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적용? '아프니까 청춘이다' 2024년판

[인권의 바람] 최저임금 차등적용? 최저임금 위반 꼼수부터 막아라

청소, 방송, 돌봄, 시니어 노동자들은 지난 18일 '올려! 바꿔! 최저임금 공동행동'이 주최한 최저임금 당사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간절함과 분노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증언대회는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창구다. 실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짧은 심의기간은 물론 현장 조사조차 없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을 깎아 임금을 깎는 꼼수

자리에 나선 성공회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은 긴장했다는 말과 달리 본인들이 겪은 최저임금 현실을 조목조목 증언했다. 2024년 최저시급은 986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하지만 성공회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은 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다. 심지어 방학 기간에는 130만원대의 초저임금으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학교는 최저시급을 깎을 수 없으니 노동시간을 깎아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8시간이던 청소노동자 노동시간을 7.5시간으로 깎고, '에코' 집중휴무라는 이름으로 여름방학 2주, 겨울방학 2주간 학교를 완전히 닫아 노동시간을 줄인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위해 '에코(환경)'라는 말을 사용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다는 그린워싱을 더해주면 '성공회대표 최저임금 꼼수' 완성이다.

"7시에 와서는 빠듯해, 출근하면 6시 안 될 때가 많아요. 아침은 못 먹지"(성공회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노동시간이 줄어도 노동자들은 쉴 수 없다. 청소노동자들은 실제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노동하는 관행이 있다. 성공회대 청소노동자들은 등교 시간 전에 강의실, 화장실 청소를 마쳐야 하고, 기숙사생들의 아침 식사 시간보다 먼저 공용 주방 청소를 마쳐야 한다. 때문에 성공회대 청소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실제 시급은 7395원꼴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에코 집중휴무가 진행되는 2주 동안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방치된 강의실의 곰팡이를 지워야 한다. 방학 기간에 이뤄지는 왁스 작업과 대청소까지 더 짧은 기간에 마쳐야 하기에 노동 강도는 더 세진다.

학교의 최저임금 꼼수는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기획단은 집중휴무 기간에 학생회관을 이용하기 어렵고, 업무를 중단한 학교 본부와 소통할 수 없어 배움터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대학 내에서 노동하는 근로장학생(대학에서 일하며 대가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일을 하지 못해 생활비를 벌 수 없었다. 한 학생은 기숙사 공용시설이 너무 지저분해 집중휴무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지난 18일 '올려! 바꿔! 최저임금 공동행동'가 주최한 최저임금 당사자 증언대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2024년판

청년/대학생도 최저임금의 당사자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약 3분의 1이 청년이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수준이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노동시간을 14시간, 14.5시간으로 설정하는 꼼수는 관행이 됐다.

이런 꼼수도 부족한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측은 편의점과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편의점, 음식점업 등은 청년들이 주로 선택하는 업종이다. 최근 대구지역 편의점 점주들의 담합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구지역 청년 30%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조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영업자는 예전보다 부담 없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 있어 일자리의 양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어불성설이다. 임금이 줄면 여러 개의 일자리를 구해야 해서 노동시간만 늘어난다. 청년들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2024년판이 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청년들에 대한 약간의 투자는 그야말로 돈 되는 장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청년들을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조차 후려치려고 하는가?

▲성공회대학교에 부착된 에코 집중휴무 반대 대자보ⓒ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저임금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최저임금 당사자는 대부분 한국 사회의 약자다. 이주민이고, 여성이고, 비정규직이고, 청소년과 청년이다. 헌법은 누구라도 적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정도는 줘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최소한의 방어막, 생존의 하한선이 최저임금이다.

2013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운동'을 시작한지 11년째가 됐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여전히 최저임금 시급은 1만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도리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당사자들의 삶을 더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실시되면 지역, 연령처럼 구분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 차등 적용의 바람이 불 것이다. 자신이 일하는 직종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허용한다면 생존권의 작은 둑, 인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함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도를 막고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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