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와 디올백…차이는 뇌물 종류가 다르다는 것뿐인가

[기고] "퇴임한 권력자에게도 현 권력자에게도 법 적용은 같아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스위스제 명품시계 두 개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의 SBS 보도가 2009년 5월 13일 터져 나왔다. 지금도 회자되는 소위 '논두렁 시계'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의 회고록을 보면,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시계 세트를 수수했고, 이 시계는 재임중(2006년 9월경)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기술되어있다.

하지만 노무현재단은 박연차 전 회장이 시계를 형인 노건평 씨에게 맡겼고, 그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비로소 시계의 존재를 알고 망치로 폐기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망치로 폐기한 시계가 논두렁에 버린 것으로 둔갑한 이유에 대해,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밝혔으며, 2017년 국정원개혁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원세훈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국정원 간부가 중수부장을 만나 "시계 건은 언론에 흘려 노 대통령을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는 지시를 했고, 언론이 이를 적극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의 소리> 유튜브 방송 갈무리.

그런데 유사 사건이 지난 2022년 9월 13일에 벌어졌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재미 통일 운동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의 디올 명품 가방을 사적으로, 그것도 은밀하게 받는 모습을 촬영 당함으로써 누가 봐도 '뇌물 수수'라고 여겨지는 현장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영부인이 받은 뇌물에 대한 대통령의 인지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는 반면, 차이라면 뇌물의 종류가 시계와 가방으로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

또 하나 사뭇 다른 모습은, 잔인하리만큼 집요했던 과거의 검찰과 지금의 검찰의 행동이 유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동일한 검찰인지, 연일 헤드라인에 기사를 쓰며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안달했던 과거의 언론과 지금의 언론이 과연 동일한 언론인지 헷갈리는 현실에 있다. 퇴임한 힘 없는 권력자에게도, 현재 권력의 중심에 있는 권력자에게도, 법 적용은 같아야 하는 게 아닌지 검찰에게 묻고 싶으며, 과연 작금의 언론이 진정한 사회의 감시자 및 공정한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한 번쯤 질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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