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수까지 지낸 전남도 퇴직 공무원은 왜 커피값 2700만원을 내지 않았나?

공직 퇴임 후 대표로 취임한 업체측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

전남의 한 자치단체에서 부군수까지 역임한 전남도 퇴직 공무원은 어쩌다 커피값 2700만원 어치를 무료로 가져간 파렴치범으로 몰렸을까?

최근 지역 커피사업체 대표 A씨가 전남도청 퇴직 공무원 B씨를 사기혐의로 광주경찰청에 고소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고소인은 커피 업체 대표이나 모 회사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연매출 수백억원에 이르는 큰 회사이다. 상대적으로 푼돈으로 여길 수 있는 업체에서 퇴직한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커피를 무단 취식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경찰 ⓒ

20일 <프레시안>이 확보한 A씨의 고소장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A씨 업체의 회장은 지인의 소개로 당시 전남도청 공무원이었던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전남도에서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며 도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다니는 등 투자유치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업체 측은 B씨 자신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사의 입찰 등에 도움을 줄 것처럼 접근했다고 주장한다.

이 업체는 광주에 비교적 큰 규모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해 왔으며 자치단체를 상대로 하는 SNS 대행업체와 신규 공무원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체 등도 거닐고 있었다.

고소장에서 A씨는 B씨가 업체의 회장과 만남 이후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업체가 운영하는 광주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선물세트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가는 방법으로 2689만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B씨는 "기업 컨설팅 자문을 해주면서 지인들에게 커피를 선물해주기 위해 가져갔거나 회사로부터 무료로 받았다"며 "정확한 금액은 확인해 봐야 하나 많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B씨는 공무원 퇴임 후에는 이 업체의 대관 업무를 맡겠다며 지난 2023년 3월 공무원 교육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3개월만인 지난해 6월 해임됐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B씨가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B씨는 이에 불복,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업체를 대표해 이번 사기 혐의 소송을 제기한 A씨는 B씨와 고교 동창이다. 업체 회장이 B씨를 영입했으나 결국 소송을 제기한 악역은 동창생이면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A씨가 맡게 된 셈이다.

원만했던 이들 관계는 B씨가 공직 퇴임 후 이 업체에 입사하면서 어긋났다.

기대했던 것 보다 실적이 미진한 B씨에 대해 업체는 3개월만에 해임을 결정했고, B씨는 당시 자발적으로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마음이 돌변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이를 불쾌하게 여긴 업체는 노동위원회 승소 이후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또한 이번 고소장에서는 B씨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A씨 회사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1300여 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공직자 신분인 2017년부터 수백 차례에 걸쳐 A씨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무료로 커피를 마시거나 커피선물세트를 가져간 것도 위법성 여부가 제기되지만, 공직 퇴임 전에 업체측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도 김영란법 위반 저촉이 의심된다.

이를 우려한 듯 B씨는 공직 재임기간 중(2022년 7~9월)에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 중 일부인 302만700원은 뒤늦게 반환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업체의 법인카드를 잠깐 사용했으나 문제가 될 것 같아 금액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 퇴임 이후 A씨 회사의 자회사에 대표로 취임했으나 몇 개월만에 부당해고를 당해 노동청에 제소했다"면서 "이런 연유로 인한 앙갚음으로 고소한 것 같다. 내용을 살펴본 후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소장을 접수한 광주경찰청은 현재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지역관가에서는 퇴직 이후 차기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하고 행보해 온 B씨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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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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