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공분만 일으키는 '밀양 성폭행 사건'은 어떤 사건?

누리꾼들 "피해자는 고통 속에 사는데…헌법 뜯어서라도 재기소해야"

온라인을 통해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이 전해지면서 20년 전 발생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반면, 가해자들은 가정을 꾸리고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채널에 따르면, 30대 중반이 된 가해자들은 개명 후 각각 경북의 한 식당, 경남의 한 수입차 전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해자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 모두 해고됐다. 사건 당시 가해자를 옹호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이는 개명 후 경남의 한 경찰서에서 현직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경찰서 홈페이지에는 비난 글이 쇄도 중이다.

가해자의 근황과 관련한 과도한 신상 털기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받은 자는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중들은 <나락 보관소>의 폭로 행위의 정당성, 합법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20년이 넘도록 밀양 사건 가해자들이 반성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데 분개하는 상황이다.

▲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 영상 갈무리.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에서 다루기도 했던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44명, 피해자는 단 한 명으로, 남학생 44명이 여학생 한 명을 1년 이상 성폭행을 저질렀다. 가해자 44명은 밀양 지역 4개 고등학교 일진 단체의 무리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는 울산 지역 여중생이었다. 가해자들은 범행 상황을 촬영한 뒤 피해자에게 '신고하면 유포하겠다'며 협박을 일삼았다.

천인공노할 사건이었지만,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되지 않았다. 1986~1988년생으로 당시 미성년이었기 때문이다. 가해자 44명 중 기소된 피의자는 10명. 이 가운데 7명은 구속 기소됐고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으며, 13명은 돈으로 합의된 기소 불능의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한 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타 수사기관으로 송치됐다.

당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정식 고소 전부터 피해자의 신원은 그대로 노출됐고, 피해자 조사 과정에 여경을 대동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피해자에게 "한 번 당한 후 밀양에는 왜 또 갔느냐?"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가해 부모의 책임 전가도 문제가 됐다. "여자애가 꼬리치는데...", "딸자식 잘 키웠어야지" 등 가해자 부모들의 인터뷰가 몇몇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파됐다. 또한 피해자의 성폭력 동영상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이트에 올라오는 등 2차 가해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한편, 피해자는 부모의 이혼 후 폭력적인 아버지와 생활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공개 후 피해자의 아버지는 친권을 내세워 가해자 가족들에게 합의금을 요구했으나 정작 피해자에게는 합의금이 한 푼도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피해자는 우울증과 정서 불안으로 자살 시도까지 하는 등 극도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다 폐쇄 병동에 입원까지 했다. '성폭행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전학조차 여의치 않았고, 겨우 자리 잡은 학교에서도 가해자 부모들의 가석방 탄원서 요청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유튜브와 관련 보도 댓글 창에는 분노로 도배되고 있다. 누리꾼 대부분은 "과거에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 살아가는 범죄자들은 헌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재기소해야 한다. 그리고 죄질에 맞는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며 강력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거나 "강간 피해자는 학교도 졸업 못 하고 일용직 전전하는데, 강간 범죄자는 외제차 3대나 굴리고 경장까지 해먹고 사람이 무섭다"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