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가지명위원회는 서울시 강동구와 구리시가 명칭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33번째 한강횡단교량의 명칭을 제정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하고 명칭 결정을 다음 회의로 유보했다.
위원회는 양 지자체에 합의된 명칭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지만 합의가 이뤄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양측 모두의 입장이다.
강동구는 해당 다리 1.5㎞ 이내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구리대교'라고 할 경우에 이용자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고덕동이 교량 설계 시작점이었으며 공사 현장이 도심지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공사 기간 내내 주민 피해와 큰 불편을 감내하며 적극 협조한 점, 공사 시행 초기부터 명칭을 ‘고덕대교’로 사용해 온 점과 함께 서울시와 강동구민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사업 관련 한국도로공사에 광역교통개선대책분담금 532억 원을 납부하며 국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구리시는 ▲신설되는 교량의 한강횡단 구간은 약 87% 이상이 행정구역 상 경기도 구리시에 속해있다는 점 ▲두 개의 지자체를 연결하는 한강 횡단 교량은 지금까지 형평성을 고려하여 양 지자체의 지명을 순차적으로 사용하여 결정되었다는 점 ▲신설되는 교량은 ‘구리·포천 고속도로’와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이 결합하는 것인데 두 고속도로가 각각 구리시 토평동을 시점과 종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인근의 미사대교가 미사지구 국가정책사업과 연계된 명칭이듯,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구리 토평 2지구와 연계한 명칭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구리시는 강동구가 주장하는 ‘세종·포천 고속도로의 교량 사업비 분담금 532억 원 납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민이 한국도로공사에 납부했다는 분담금 532억 원은 세종·포천 고속도로 사업 분담금이 아니라, 고덕강일지구 공공주택 개발사업으로 인한 광역교통개선대책(동남로 연장 및 올림픽대로 접속) 사업비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원인자 부담 비용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한국도로공사에 약 532억 원을 이관하여 공사를 요청한 사항일 뿐, 한강 횡단 교량 공사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구리시의 주장이다.
또한 구리시는 기존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새로운 다리 이름을 ‘구리대교’라고 할 경우에 이용자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강동구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로 이용자들은 ‘구리암사대교’를 ‘암사대교’로 줄여서 부르고 있으며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암사대교’로 통용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만약 이것이 문제라면 ‘토평대교’로 이름을 수정해도 좋다”라며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2개 지자체를 연결하는 한강 교량 명칭은 그동안 관례상 양 지자체가 순차적으로 명칭을 사용하여 왔고, 이에 따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상 ‘강동대교’가 명명되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당연히 구리시 지명이 들어간 ‘구리대교’로 명명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만약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제3의 명칭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앞으로 신설되는 한강 교량 명칭은 지자체 간 지속적인 행정력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지명위원회가 지침을 만들어서라도 형평성에 따라 순차적인 명칭 사용이 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가지명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오는 9~10월 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강동구와 구리시의 마지막 힘겨루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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