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익산 간담회 '절규의 바다'…농민들 "재해복구비 현실화 절박"

주민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실질적 지원책" 촉구

2년 연속 집중호우 피해로 최악의 타격을 입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망성면과 용안·용동면 주민들이 모인 망성면 화산리 화산배수장은 '절규(絕叫)의 바다'를 연상케 했다.

17일 오후 국회 행안위와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는 3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속이 타는지 안절부절못하며 "다 죽게 생겼다. 꼭 특별재난지역이 되어 실질적인 재해복구비를 지원해 줘야 한다"고 읊조렸다.

앞서 '피해 주민과의 간담회'를 먼저 찾은 행안부와 산림청·전북자치도·농어촌공사·익산시 등 각급 기관 관계자 20여 명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국회 행안위 위원들에게 익산지역 호우피해 상황과 반복적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설명하며 국회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익산시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을 비롯한 한병도·위성곤·이해식 행안위 의원과 이원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이 간담회 장소에 도착하자 주민들의 눈빛이 더욱 간절해졌다.

보고를 받은 국회의원들은 익산시의 피해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감지하고 얼굴이 굳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물폭탄이 터진 익산시는 2만2000농가의 무려 17%에 해당하는 3700여 농가가 극한의 호우 피해를 봤고 벼농사 피해율은 21%에 육박했다.

비닐하우스의 경우 익산시 전체 1만4600동 중에서 무려 9080여 동이 침수피해를 입는 등 피해율 62%를 기록해 사실상 초토화된 실정이다.

▲호우피해 농민들이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의 국회 차원 지원 약속을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고 있다. ⓒ프레시안

주민들은 "2년 연속 지옥과 같은 호우피해를 당하고 보니 살 기운마저 나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한 농민은 "2년 동안 연속 집중호우를 당하고 보고 남은 것은 은행 빚과 절망 뿐이다"며 "익산시를 꼭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농민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김영재 익산농민회 회장은 "한번 당한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다시 당하니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며 "최소한 작년 수준 이상은 정부가 지원해줘야 간신히 고통 속에서 빠져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피해를 입어 '농작물 재해보험' 혜택을 본 농민이 올해 또 호우에 당한 사례가 많다"며 "이 경우 작년에 보험을 타 먹어 '자기손해율'만 올랐고 올해 보험 혜택도 확 줄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파비도 작년에는 100% 지원해줬지만 올해는50%로 낮아지는가 하면 생계자금 특별지원도 올해는 없을 수 있다는 말이 농민들의 걱정은 천근만근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농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며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도록 익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창리배수장 수해복구 사업과 연동펌프장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정비 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국회 행안위 위원들에게 강하게 건의했다.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실질적인 재해보상 대책과 특별위로금 등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또다시 빚 잔치를 할 수밖에 없어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국회 농해수위 간사인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이 공감을 표시했다. 이원택 의원은 "수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농민들이 은행에서 빌려 쓴 대출금이 농가당 수천만원씩에 달한다"며 "대출금 상환 유예 등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하며 재해복구비 역시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용균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제기한 여러 대안 등을 적극 검토해 농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직후 고개를 끄덕이는 농민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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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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