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인자' 뽑는 대선, 개혁파가 1위…7월 5일 결선투표

1인자 하메네이 입지 타격?…'서방과 관계 개선' 내건 페지시키안 돌풍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헬기 추락사고로 숨지며 급작스럽게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혁파 후보가 예상을 깨고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최종 당선자는 내달 5일 결선투표에서 가려지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와 국영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의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1041만여 표(42.5%)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된다.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59) 후보가 947만여 표(38.6%)로 2위에 올랐고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63) 후보는 338만여 표(13.8%)를 얻는 데 그쳤다.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 후보는 20만6000여 표(0.8%)였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심장외과의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소유한 5선 마즐리스(의회) 의원이다. 이번이 3번째 대선 도전이며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 선거전을 치른 것은 처음이다.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단속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을 끌었다.

온건 성향 하산 로하니 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의 주역으로 인지도가 높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이 그를 적극 지원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내고 "우리는 다시 한번 일어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가난, 거짓말, 차별, 불의로부터 구하자"라고 말했다.

2위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도 대선 출마는 이번이 3번째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전투에서 크게 다치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07년과 2013년 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협상하면서 강경한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 '쿠란에 나타난 이슬람 정치사상의 기초'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을 정도로 이슬람 원리주의 교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잘릴리 후보는 이날 밤늦게 입장문을 내고 투표에서 경쟁한 2명, 앞서 사퇴한 2명 등 같은 보수진영 후보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번 선거를 이란 국민을 위한 선택의 무대로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3위로 탈락한 갈리바프 후보는 성명에서 "페제시키안을 존경하지만 잘릴리를 지지한다"며 보수표 결집을 호소했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다득표순으로 페제시키안과 잘릴리 후보가 내달 5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이번 대통령 결선투표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1대1 대결이 성사됐다. 이란 대선에서 결선투표는 2005년이 유일했다.

결선투표를 위한 선거운동은 오는 30일 이후 재개될 전망이다.

1차 투표에서 보수파 후보 3명으로 분산됐던 보수층 표심이 결선에 결집한다면 잘릴리가 유리해질 수 있지만 페제시키안의 선전으로 '바람'이 불면 이번에 투표를 포기한 진보 성향의 젊은 층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어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란 국영방송은 총유권자가 6145만여 명, 총투표수가 2453만여 표로 투표율이 40.3%라고 보도했다.

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역대 대선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직전 2021년 선거의 48.8%보다 약 9%포인트 정도 낮다. 총선 투표율로는 사상 최저였던 지난 3월 총선의 40.6%에도 못 미친다.

▲28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호세이니예 에르샤드 모스크 투표소 밖에서 한 유권자가 이란 국기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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