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이스라엘 인질 주검 6구 발견…"휴전 결렬 탓"

이스라엘 매체 "국방장관조차 '총리가 인질 다 죽일 수 있다' 비난 쏟아내"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주검 6구를 발견함에 따라 휴전을 촉구해 온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인질 가족 단체는 국가를 마비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이스라엘인 인질 허쉬 골드버그폴린(23)을 포함해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 당한 인질 6명의 주검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땅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 지도자들은 이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남은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 타결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가자지구에서 신원이 식별되지 않은 주검 여러 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스라엘군도 1일 이들이 인질이었음을 밝히고 신원을 확인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일 이스라엘군은 전날 주검으로 발견된 골드버그폴린,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샬미(24), 알렉산더 로바노브(32), 알모그 사루시(25), 오리 다니노(25) 등 6명의 인질이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발견하기 하루나 이틀 전 하마스에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인질 귀환을 위한 휴전 협상 타결을 촉구해 온 인질 가족 단체는 거센 분노를 표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인질 가족 단체는 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협상이 타결됐다면 "오늘 아침 사망 소식을 접한 인질들은 아마 살아 있었을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 이제 변명은 그만두라"고 항의했다.

인질 가족 단체는 이미 이스라엘군이 신원 미상의 주검을 가자지구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이들을 인질로 추정하고 대규모 저항을 예고한 상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단체는 31일 성명에서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가 인질을 버렸다는 게 이제 사실로 드러났다. 내일부터 나라가 흔들릴 것"이라며 "국민들께 준비를 촉구한다. 국가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주검의 신원이 식별된 뒤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네타냐후 정부)은 휴전 협상 대신 정치를 하고 있고 생명을 구하는 대신 인질을 매장하고 있다"며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는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1일에도 이스라엘 전역에서 휴전 협상을 촉구하고 네타냐후 총리 퇴진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텔아비브에서 열린 수천 명 규모 시위에서 참여자들은 "그들(인질) 모두를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고 외쳤다.

3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회랑 주둔 결정이 내려진 지난 29일 내각 회의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조차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했다고 현지 채널12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출된 회의 내용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군을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배치하거나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 중 당신들(내각 장관들)은 필라델피 회랑에 남는 것을 택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당신들은 만일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질을 버리겠다는 의미의 결정을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갈란트 장관은 전시 내각 해체 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관련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고 있다고 있다며 "총리는 모든 인질을 죽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가 휴전 조건으로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정부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지대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 주둔을 고집하고 있어 협상 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했다. 지난해 11월 휴전 기간 중 100명 이상의 인질이 석방됐지만 여전히 100명 이상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통해 생존한 채로 구출한 인질은 8명에 불과하다.

한편 가자지구에서 1일부터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한 부분적 전투 중단이 예고된 가운데 <AP> 통신은 전투 중단 하루 전인 31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이날 10명가량의 어린이가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전했다.

위생, 의료, 주거 등 생활 기반 시설이 모두 붕괴한 가자지구에선 25년 만에 첫 소아마비 환자가 8월 발생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전 태어나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신생아 압델라흐만 아부 엘제디안은 태어난지 10달만에 소아마비가 발병해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부분 전투 중단은 1일부터 3일간 가자지구 중부에서, 이후 남부와 북부에서 각 하루 8시간 동안 총 9일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백신 접종을 위한 7일간의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위한 부분적 전투 중단을 하루 앞둔 31일에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 집계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19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최소 48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8월29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4만602명이 숨지고 9만3855명이 다쳤다.

▲8월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 귀환을 위한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묘사한 가면을 쓴 한 시위 참여자가 "내가 (협상) 조건을 추가해서 인질이 죽었다. 미안하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를 표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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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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