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방 빼!' 논란의 진짜 이유는? '돈벌이'로 내몰리는 공공 철도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상] '성심당 퇴출 논란'으로 본 한국철도의 공공성

모두가 수도권을 고집하는 시대에 성심당은 로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나온 세월은 자체로 역사가 되었다. 이제 성심당은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과 더불어 대전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철도가 탄생시킨 도시 대전의 심장은 대전역이다. 상행선이든 하행선이든 철도로 한반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북적이는 대전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대전역 승강장에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건강한 심장이 좌우심실로 피를 빨아들이고 내뱉듯, 열차는 수많은 사람을 쏟아내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을 안으로 들인다.

사람이 몰리면 먹을거리가 빠지지 않게 된다. 당연히 대전역과 그 주변은 여행자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음식점이 자리 잡았다. 대전역의 명물이었던 가락국수가 추억속으로 사라진 뒤 이를 대체한 것은 성심당의 빵이었다. 대전 사람들의 성심당이 전국구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은행동에 있는 본점에 이어 대전 역사 안에 분점을 열게 되면서였다. KTX개통을 계기로 새 단장한 대전 역사에 대전시민들이 애정하는 성심당이 들어서자 대전역의 풍경도 바뀌었다. 성심당 앞의 튀김 소보르용 긴 줄이 생겼고 승강장에는 성심당 로고가 새겨진 종이 백을 든 승객들이 늘어났다. 성심당 빵은 출출한 배를 채우는 용도에서 대전을 방문한 인증용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아이템이 되었다. 성심당 빵은 대전역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최근 역사 임대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코레일유통은 성심당과의 계약이 4월에 만료되면서 새로운 임대 업체를 구하는 입찰에 나섰다. 성심당이 대전역에서 영업 지속 의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유통이 새 임대자를 찾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성심당은 지금까지 고정금액으로 임대료를 지급해왔는데 코레일유통이 매출액 대비 수수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재산정했다. 코레일유통이 새로 제시한 방식에 따르면 현재 월 1억 원 정도였던 임대료는 4억 4천만원으로 4배 이상 급등한다. 성심당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조건이지만 코레일유통은 이마저도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19일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성심당 DCC점 앞이 빵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레일유통은 2021년 감사원 지적에 이어 2023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힘 유경준 의원의 성심당에 대한 특혜 제공 질타까지 받은 상황이다. 코레일유통이 기존 계약 방식을 유지하거나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몇가지 질문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공기업이 수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백화점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맞는 것인가?

- 역이라는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코레일의 수익은 크게 열차 운행을 통해 얻는 운송수익 및 국가철도공단 위탁사업인 유지보수 수탁 수익과 역사 임대 등을 통해 얻는 다원수익이 있다. 다원수익은 철도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부대 수익이라고도 한다. 코레일은 경영수치로만 따지면 적자기업이다. 그러나 코레일의 적자는 경영부실에 따른 적자가 아니다. 한국철도의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다. 또 철도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 적자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과 달리 국토부는 코레일 적자의 구조적 요인은 무시하고 드러난 수치만으로 코레일을 부실 기업으로 간주해 경영개선을 압박해왔다. 국토부는 코레일은 경영개선이 불가함으로 민영화를 통해 개혁을 해야 한다 거나(2002년의 철도 민영화 추진 및 2012년의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시도) 고속철도 경쟁체제(2013년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SR출범)로 코레일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경쟁체제라는 이름 아래 알짜배기 고속노선 수익을 경쟁업체에 넘기는 것이 코레일 경영개선 방법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국토부 철도 정책의 경전이 되었다.

이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함의는 "수익만이 우리를 구원할지니", "수익을 위해서 네 온몸을 바쳐라"다. 철도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공공기관이라는 틀을 깨 오직 수익 창출이라는 한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해 바람직한(?) 수익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개혁이후에는 경영효율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 비용절감과 부대사업 수익 확대가 가능하므로 요금 안정을 기여할 수 있다. → 영업수입 대비 부대사업 비율; 한국 1%, 일본 6.3~28%(동일본 철도 28%)"(일본국철의 개혁사례를 통해서 본 철도산업 구조개혁 ; 2002년 9월, 국토교통부(당시 건교부) 철도산업구조개혁 기획단)

국토부가 추진한 철도민영화가 좌절된 이후에도 수익 창출 최우선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부대 사업을 통해 수익 확충을 꾀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철도가 숙명적으로 떠 안아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철도전문가로 호칭되는 일부 인사들은 일본의 부대사업 사례를 들고 와서 코레일의 무능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여객 부분에서 6개의 회사로 분할 민영화된 일본 철도 회사들은 부대수입으로 상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 일본 최대 여객철도 회사 JR동일본의 부대사업 수익은 2020년 기준 전체 수익 대비 37.9%에 이른다. 대도시 광역권 철도와 주요 간선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JR동일본, JR서일본, JR동해 본토 3사는 철도 운송수익이 부대사업비보다 많다. 그럼에도 30%가 넘는 부대 사업 수익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철도 운송수익만으로 경영이 가능한 철도회사는 없다는 의미다.

주요 3개섬에 자리잡은 JR회사들의 경우는 철도 운영을 부대 사업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JR 큐슈의 24년 3월 재정보고서를 보면 순수 철도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은 전체의 30.4%이고 나머지는 호텔, 식당, 건설, 서비스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JR큐슈를 비롯해 JR홋카이도와 JR시코구 같은 철도회사는 부대 사업이 없으면 철도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24년 3월 JR큐슈의 수익 구조 ⓒJR큐슈 홈페이지 재정보고서

JR여객철도 회사들의 부대사업은 부동산 개발, 호텔, 렌트카, 버스, 식당, 인쇄, 출판, 배달 서비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철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동인구가 존재하고 철도 회사들에게 거의 제한 없는 사업 운영권이 보장된 일본 철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JR여객철도 회사들의 이 같은 광범위한 부대 사업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모델일까? 거대 철도회사가 가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해 골목 상권까지 위협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레일은 왜 일본 철도 회사처럼 못하냐고 훈수 두듯 말하는 사람들은 철도공사가 처한 현실을 모르고 있다. 철도 시설물은 국가철도공단 관할 이기에 역의 구조 하나 바꾸는데도 국가철도공단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또한 한국 철도 환경은 철도 회사가 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나 각종 부대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은 부대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니 공기업이 백화점식 수수료율을 책정해 부대 사업 수익률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2022년 철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코레일은 운송수익 69.5%, 유지보수수탁 수익 23%으로 철도 운영과 관련된 수익이 92.5%이고 부대사업(다원사업) 수익은 전체 매출액 대비 6.84%이다. 이 6.84%를 어떤 이들은 코레일의 경영능력 부재 요소로 주장하지만 환경과 조건을 무시한 채 일반론을 들이미는 것처럼 공허한 일도 없다.

이제 앞서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공기업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정확히 만들어야 한다. 철도 수익 확대가 철도공사의 지고지순한 가치라면 성심당 사태는 형태를 달리해 반복될 것이다. 또한 철도 역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상업 시설들로 가득 차 철도회사의 수익 개선에 복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인가? 지역을 드나드는 포털로서 철도 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 법과 제도로 철도 역이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뒷 받침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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