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는 '수원 영아살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① 간호사가 본 보호출산제의 문제

오는 7월 19일,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란 명분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됐다. 위기 임산부의 병원 밖 출산과 영아 유기 방지를 위해 보호출산 신청 산모의 정보를 비식별화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아동은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호출산제법은 아동 유기의 합법적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무엇보다 친생부모의 정보 등 아동의 알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 강성희·강은미·용혜인·진선미,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연대,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아동권리연대, 아동인권포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주최한 토론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토론문 중 일부를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첫번째 글은 지난해 3월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 조사를 이끌어내 '유령 아동'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던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의 이다정 간호사의 토론문을 요약했다. 편집자

보호출산제는 수원 영아살해를 막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저는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의 이다정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와 일련의 사건 과정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2004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서울의 모 보육원에서 20년간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보육원에서 일하던 중 헌신적으로 근무하시던 원장님이 정년퇴직하고, 그 후 새 원장님이 부임하셨는데 그분이 부임 2년 차에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피해자를 설득해 법적 조치를 해 대법원을 거쳐 실형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우리 보육원 원장님은 감옥에 갔지만, 작년에 출소했습니다.

이 사건 대응을 함께하시던 변호사님들과 부모 없이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 홀로 사회에 나서야 하는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응원하고자 고민하던 차에 19대 신경림 의원이 발의하여 계속 폐기되던 '출생통보제'를 통과시키기로 하고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를 결성했습니다. 우리는 '출생 즉시 접종하는 B형간염 1차 예방접종의 미이관 사례는 출생신고가 안 되고 사라진 당사자 정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23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세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청구와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였습니다.

마침 그해 3월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진행하는 감사관과 연결되어, 감사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해 6월 21일 수원 가정집 냉장고의 영아 시신 발견을 시작으로 2123명의 미등록 신생아가 발견되었고, 단 9일만인 6월 30일 '출생통보제'가 통과됐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가정집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영아 살해 혐의로 30대 여성이 긴급 체포됐다. ⓒ연합뉴스

수원 사건과 그 뒤에 일어난 몇 건의 사건에 대해 저는 사건은 안타깝지만, 이는 수사기관 과 사법기관의 일이고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모에게 버림받은 출생을 환영 받지 못한 아이들이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라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심리적으로 외면하던 몇 건의 영아살해사건 등을 빌미로 익명 출산, 아동유기 합법화의 '보호출산제'가 10월 6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와 저희 팀의 경거망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에 저는 무한 책임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면 제가 바라본 수원 사건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수원 영아살해사건의 의미

이미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던 고모씨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해 자신의 집 냉장고에 보관하였습니다. 그 후 미등록신생아 확인 과정에서 영아의 시신이 발견되어 범죄가 발각되었습니다.

구속 상태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던 23년 2월 고 씨는 수원구치소 안에서 또 다른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현재는 징역 8년이 선고되어 복역 중입니다.

이 엄마는 다음과 같은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1. 피임 및 임신 중단

2. 베이비박스 영아유기

3. 입양특례법에 따른 출생신고 후 입양

4. 보호출산제(제도가 있었다면)

피임 무지와 임신 중단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출산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은 한 번의 살해에 대한 변명으로는 가능한지 몰라도 두 번의 살인에 대한 변명으로는 부족합니다. 고 씨는 베이비박스를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베이비박스의 한계, 즉 신생아를 영아살해 위험으로부터 구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베이비박스를 옹호하고, '보호출산제'를 찬성하시는 분들은 '보호출산제'가 있었으면 그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호출산제'는 그 정의부터 사회적, 심리적, 신체적인 사유로 아동 양육이 어려운 임산부가 자신의 정보를 비식별화를 하고 출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원사건의 고 씨는 비식별화 즉, 익명출산이 필요한 분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혼외자가 아니므로, 익명출산은 커녕 오히려 저출산 시대에 시급한 보편적 출산비용 전액 지원을 받고 안전하게 출산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하더라도 그가 아이를 살해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한가지는 여러분께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출생통보제'가 통과되어, 정부가 신생아의 출생신고 관리를 했다면, 첫 번째 범죄도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 범죄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 범죄의 발생 이유는 첫 번째 범죄가 완전범죄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수원영아살해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베이비박스는 아동살해를 막지 못했다.

2. 신생아 관리를 하지 않은 정부로 인해, 1차 살인을 완전 범죄로 착각하고 계속적인 영아살인이 발생했다.

3. 신생아 관리를 시작하자 영아살인이 멈추었다. 영아살인은 보호출산제의 핵심인 익명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생아를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즉 출생통보제의 미시행으로 발생한다.

4. 익명성이 필요 없는 수원 고 씨는 보호출산제가 있었다면 입양특례법보다 이를 이용했을 것이다. 양육이 부담스러운 부모에게 보호출산제는 아주 편리하고 매력적인 원스톱서비스 제도이기 때문이다. 익명성은 덤이다. 익명성이 필요 없는 사람이 쉽게 보호출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익명 출산'한다고 인생이 리셋될까요?

베이비박스 아동의 입소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혼모, 혼외자, 경제적 이유, 기타.

그렇다면 이 엄마들은 어떤 도움을 원하는가? 과연 익명으로 출산을 하기를 원할까요?

첫째, 미혼모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서 남의 의료정보와 가족관계등록부를 함부로 볼 수 없습니다. 특히 가족관계등록부의 상세정보는 형제지간에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익명을 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아이, 그리고 누구인가에게 감추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아이의 친부와 친모라는 사실은 비밀로 한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리셋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허황된 익명출산에 정부가 동참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달 동안 아이를 품고 있었던 엄마는 초반에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고, 이후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아이를 유기할지 말지를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엄마는 익명출산해서 인생 리셋하고 애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면 안 됩니다.

둘째 혼외자의 경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른 상황입니다. 결혼은 혼인신고만으로 가능한데 이혼은 재판을 거쳐야하니 이혼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다가 여성이 다른 남성과 아이를 낳았을 경우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혼외자 아이들이 출생신고를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생모가 법적남편이 있어도 혼외자를 자신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던지, 어쨌거나 재판 등의 큰 어려움 없이 생모와 생부의 자녀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출생신고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보여집니다.

세번째 경제적인 이유는 사실 미혼모든 혼외출산이든 수원사건처럼 법적 부부사이이든 아 동 양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제 아이를 낳으면 1억까지도 준다고 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은 돈도 많이 들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품이 드는 일입니다. 지원의 기준을 혼인한 부부로 한정하지 말고 싱글 맘, 싱글 대디를 기준으로 혼자여도 아이를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부부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수월해질 겁니다. 경제적 지원은 보편적 양육지원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미등록신생아 발견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하는 건수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이유는 출생통보제가 시행 전이지만 실제로 신생아를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익명성 유지를 위해 목숨 걸고 모텔, 산,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원 외 출산은 조산 등 출산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연계하여 병원 외 출산 시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여 산후 처치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아이와 산모에게 출생신고 및 양육지원을 해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병원 밖에서 출산한 산모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사회가 그 산모와 아이를 보듬어 주고 시간을 준다면 익명유기라는 극단적인 결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아동, 미숙아, 이혼을 결정한 출산 앞둔 부부의 선택지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는 보호출산제가 장애아동 유기의 선택지가 된다는 경고를 법안 통과 전부터 해왔습니다.

"보호출산법 각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에 대한 보호체계를 마련하고, 이로써 그 태아 및 자녀의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여 영아유기 및 살해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 제 14조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영아를 양육의 어려움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영아유기를 막고자 하는 법 취지에 역행한다 할 것입니다."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동과 미숙아, 이혼을 결정한 출산 앞둔 부부가 심리적 부담 없이 아이를 복지국가 대한민국 보호의 품에 인도하면서 어른들의 권리로 작동될 것입니다. 이는 이 법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기를 유인하는 '보호출산제'는 아동 양육 포기를 아주 간편하게 해주며 익명성은 그냥 덤입니다.

가족 간 발생하는 강력범죄에 대하여

가족 간의 범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영아살인은 특별히 큰 범위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간의 살인범죄는 병간호 살인에서 많이 보이는데, 간병살인은 다양한 연령에서 장애인 자녀를 포함하는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유형과 노인 피해 위주의 간병살인이 많고 살인 후 자살도 많습니다.

가족 간 범죄와 살인을 막겠다며 유기가 특히 익명 유기가 정책적으로 실행되면 신생아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등은 어떻게 될 것이며,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가족이 가족을 살인하는 것은 당연히 끔찍합니다. 어쩌면 일시적인 분리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족이 가족을 살인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영구분리 정책을 중심으로 두고, 게다가 익명으로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국민이 취약한 가족 안에 있을 때 국가는 그 국민을 가족과 분리함으로써 보호를 할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을 함께 도움으로써 그 가족 전체가 일상을 함께 할수록 해야 합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가족이 해체됩니다. 그러므로 복지정책을 펼 때 어쩔 수 없이 가족 보다는 개인 중심의 정책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 자체가 가족을 와해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아이들에겐 영혼이 없다 생각하나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라는 소설은 인간의 장기이식을 위해 태어난 클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 357페이지에 토미가 놀란 듯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죽었을 아이들이니 이들은 모든 권리 박탈을 감수하면서 살라는 것입니까? 혹시 아이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영원히 성인이 아닌 아이로 있을 것이라고 여기나요?

▲이다정 간호사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연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아동권리보장원에 자신의 출생정보를 달라고 하면 무슨 이유로 거부할 수 있을까요? '너는 보호출산제가 아니면 죽었을 아이니 네 출생정보는 줄 수 없다’고 하실 건가요? 결국엔 재판을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인지청구권을 일신상의 권리로 인정(대법원 2001므1353)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부의 경우 아이의 존재 자체를 모르다가 아이의 정보공개청구로 알게 되는 것인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 또한 어마어마하게 반인권적인 상황이고, 국가가 하면 안 되는 행동입니다. 지금 정부는 비도덕적이고, 불필요하고,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만 명의 해외입양이라는 특이한 비극적 전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20만 명의 수는 현재는 거의 한해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이며, 매년 4000명씩 50년간 입양을 보내야 달성 가능한 수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와 대륙을 넘나든 입양이 50만 명인데 우리나라가 20만 명이라는 것은 그리고 국내적으로 연간 수천 명의 아이가 부모와 분리되어 시설아동으로 자라는 것은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는데 매우 익숙한, 그리고 그 방법을 아동복지의 기본 정책으로 여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보호출산제'는 그 역사적 연속성 앞에서 기존의 영아 살인이 산모에게 익명성을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 패닉상태에서 통과된 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호'를 빌미로 인권을 침해하고 모든 권리를 박탈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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