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가족은 2명인데 1명만 등록해준다고?

[류하경의 불온한 사건첩] 강아지 '로마'의 소송기

반려견은 천사 같다.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 내가 못나도, 내가 가난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준다.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우리는 경험해볼 수 있을까? 부모의 사랑과 비슷한데, 요즘 시대에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세속적 욕심을 생각해보면 반려견이 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의 크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로마'는 2020년 10월 6일에 태어나서 2021년 1월 9일에 우리에게 왔다. 생후 3개월일 때다. 손바닥 만한 아기 강아지가 꼬물거리면서 뒤뚱뒤뚱 걸어와서 누워있는 내 볼과 이마를 핥고 팔베게를 했다. 그땐 까만색이었는데 자라면서 검은 털, 흰 털, 회색 털이 섞여 나면서 은색 푸들이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예쁜 강아지가 있을까. 모든 반려동물 가족이 하는 말이지만 우리 로마는 정말 그랬다. 그리고 로마는 여러 명의 가족을 관공서에 등록하기 위한 행정소송에서 이긴 최초의 강아지다. 이 글은 그 이야기, 즉 로마의 '소송기'다.

'로마' 가족 중 단 한 명만 등록해준다고?

강아지가 태어나면 구청이나 시청에 '동물등록신청'을 해야한다(동물보호법 제15조). 동물보호법상 그 목적은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다. 즉 동물과 그 가족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공중위생과 같은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제15조(등록대상동물의 등록 등) ①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는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 등을 위하여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대상동물을 등록하여야 한다.

로마에게는 사람 가족이 두 명 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등록을 하고자 준비했다. 동물등록 방법으로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를 삽입하는 방법과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내장칩")를 부착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내장칩을 삽입하는 것이 반려동물 보호에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내장칩을 삽입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가 거주하는 시에서는 2020년 11월 20일부터 다음해 11월 19일 사이에 내장칩으로 동물등록을 한 반려견에 대하여 보험 가입을 지원해준다고 해 더더욱 신속하게 내장칩을 삽입하는 형태로 동물등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보호법 제12조 제14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동물병원을 개설한 자는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데, 로마가 다니는 동물병원에서는 중성화 수술 시 수면마취를 하므로 통상 이때 동물등록을 위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도 같이 진행한다고 했고, 이에 로마 역시 5차에 걸친 기본 예방접종을 모두 마친 뒤 2021년 3월 21일 중성화 수술을 받음과 동시에 내장칩 삽입도 함께 진행했다.

병원에서는 2021년 3월 27일 로마에게 내장칩 삽입을 마친 후 우리에게 '동물등록신청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민법상 공동 소유자로서 로마를 함께 양육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하고자 했고, 그래서 병원에 신청인을 공동명의로 작성해서 제출해도 되겠냐고 문의했는데, 병원에서는 보통 한 명으로만 신청을 한다고 하고 공동명의 등록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논의 후에 신청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하고 신청서류만 들고 왔다. 법률가인 우리가 생각하기에 2인의 보호자가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해 공동명의 신청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2021년 3월 30일 국민신문고에 공동명의로 동물등록을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청서류를 작성해야 하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국민신문고에서는 다음날 "귀하가 궁금해 하는 내용을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한 결과, '현행법상 1마리의 반려동물에 대해 2명이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음을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다.

의아했다. 다퉈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날 다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2인이 동물등록을 할 수 없다는 동물보호법 해석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동물보호법상 공동명의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동물보호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를 동물등록의무주체로 보고 있고, 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여 공동소유가 당연히 가능하고 실제 그런 경우도 존재하는데, 무엇을 근거로 공동명의 등록이 불가하다고 해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였다. 이와 함께 농림부가 내린 법적 해석의 근거를 상세히 밝혀달라고 했다. 농림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 농림축산검역복부 사이트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페이지. 지금은 반려견 공동소유주 등록이 가능하지만 전에는 불가능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기술적 사정상 안 됩니다'

본래 답변 기한은 2021년 4월 19일까지였는데, 처리기관인 농림부 식품산업정책실 농업생명정책관 동물복지정책과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답변 기한을 같은 해 5월 10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우리는 동물등록이 지나치게 지체되는 것을 우려하여 4월 27일 담당자인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 사무관에게 직접 전화하여 조속한 답변을 줄 것을 요청했다. 사무관은 다음 날 우리에게 전화하여 공동명의 등록을 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우리는 이렇게 답했다. ① 법령상 소유자인 경우 동물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고 원고들은 로마의 공동소유자로서 함께 양육하고 있으므로 공동으로 동물등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 ②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을 하게 된 경우 각종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데 공동명의 등록이 안된다고 하면 동물을 공동소유하고 있음에도 이 중 한 명에게만 위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타당하지 않다는 점 등 공동명의 등록을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됐다.

사무관은 앞서 현행법상 공동명의 등록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한 것에 관하여 깊은 검토 없이 그와 같이 답변했음을 밝혔고, 현재 동물등록 '전산시스템'(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기술적 사정'상 한 명만 등록이 되고 다수인은 등록이 안 되기 때문에 그와 같이 답변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문의한 '공동명의로의 동물등록이 불가한 것인지'에 관하여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1인 초과 다수인의 공동명의 등록을 거부한 것임이 드러났다. 그저 '전산시스템'이 1인만 등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안 된다는 이유 뿐이었다. '침대가 사람에 맞춰야지 사람이 침대에 맞춰야 하는가'하는 근원적 의문이 들었다.

그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5월 7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식 답변을 했는데, 그 내용은 '동물등록제도는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한 제도가 아닌 등록대상동물을 잃어버린 경우 찾아주기 위한 제도로 설계되었고,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지 제1호 서식 및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 1인을 기입·등록 하도록 되어있으며, 2인 이상을 소유자로 기입·등록하도록 즉시 변경하는 것은 어렵고, 다만 앞으로 동물보호단체, 유관전문가 등과 함께 검토하여 다수의 소유자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동물등록제도 및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사무관이 전화통화에서 한 설명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즉 현재 실무 시스템상 2인 이상 소유자 등록이 불가능하고 앞으로 개선하겠지만, 법적으로 공동명의 등록이 불가하다는 근거는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구청의 '거부처분'을 받기까지

우리는 법률에 근거가 없음에도 공동명의 등록을 해주지 않고 시스템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식의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1년 5월 18일 동물등록신청서상 신청인란에 우리 두 사람 이름을 모두 기입하여 신청서를 작성한 뒤 시청 지역경제과 동물자원팀을 방문하여 직접 신청서를 접수했다.

시청은 등록신청 건 처리를 구청으로 넘겼으며, 구청 담당자는 우리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여 1인 명의로 등록할 것을 권유했다(1인으로 등록하고 나머지 1인은 비고란에 적는 방식 등을 제안했으나, 결국 법률상으로는 1인 명의로 동물등록을 하는 것). 그러나 우리는 공동명의 등록을 원하며 만약 법적으로 공동명의 등록이 불가하다면 그 근거와 사유를 밝혀 행정법상 '거부처분'을 해달라고 했다. '거부처분'을 공식적으로 받아야 행정소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로마가 가족 모두를 등록할 수 있게끔 법원에 소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구청은 2021년 5월 27일 우리에게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 신청인을 1인만 등록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같은해 6월 4일까지 신청인 1인 또는 현재 신청인 2명 중 1인을 알려주기 바라며 위 기한까지 신청이 없을 경우 동물등록이 불가하다'며 '거부처분'이 아닌 '재신청 요청'을 했다. 우리는 구청의 요청이 법률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 3일 뒤 구청은 '기한 내에 1인을 신청인으로 한 신청이 없었다'며 동물등록이 불가하여 신청을 '반려'한다는 '거부처분'을 드디어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반가운 '거부처분'이었다. 이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행정소송 시작

우리는 거부처분 두 달 뒤인 8월 17일 행정소송 소장을 접수했다(행정소송법상 행정소송 제기는 대상 처분이 있은 후 90일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다). 처분의 위법성에 대해 이렇게 법원에 설명했다.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로 등록한 자는 각종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됩니다. 그런데 1인만 등록을 하게 하면 그 1인은 의무를 과중하게 부담합니다. 그리고 권리행사를 1인만 하게 되어 다른 가족은 배제됩니다.

그런데 피고는 내부 전산시스템상 기술적 어려움만을 내세우면서 위와 같이 원고들의 정상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농림축산부는 단지 기술적인 이유 외에 법적으로는 공동명의 등록을 불가하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침대를 사람에 맞춰서 만들어야 하지, 침대에 맞춰서 사람의 신체를 변형·훼손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 역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고는 심지어 법률근거도 아니고 단지 내부 전산시스템을 근거로 원고의 소유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는 부당한 기본권 침해입니다. 따라서 피고는 내부 전산시스템을 변경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당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현실가능한 대안책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거부처분을 해버렸습니다. 이는 피고 입장에서는 대단히 편리하겠으나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소

1심에서는 패소했고 2심에서는 승소했다. 구청이 3심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우리가 이긴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유감스럽게도 "소유권 행사에 어떠한 법률상 제한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은 다행히 우리 주장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판결문에서 "구 동물보호법 제12조 제1항은 등록대상동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등록대상동물의 등록의무를 부여하고 있을 뿐 등록대상동물을 등록할 의무가 있는 소유자의 범위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구 동물보호법의 위임에 따라 등록대상동물의 등록 사항 및 방법·절차 등을 규정한 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역시 소유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도 수인의 공유자 중 1인의 동물등록 신청만을 수리한다면 나머지 공유자들은 등록대상동물의 등록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담하여야 하는데도 등록의무 이행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게 되어 부당하다"고 했다. 법적으로 1인만 등록해야한다는 근거가 없고, 1인만 등록하는 경우 다른 가족은 불이익을 입는다는 우리 주장의 취지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강조했던 주장에 대해 중요한 문장으로 이렇게 판결문을 마무리 해줬다. "부언하자면 행정청이 구 동물보호법령이 정한 동물등록 신청 규정에 맞추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미비점을 이유로 구 동물보호법령에 적합한 동물등록 신청을 거부할 것은 아니다."

속이 후련한 2심 판결문이었다. 구청은 얼마 뒤 로마 가족인 두 사람 모두를 등록해줬다. 최초의 공동명의 동물등록 사례가 되었다. 2024년 4월경에는 전산시스템을 고쳐 공동명의 등록이 일반적으로 가능하도록 변경했다는 통지도 받았다. 로마는 소송까지 해 가족 두 명을 모두 등록했고 제도도 바꾸어 냈다. 왜 그 주체가 로마인가. 로마가 없었다면, 로마가 우리에게 준 사랑이 없었다면 이 소송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강아지 로마. 류하경 변호사 제공.

안녕, 로마

전산시스템까지 바꾸었다는 통지서를 받은 며칠 뒤 로마가 아팠다. 산책하는데 활력이 없고 밥을 먹지 않기에 병원에 가보니 '급성 신부전'이라고 했다. 신장이 갑자기 나빠져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몸이 아픈 것이었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어디에서 세균이 들어왔는지 원인은 수의사 선생님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로마는 그날 바로 입원해 이틀 동안 수액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이튿날 관련 수치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수의사 선생님은 이제 로마가 다 나았다며, 하나의 스쳐가는 일로 여기시고 평소와 같이 생활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로마를 데리고 나온 밤. 5월 10일의 금요일 봄밤이었다. 바람이 적당히 시원했다. 집에 오는 길 공터에 로마를 내려놓으니 예전처럼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쉬야를 많이 했다. 그 쉬야에 여남은 노폐물이 깔끔하게 다 빠져나가는 게 마치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안도감이 들고 행복이 다시 찾아왔다. 로마가 우다다 내 품으로 뛰어 안겼다.

다음날인 토요일도 잘 뛰놀았다. 그 다음날 일요일에는 힘이 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자 다시 밥을 잘 안 먹고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지난 주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보다는 나은 상태라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저녁에 고구마를 주자 냉큼 받아먹었다. 작은 고구마 하나를 다 먹었다. 그래서 좀 더 안심했다. 그래도 우리는 날이 밝으면 아침 9시 30분에 병원 문 열자마자 진찰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로마는 뽀뽀를 정말 좋아한다. 많이도 한다. 한번 시작하면 1시간도 하겠다 싶을 정도로 멈추지 않는다. 로마 마음에는 대체 사랑이 얼마나 많은 걸까. 우리는 가늠도 안 되었다. 로마는 우리가 자려고 누우면 어디에 있다가도 타다닥 잽싸게 달려와서 품에 기어이 머리를 디밀고 파고들어 팔베게를 했다. 한글 디귿자 모양으로 모로 누워 등허리를 우리 배에 딱 붙이고 팔에 머리를 얹는 모양새다. 한 번의 예외나 있었을까. 늘 그렇게 누워서 같이 잤다.

그날도 내가 침대에 눕자 로마가 왔다. 다른 날과 달리 천천히 걸어서 왔다. 이불을 덮어주자 몸을 몇 번 떨었다. 추울 때 하는 행동이었다. 기온이 따뜻한 날이었다. '얘가 다시 아프구나. 내일 아침 일찍 꼭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만 하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 30분 선잠에 든 상태였는데 로마가 크게 꿈틀거리는 기척에 순간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들추고 스탠드 등을 켜자 로마가 약하게 경련을 하고 있었다. 이내 삐약, 삐약 길게 두 번 아픈 신음을 내뱉었다. 24시간 동물병원 응급실을 검색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다가 몇 초 후 로마를 다시 내려다보니 입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짧은 숨을 내뱉고는 조용해졌다. 숨을 쉬지 않았다. 가슴에 귀를 대보니 심장이 뛰지 않았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흉부를 수십 번 압박하자 로마 입과 코로 공기가 들락날락하며 마치 로마가 숨 쉬는 듯 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손을 멈추면 그 소리도 멈췄다. 입을 벌려 코와 입에 인공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시 흉부압박. 그렇게 8분이 지나고 차로 급히 달려 10분 후 응급실에 도착했다. 로마가 숨을 멈추고 20분 후였다. 수의사 선생님은 생명 신호가 모두 사라졌음을 확인해줬다.

로마를 다시 강아지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로마 몸이 아직 따뜻했다. 아기처럼 자고 있었다. 아무런 실감도 나지 않았다. 우리는 로마에게 작별의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강아지 화장 장례식장을 알아본 후 다시 차로 출발했다. 시끌벅적한 출근 도로를 지나 고요한 아침의 교외 길로 빠져나왔다. 장례식장에서 절차를 안내 받고 로마 수의를 고르고 화장 준비를 기다렸다. 하염없이 눈물과 콧물이 흐르고 이게 다 무슨 일인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수의를 입고 상자에 담긴 로마가 화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유리창으로 보면서 오열했다.

작은 항아리에 담긴 로마가 우리 품에 안겼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할 수 있는 것은 울음뿐이었다. 안녕. 로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기. 그렇게 로마가 떠났다. 2024년 5월 14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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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자전거와 수영과 강아지를 좋아하는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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