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데 대해 "학생 인권의 기반이 처참히 무너졌다"며 대법원 제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유지시키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10년 전 학생인권조례를 흔들던 '학생 인권이 교권을 침해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학생 인권에는 단지 학생 인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무수한 분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학생 인권의 역사가 후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교육감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활용해 학생의 인권과 공존의 교육을 지켜 내겠다"며 "대법원 제소를 통해 학생 인권조례 폐지의 공익 침해와 법령 위반을 확인하고자 한다. 폐지 조례 의결의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출해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유지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다만 "아직까지 대법원 제소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 제소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초기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발의안이 행정법원에 의해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며 "대법원에서도 저희 폐지 조례 의결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지난해 3월 처음 발의됐다. 같은 해 12월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 뒤 통과가 예상됐으나, 행정대법원이 시민단체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효력이 유지됐다. 이에 시의회는 의원 발의 형태로 폐지안 통과를 재추진했으며, 지난 4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만 출석한 본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두 달여 뒤 폐지안은 조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재상정됐으나, 지난달 25일 통과됐다. 이로써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12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조 교육감은 또 서이초 교사 A씨의 1주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권 보호 5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 중 아동학대처벌법과 관련한 과도한 소송 제기를 우려하며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동학대처벌법(에 대한) 정서적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어쨌든 일반적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다양한 보육기관 아동학대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훈육과 학생 지도와 정서적 학대로 과도하게 소송(이) 제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점에 대해서는 교권보호 교육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단서조항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언저리의 법적 보완에 대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7월 18일 학교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교사 사망 이후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등 '교권 침해' 현실을 고발했으며 국회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5법'을 그해 9월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편, 조 교육감은 '2033 대입제도'를 위한 공론화를 제안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 증진을 위해 "현재의 4지·5지 선다형 평가 방식을 논서술형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그는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돼야" 한다며 시교육청 차원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서술형 평가의 공신력 있는 채점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계적 채점 △교사 채점 △수험생을 수용하는 대학교수들의 채점 등 3단계에 이르는 채점 체계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7월 1일 서울시교육감으로 처음 당선된 이후 두 번의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지난 10년간 서울시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조 교육감은 그러나 지난 2018년 10∼1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에 대한 부당 특별채용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2심에서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이에 대한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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