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거취 논란'에 호주 방송 "부패수사 직면 전직 국방장관 대사 임명"

호주 언론, 교민 시위 전하며 논란 다시 언급…호주 전문가 "외교 능력 때문이라면 다른 곳에 있어야"

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호주 언론은 이 대사 임명이 호주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일(이하 현지시각) 호주 방송 SBS는 "부패 수사에 직면한 전직 국방부 장관이 대사로 임명됐다"며 "이종섭 대사의 도착으로 호주 교민사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지난 13일 약 20명의 한국 교민들이 호주 수도인 캔버라에 위치한 주호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이 대사 임명과 관련한 시위가 열렸다면서, 해병대 부사관 출신 황성준 씨가 "(이종섭 전 장관이) 대사에 임명되는 것이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집회에 참석한 한모세 목사는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대사로 출국하게 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한국과 호주 간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방송에 "국내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수사에 연루된 전직 국방장관이 대사로 임명된 것은 외교 관례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은 캔버라에 이어 시드니와 맬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추가적인 시위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방송은 김성영 맥쿼리 사회과학대학 부교수가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며, "한국 정부가 한-호주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김 교수가 "호주는 그의 대사 부임을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연세대학교에서 호주 정부의 외교 및 대외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로버슨 제프리 부교수는 이번 이 전 장관의 임명을 호주와 한국 간 관계 맥락에서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제프리 부교수는 "호주와 한국은 모두 (상대방과) 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국 외교관들에게 호주는 경력을 높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호주는 젊은 가족들, 은퇴가 임박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라며 "이를 반영했을 때, 만약 이 대사가 외교적인 능력 때문에 임명된다면, 그는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해 외교적인 이유 때문에 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 호주 방송 SBS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SBS 홈페이지 갈무리

이 대사의 거취 문제를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즉각 귀국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진실게임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18일 언론 공지문에서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 간 소환(조사)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책임을 공수처로 돌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이 대사가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에 "해당 사건관계인(이 대사)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사는 17일 KBS와 인터뷰에서 도피성 부임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야말로 정치공세이고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도피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대사직을 수행하면서 도피가 가능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자진 출석한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며 "현시점에서 본다면, 공수처와 이야기가 된 것은 4월 말 공관장 회의 기간에 일정을 잡아서 가는 것으로 조율이 됐다"고 밝혔다.

대사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호주도 한-호주 관계 강화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인도-태평양 전략 및 방산협력 등의 차원에서 전직 국방부 장관이 대사로 온다는 것에 대한 장점이 크다는 것을 호주도 인정하고 있고 많은 기대하고 있다. 국익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며 자진 사퇴 의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사직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주와 관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수사를 받게 되면 일정 조율이라든지 이런 것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대사직 수행에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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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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