 설립하는 등 유학생을 체계적으로 유치하는 데 가장 선두에 서 있었고 현재도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4일 전북자치도 우석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이주민 산업생태계 조성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프레시안 : 우석대에서 군장대, 전북국제협력진흥원과 협약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황태규 학장 : 기존의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지원사업을 더욱더 구체화하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은 이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가칭 '이주민 생활 지도사'라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이주민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이 한국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개발해 이주민 관련 사업에 투입하자는 취지입니다.

또한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포합됩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이주민 지원산업을 통해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이주민관련 사업은 단순한 인력공급업체와 외국인지원 시민단체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보다 외국인 관리에 더 진심인 일본 사례를 보면 종합적인 외국인지원산업생태계가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군은 또 하나의 '벤처산업군'으로 분류되어있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산업군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종합적인 외국인 지원산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이러한 산업생태계를 국내에서는 우리 지역에 최초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 시작으로 '이주민 지원산업생태계조성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 지역의 새로운 산업군으로 특화하고자 하는 고령친화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의 생활을 지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관련 과목을 대학에 개설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와 문화적으로 다른 이주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주민들이 많이 오는 '동남아 지역 문화와 경제'나 '중앙아시아지역 문화와 경제' 등의 국제지역학 과목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와 사회를 가르쳐줄 수 있는 가칭 '한국사회문화교육론' 등 우리 문화의 깊이있는 이해는 물론 한국문화의 전수교육기술에 관한 과목입니다. 이밖에도 외국인 거주자와 관련된 국내법과 제도에 대한 과목 등이 체계적으로 준비가 되면 '이주민생활지도사 마이크로 디그리과정'이 완성될 것으로 봅니다.

▲4일 전북자치도 우석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이주민 산업생태계 조성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프레시안 :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 사업은 사실 성인학습자를 위한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일반 학령기 학생들에 비해 성인학습자들이 지역문제해결 위한 역할이 있을텐데'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그래서 성인학습자 학생들과 이 문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론은 '이주민 정책'이었습니다. 이 일은 일반학령기 학생들에 비해서 사회경험이 많은 성인학습자에게 더욱더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함께할 대상으로 그간 성인학습자 비교과 프로그램개발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군장대학교 휴먼융학학부 양향숙 교수와 전북형 국제화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전북국제협력진흥원의 송기택 실장을 만나 동행을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두 기관과 함께 새로운 이주민 지원 전문가 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전문가 양성이 단순히 지역문제해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세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전문직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먼저 이민자 지원사업을 지역의 새로운 사회적경제생태계의 하나로 생각하고 유사사례를 찾았습니다. 찾아보니 일본은 이미 새로운 이주민 지원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새로운 외국인지원관련 산업생태계는 사회경험이 많은 성인학습자들에게 친화적인 산업생태계로 인식되어 함께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 사업을 통해서 우리 지역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황태규 학장 : 전북특별자치도를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에 진심인 지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즉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활 인구와 노동인구를 늘려 지역의 산업을 유지발전시켜 인구소멸을 막고 대학은 대학대로 대학소멸의 위기에서 구할 수 있고 덤으로 새로운 이주민지원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도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레시안 : 현재 추진하는 사업 외에 별도로 구상하고 있는 사업도 있습니까.

황태규 학장 : 지역사업에 관심이 많은 우리 대학의 교수님과 그리고 완주군의회 등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 유치경험이 많은 대학과 외국인 노동자 유치가 절실한 지자체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인 가칭 '외국인 고용·교육지원센터' 설립과 지역외국인고용·교육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지역외국인고용·교육정책연구소' 설립, 그 외에도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주거단지'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고민의 끝은 바로 우리 지역을 가칭 '외국인 고용·교육시범특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의 주거, 의료, 기타 사회복지 등 그들의 전반적인 한국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가장 잘 갖추어진 곳을 우리 지역에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일부 외국인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특별지원에 대한 특례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그간 외국인 정책에 대한 집중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특별자치도에는 다양한 특례가 있다는 점이 바로 특구 조성을 가능하게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자치도는 중앙정부에 별도의 특례를 요구하기 전에 전북 내에 특별지역을 선정해 외국인의 고용과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를 새로이 만들거나 정비하여 중앙정부에 어필하면 특례를 받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지금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도 바로 이러한 전북만의 '외국인고용·교육특별지역'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왼쪽부터 박노준 우석대 총장, 이계철 군장대 총장, 김대식 전북국제협력진흥원장. ⓒ

프레시안 : 끝으로 추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황태규 학장 : 외국인과 관련된 이민제도는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외국인 관련 제도나 이민제도는 걸음마 수준입니다. 그래서 중앙정부는 본격적인 이민제도를 실행하기 전에 먼저 우리 지역을 '외국인 고용·교육특구'로 선정해 운영한다면 많은 정책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가장 편안한 노동환경을,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가장 적합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외국인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만드는 일의 가장 적지는 완주군이 될 것이고 인구소멸위기 지역인 전북특별자치도의 실현가능한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외국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의 한 벤체기업의 슬로건이 '일본에 힘이 되어주는 당신, 우리는 당신을 위해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우리도 바로 이런 마음으로 이주민을 위한 지원사업과 산업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지역내 관련 대학과 그리고 전문기관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책개발과 실행모델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박노준 우석대 총장님과 이계철 군장대 총장님, 김대식 전북국제협력진흥원장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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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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