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휴전협상 진전 없어"…이스라엘 사흘째 지상 공세, 수십명 사망

WSJ "이스라엘, 가자지구 내 '외딴섬' 조성 검토"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이 제시한 새 휴전안을 받았으나 협상에는 진전이 없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 수정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협상에 진정한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이 최근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해 기존 '3단계 휴전안'의 일부 수정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제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함단 대변인은 가장 최근 수정안을 지난 24일 전달받았다면서 이는 "단지 시간 낭비이자 이스라엘이 인종학살을 저지를 수 있는 시간을 더 제공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정안이 이스라엘의 제안에서 거의 바뀐 것이 없으며 미국이 하마스에 이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뤄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현재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수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종전과 이스라엘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는 일시 휴전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함단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는 영구적인 종전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포괄적인 철수, 그리고 대규모의 (인질 및 죄수) 거래를 포함한 어떤 제안에도 긍정적으로 거래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휴전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사흘째 지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가자시티 동부 샤자이예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수십 명"을 제거했다고 밝혔으며,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이 지역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4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27일부터 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지상 공격을 벌이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사무국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시티 동부 및 북동부에서 피란민이 최소 6만 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전후 구상의 하나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격리할 '외딴섬' 같은 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현직 이스라엘 당국자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와 군부 일각에서는 전후 가자에 하마스와 무관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임시 피란처로 지낼 '구역'을 만든다는 계획(bubble plan)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토 단계에서는 이같은 구역이 가자지구 북부에 조성되며, 구역 밖에서는 남은 하마스 대원들을 소탕하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계획이라는 것이다.

구역 내 주민들은 구호품 배분 등에 참여하며, 이 과정을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관리하게 된다.

구역 밖에선 이스라엘군이 전투를 이어가며 하마스 소탕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게 된다.

올해 초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들과 협력해 구호품을 배급하려고 했지만, 하마스가 주민들을 겁박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일부 주민들은 하마스에 살해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같은 구상과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이스라엘 전현직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 논의되는 이같은 구상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후 계획을 시급히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곧 저강도 전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둔 병력을 줄일 수 있지만 뚜렷한 구상이 없으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위험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각계에선 다양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여당 리쿠드당은 보안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계획을 지지한다. 가자 주변에 요새화된 방어선을 만들고 이를 가로지르는 두개의 회랑을 만들어 이스라엘군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기습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 이스라엘 싱크탱크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가자 점령을 주장한다.

우파 싱크탱크 미스가브 국가안보·시온주의 전략 연구소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전사의 약 75%가 전투 능력을 잃어야 다른 보안 부대가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단체 마인드 이스라엘은 새 팔레스타인 통치기구 창설을 위해 미, 아랍국가와의 협력을 주장한다.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약속 없이는 가자 문제에 개입을 꺼리는 아랍 국가들과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네타냐후 총리 입장 사이 일종의 중재안이다.

이들은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지금 국가 수립으로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논의는 전후 5년이 지난 뒤에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 싱크탱크 윌슨 센터는 미국이 가자의 안보를 관리하는 국제 경찰력을 창설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임무를 팔레스타인 행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들은 몇 달간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이 계획을 논의하고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정치 사정에 맞춰 일부 변경하기도 했지만, 총리실에서 막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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