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발전 원칙" 합의 묵살한 전북대…"학생들에 '정의' 가르칠 수 있나"

전북대가 '익산캠퍼스 환경생명자원대학'을 폐지하는 것은 17년 전의 합의문에 명시된 '익산시 발전 기여 원칙'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후안무치 처사라는 익산지역내 반발이 커가고 있다.

전북대와 익산대는 지난 2007년 7월 25일 "국립대 통합정신을 존중해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통합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적극 협력한다"며 '합의문'을 채택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익산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원칙 아래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며 '2개항 합의' 내용을 담았다.

▲익산시 마동에 있는 전북대 익산캠퍼스 내 제2환생대관 ⓒ프레시안

2개항의 첫 번째 항은 '통합안(案)대로 지역특성화 전략 차원에서 (전주에 있는) 수의대를 익산캠퍼스로 이전하고 익산대학의 농학계열 학과를 환경생명자원대학으로 승격 개편한다'는 내용이다.

합의문은 또 2항에서 '익산시의 발전방향과 연계하여 수의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교육연구 기반시설 확충과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등 관련 연구개발(R&D)시설 유치·설립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한다'고 거듭 '익산시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말미에는 '전북도와 익산시는 전북대 수의대와 관련 R&D시설에 국·도비 포함 100억~200억 범위 안에서 지원하되, 100억원은 2012년까지 매년 20억원씩 지원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문에 따라 수의대 본관 신축과 동물의료센터 시설 구축 등에 각각 수십억원씩의 국비와 시·도비가 투입됐고 전주캠퍼스에 있던 수의과대학은 2015년에 익산으로 이전했다.

익산시는 통합 합의문 작성 이듬해인 2008년에 연구시설 기자재 구입비와 수의과대 연구소 신축에 따른 용역비 등 1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10년과 2011년에는 수의대 본관과 수의대 동물병원 건립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의과대학이 익산으로 이전한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환생대의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등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익산시민들이 "예산만 지원받고 대학을 없앤다면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먹튀'가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북대 익산캠퍼스의 '전북동물의료센터' 건물 모습 ⓒ프레시안

익산시민들은 "당초의 합의문은 '익산시 발전에 기여하는 원칙'에 따라 적극 협력하는 것"이라며 "거점국립대가 공적인 합의문을 휴지조각처럼 내팽개친다면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정의와 신뢰를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익산시의회는 "전북대가 100년 전통의 이리농림학교 명맥을 잇는 환생대를 폐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공식 합의문의 원칙을 묵살한 채 익산시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라며 "환생대의 존치와 익산캠퍼스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고 나서 파문은 확산할 전망이다.

올해 3월 29일에 개정된 전북대 학칙'에 따르면 전북대 익산캠퍼스의 올해 입시요강 모집인원은 168명이었지만 2025년도에는 수의예과 50명만 모집할 예정이다.

이 경우 4년 재학생 470여명인 환경생명자원대학 재학생 중에서 430여명이 빠져나가고 익산에는 30여명만 남게 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도 전북대 전체 입학정원은 총 3944명으로 올해보다 단 1명도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익산캠퍼스의 환생대만 없애고 신입생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전북대의 익산 죽이기' 논란이 갈수록 거세게 일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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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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