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알리·테무, 지는 티몬…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C커머스'의 습격

'알테쉬'로 표출된 한국 경제공간의 위기

2024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여러 가지 이슈 중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소비자 트렌드는 단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테쉬'에 대한 것이다. '알테쉬'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줄여서 지칭하는 단어이다. 알테쉬가 집중 조명받는 이유는 온갖 매체를 통해 범람하고 있는 광고와 파격적으로 싼 제품가격 때문이다.

똑같은 상품에 대해 알테쉬와 쿠팡, 지마켓 등의 가격을 비교했을 때, 알테쉬의 제품 가격이 최대 3배나 저렴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기껏해야 중국산'이라고 여기던 일반 소비자들은 '싸니까 버리는 셈 치고 한번 사보자'라고 구매 의사를 표했다. 당연히 알테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수직상승했는데, 알리의 경우 이커머스 기업 순위 2위, 테무는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높은 물가 상승률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에게 저가 저품질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접촉 기회를 확대시킴과 동시에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경계심을 저하시켰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한국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서는 그동안 불건전하게 폭리를 취해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저가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무조건 배척하는 소비행태는 사라지고, 값싼 가격에 낮은 품질만큼의 기대치만을 가지고 싸게 구입하고 쉽게 버리는 새로운 소비행태가 시작됐다.

알테쉬의 적극적인 한국 시장 공략은 우리 소비행태에 다층적 영향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중국의 생산구조적 문제점, 특정 국가 간 역학 문제로 인해 글로벌 경제공간에 불확실성을 꾸준히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테쉬 성장요인은?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반중'을 외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고착화시켰던 미국에 반하여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리드하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놀라운 성장을 이루자,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패권 경쟁자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화웨이 제재 등을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섰으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반도체 산업과 관련 중국에 대한 제조설비의 수출을 금하는 제재조치를 단행했다. 동시에 이차전지산업 분야에서는 중국 원산지의 완제품 및 부품류의 수입을 막는 IRA 등을 발효시킴으로써 중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가동됐던 중국의 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기도 하면서, '선진국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인민의 믿음을 월급이라는 수단으로 증명하는 핵심 경제 행위자였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과 전기차 산업 및 이차전지 산업도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면서, 중국 정부가 지원했던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은 점차 감소하게 되었다. 결국 전통 제조업이 사실상 유일한 주요 경제적 기반이 되었으며, 달러 수급의 유일한 창구로 변모했다.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반의 물류 예측 시스템에 강점을 가진 중국 이머커스 플랫폼들이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됐다.

사실 알테쉬 사태는 이미 2022년부터 예견됐다. 당시에는 알리익스프레스보다 타오바오(淘宝网)가 더 유명했는데, 중국 직구를 원했던 한국의 일반 소비자 일부와 몇몇 유통업자들 역시 타오바오 사이트를 주력으로 거래했다.

당시 알리익스프레스가 타오바오보다 뒤처졌던 이유는 평균 2주가 걸리는 배송기간 때문이었다. 타오바오는 배송대행지(배대지)를 활용한 항공운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배송했고 평균 5일의 배송기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알리익스프레스는 배대지라는 힌트를 얻었다.

알리엑스프레스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에 가장 가까운 곳인 산둥반도의 끝에 있는 도시인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烟台)에 알리바바 전용 물류창고 3만 평을 증설했다. 이곳에서 오후에 웨이하이 신항이나 옌타이항을 통해 상품을 선적하면 다음날 오전 9-10시경에 한국의 인천이나 평택에 도착한다.

이는 대규모 물량의 국가 간 운송을 12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대단한 강점을 확보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교통상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중국은 한국과 웨이하이‧옌타이와 인천‧평택 간 해운 운항을 주당 3개 노선에서 6개 노선으로 증설했다.

한편 한국과 중국 간에 한중복합운송 사업이 최종 승인되면서 알테쉬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활동 범위가 글로벌 수준으로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한중복합운송은 화물트럭 복합운송 사업으로, 국내에서 중국발 화물을 하역작업 없이 미국 등 타국으로 빠르게 운송하는 사업이다.

인천이나 평택에 하차된 컨테이너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보내지고 항공운송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보내지는 것이 운송의 핵심 과정이다. 사실 2010년부터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선박에 선적시키는 방식의 피견인 트레일러 복합운송 사업이 기업 간 화물운송에 활용되고 있었고, 2018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중 복합운송사업을 통해 항공 스케줄에 따라 인천항 화물 입항 당일에 바로 인천국제공항 항공편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해 마케팅 범위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테무나 쉬인을 자극해 더욱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저품질의 제품을 산둥반도 끝의 웨이하이나 옌타이로 모으고, 이를 해상운송을 통해 대량으로 한국의 인천과 평택으로 보내고, 인천과 평택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운송되는 루트를 완성시켰다. 동시에 마치 한국 제품인 양 포장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한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증가시키면서 일석삼조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나비의 날개짓, 어디까지 광풍을 몰아치게 할 것인가?

알테쉬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라 소비자에게는 더욱 폭넓은 구매권리와 합리적 가격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진출은 한국의 유통질서와 산업구조를 와해시켜 국내외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경계해야 한다.

첫 번째,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시장압박이 한국 유통시장으로의 진출 단계에서 장악 단계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의 경우 'K-VENU'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의 신선제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과정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리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대한다는 목적하에 3대 대형마트 중 한 개 기업의 물류센터와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가 2023년 연말에 보도됐다. 이는 단지 해외 기업이 이머커스 시장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물류망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신선유통망과 관련된 콜드체인까지 장악하게 되면 이머커스 분야를 뛰어넘어 한국 온오프라인 소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결국 한국의 유통산업이 중국에 종속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운송 주도권에 대한 상실 문제다. 한중복합운송사업을 통해 한국의 항공사들과 물류운송회사들은 2022년 이후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흐름에는 반드시 끝이 있는 법이다.

알리나 테무의 경우 적극적인 마케팅 전개를 위해 무료배송이라는 극단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그 영향으로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위메프, 티몬이 기업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토종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구조로 재편이 강요되고 있다.

물류 분야 역시 환경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배편이나 항공편 파트너사를 지정해 온 알리의 자회사 차이냐오(菜鳥)가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 끝나가는 시점이 되면서 재계약 입찰을 통해 한국의 물류업체들에 대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한국의 물류업체들을 대신해 차이냐오가 직접 물류운송을 맡는 형태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한국기업들이 설 곳이 있을까?

세 번째, 이미 벌어지고 있는 한국 '패싱' 논란이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행 수출 물량은 많지만 운송편을 확보할 수 없다는 뉴스가 나온 바 있다. 그 원인은 중국 저가제품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거치지 않아도 중국에서 한 번의 선적으로 운임비가 확보된다는 뜻이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의 선적이 이뤄지지 않아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대기업들은 그만한 물동량이 확보되기 때문에 전용 컨테이너선을 활용하면서 생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한국 패싱은 단순히 물류 유통의 문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알테쉬 사태는 이미 이커머스 분야의 단적인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었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남겨진 찌꺼기 처리에 대한 혹독한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여기에는 경제, 산업,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에 대해 최대한 빨리 대응해야 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콰징(跨境)이라는 국제 전자상거래 통관방식을 통해 수입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기반을 빠르게 만들고 관련 산업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최자영 박사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연구원,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신대 평화교육센터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지리교육과 강사 및 대한지리학회 디지털미디어콘텐츠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 중국 경제산업, 로컬크리에이터, 지역산업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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