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기 회귀한 윤석열 정부, 노태우 북방외교 본받아야 한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 전환 필요성 커져

역사적으로 동북아시아에는 몇 차례 급격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었다. 삼국시대 동북아 패권국 수·당의 등장, 고려말 원과 명의 교체기, 조선 중기 명청 교체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패권 교체기 역사는 전쟁과 교섭, 화해를 통해 강대한 중국 제국들에 대응해 우리 민족은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왔고 대한민국도 한국전쟁을 통해 패권교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는 미국을 중심인 해양세력과 중국, 러시아 중심인 대륙세력이 세력균형을 이루었고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과의 적대적인 공생관계가 유지되면서 동북아의 현 상태는 지속하고 있다. 세력균형이라고 불리는 국제현상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평화를 지켜냈고 산업화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선진국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냉전이후 한국에 유리하게 진행되었던 동북아 국제질서는 코로나 19시대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새로운 정치 구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러시아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의 평양방문을 시작으로 9월 김정은 위원장의 극동 러시아 방문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북러 관계가 개선되었고, 올해 5월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회담을 위한 중국 방문과 함께 평양방문이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행보이다. 지난 4월 11일에는 일본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개최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올해 하반기 일본 기시다 총리의 평양방문은 가시권에 들어온 듯하고 추후 북일수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평양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며 바이든 대통령의 평양방문도 예상해볼 수 있다.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다급해진 중국은 지난 4월 13일 권력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평양에 파견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북·중 관계 새장을 쓰겠다"라는 확답을 받았다. 평양을 중심으로 동북아 국제정세 재편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

▲ 지난 1월 1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시정연설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뉴스1

1979년 미·중 수교는 우리에게 미국의 외교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당시 키신저 국무장관은 소련과의 정면 대결보다는 사회주의권의 분열과 소련의 고립을 선택했고 당시 중국과 소련의 분열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미·중 수교를 추진했다.

먼저 1972년 중·일 수교를 통해 대화의 통로를 확보했고 핑퐁외교(탁구)라 불리는 스포츠외교를 통해 관계개선을 시도했다. 영화 포리스트 검프의 탁구 장면은 바로 미·중 수교를 만든 핑퐁외교의 한 장면으로 미 현대외교사에 큰 변화를 영화에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 미·중·러·일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은 독재, 인권유린, 전쟁 등의 이미지로 국제사회에 알려졌고 은둔 공화국이라고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북한은 평양 화성지구 건설, 마식령 스키장, 삼지연 개발 등을 통해 개혁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극동에서의 지정학적 위치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고 미국의 패권 약화와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렴한 노동력은 여전히 북한투자에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외교전략은 냉전 시대로 다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정책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의 성공을 모두 과거 냉전 시대로 돌려놓고 있고, 대결적 남북정책은 외교·안보의 큰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동북아 중추 국가로 거듭나고 있던 대한민국이 지정학적 최전방으로 변화되면서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면 큰 외교적 실책이라 할 것이다.

만약 북한과 일본이 수교하고 북한과 미국이 정상 국가관계로 변화한다면 동북아에서의 한국의 위치는 어떠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과거 전두환 정부가 할슈타인 원칙 즉 북한과 수교한 국가와는 수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포기하면서 시작된 대중국, 대소련 외교 관계 수립과 북방외교는 86 아세안게임, 88올림픽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우리 외교사에 대전환으로 기록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맞추어 냉전적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최근 쿠바 수교와 같은 유연한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을 통해 동북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를 본받아 대중국, 대러시아 화해와 협력정책과 미국, 일본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양면 전략을 통해 대북전략을 수정·보완하여 북한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대국들의 외교 전환기를 맞아 북·중·러 밀착을 견제하고 나아가 일본과 미국의 북한과의 수교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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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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