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부임 비판한 호주 의원에 외교부 "연방정부 대변한 것 아냐"

이 대사 입국 사유인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28일 목요일 열려…이 대사 다음주에도 한국 체류

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에서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된 데 대해 호주 주의회 의원의 비판이 나온 가운데, 정부는 호주 연방정부는 이 대사의 임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며 의원 발언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6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 여당인 노동당 소속 캐머런 머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WS)주 의회 상원의원의 이 대사 임명 비판에 대해 "해당 의원이 연방의회는 아니고 주 의회 상원의원이다. 우리로 따지면 광역지자체 의원"이라며 "그분의 의견이 연방 정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주 연방 정부는 이 대사 임명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3일(이하 현지시각) 호주 촛불행동은 수도 캔버라 연방의회 앞 잔디광장에서 이 대사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국 총집합 시위'를 열었는데, 머피 의원은 이 시위에 참석해 "한국이 이 대사를 이곳 대사로 임명한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들에게도 무례한 것"이라고 말했다.

머피 의원은 "(이 대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물론 호주에 누구를 파견할지는 한국의 선택이지만, 그가 대사로 임명됨으로 인해 중요한 수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명에 대한 결정을 심사숙고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는 더 나은 대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한국 정부가 이 중요한 선택을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하며 이 대사는 한국에서 조사를 받고 한호 관계에 도움이 되는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의 설명처럼 머피 의원과 달리 연방정부는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12일 호주 ABC 방송은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호주는 대한민국과 관계를 중시하며, 이 대사 내정자와 함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 대사 지명자의 신임장 수여 날짜가 적절한 시기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 대사의 입국 사유였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의 주요 일정이 공개됐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어제 주폴란드 대사를 면담했다. 오늘은 주아랍에미리트연합 대사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각각 면담한다. 내일은 주사우디 대사, 주카타르 대사와 별도 면담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번주 목요일에는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일정 중 하나인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가 개최된다"며 "이번 합동회의에는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방사청장 그리고 주요 방산협력 대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공관장들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조망하고 우리 방산수출 관련 현안과 정책과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현황과 우리의 전략, 정책금융 지원 활용과 발전 방안, 현지의 생산 파트너십 활용 방안 그리고 공동 개발과 미래 협력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회의 다음 날인 이번주 금요일에는 6개국 공관장들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하여 방산수출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정책금융지원 제도 현황을 청취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추어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지원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사가 회의가 있는 금요일까지 국내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임 대변인은 "이번주까지 공관장회의 일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공무 수행을 위해서도 국내에 좀 더 체류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지난 21일 입국하면서 밝힌 또 다른 입국 사유인 한-호주 외교‧국방장관회담(2+2) 준비 업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가 외교‧국방장관을 이미 만났고 필요한 유관기관과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며 "공관장 회의 이후에도 합동으로 회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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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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