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권력' 대 '사욕의 야당', 누가 이긴들…

[최창렬 칼럼] '초현실' 총선, '몰염치' 정치가 몰려온다

20일 남겨 놓은 4.10 총선 판세는 더불어민주당의 우세로 전화(轉化)되고 있다. 마지막 변수의 돌출 여하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어서 끝나지 않았지만, 누가 최악인가를 피하는 차악을 선택하는 지금까지의 선거를 복기해 보자.

1월 말~2월 초까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윤석열 정권이 시작된 지 2년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는 당연히 정권 평가가 될 수밖에 없고 지난 윤석열 정권의 성적표는 C학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100석도 얻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세는 변하기 시작했다. 2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회동했고 이 자리에서 탄탄한 '명문' 고리가 형성됐다는 분석과 함께 문재인·이재명 연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여겨졌다. 이후 임종석 전 비서설장 공천 배제와 탈당설, 박용진 의원에 대한 하위 10% 통보, 친명 위주의 공천으로 인한 공천파동, 공천배제 의원들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국민의힘의 공천은 현역 불패, 친윤 위주의 공천이란 점에서 민주당 공천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민주당의 '찐명' 위주의 공천, 친명 원외 인사의 공천이 더욱 부각되면서 국민의힘의 대승을 예견하는 전망이 많았다.

그리고 3월 들어 양당 모두 공천 잡음의 여진 속에 공천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권 심판론이 조금씩 회생하기 시작했다. 물론 2월의 공천 정국에서도 양당 대진표가 완성되면 정권심판론이 선거의 주된 이슈가 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예상대로 선거환경의 변화와 함께 다시 '민주당 박빙 우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기사회생을 견인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효능감이 한계를 노출하자 이러한 구도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양당 후보들의 과거의 막말, 망언 시리즈가 뒤를 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조국혁신당이 검찰독재 타도를 기치로 지지를 결집해갔다. 정권심판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지역구는 민주당과 연대하고 비례대표만 공천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위성정당도, 준위성정당도, 제3지대도 아닌 조국혁신당이 2019년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던 유권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사적 욕망을 공적 목적으로 치환하면서 혈로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박용진 의원의 공천 여부가 민주당 리스크의 전면으로 부상했으나 박 의원의 파란만장한 공천 스토리는 거기까지였다. 국민의힘에는 갑자기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진퇴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나타났고, 황 수석은 사퇴했으나 이 대사 리스크가 최대 악재로 부상했다.

박 의원의 공천 문제는 대통령실 관련 대형 이슈에 묻혔고 선거판이 정리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2016년 여권에서의 청와대와 당의 충돌, 계파갈등에 이어 '옥새파동'으로 이어진 선거가 기시감으로 떠오른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우세 전망과 안철수 국민의당으로 말미암은 야권 분열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122석으로 패했다.

선거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상식적이고 평균적인 국민의 정서와 눈높이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정당이 이긴다. 이번 선거에는 국민의 일반 상식의 수준에 다가서는 정당은 없다. 초현실적인 역대급 최악의 선거, 최악을 피해 차악을 가려내는 선거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다는 의미의 역대급 최악이 아니라 몰염치와 반정치, 비민주의 얼굴을 한 정치 이벤트가 대의 민주주의의 선거란 이름으로 미화되고 포장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남는 건 권력의 민낯과 사적 욕망의 추구일 뿐이고, 한국 사회에 미래에 관한 의제와 공적 이슈는 걸림돌이자 사치일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국민의힘의 열세가 분명하다. 공약과 의제, 정책이 사라진 선거에서 남는 건 특정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선거공학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국민에 대한 반응성에 덜 무딘 정당이 선택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종섭 대사와 관련한 사안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논리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선거는 프레임으로 구조화된 유권자의 인식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 권력은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을 무시하고 있다. 선거 승리로 한동훈 위원장이 '미래권력'으로 부상하는 게 선거 패배보다 더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인가. 정말 소신에 입각해 이종섭 대사의 임명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건가.

선거 이후 21대 국회를 능가하는 최악의 대립 국회가 될 게 명백하다. 만약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여소야대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복기로 볼 때 이번 선거는 권력정치의 최대치가 그대로 드러난 선거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 만약 승리한다면 이재명 대표는 날개를 다는 건가. 국회에 입성할 확률이 거의 99%인 조국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한국의 사법체제가 작동한다면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한국정치가 사적 욕망의 해소와 사법적 문제를 돌파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걸 봐야 하는가. 정치가 꼬여도 너무 꼬였다.

▲제22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에 선거일까지 남은 일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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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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