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쟤가 더 나빠요 정치' 끝낼 수 있을까?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정치 다시 보기 (3)

드디어 개혁신당이 창당했다. 이준석이 국민의힘에서 결국 쫓겨나자 흐뭇하게 구경만 하던 민주당 지도부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민주당이 제일 무서워했던 게 바로 '이준석 대표'였다. 이준석을 쫓아내고 '드디어 해치웠다'며 성취감을 느꼈을 국민의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연이어 정강정책을 발표하며 탈당 24일만에 창당하는 그 속도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하필이면 같은 날 저출생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오랜만에 두 당이 정책 대결을 했다고 언론도 호평이다. 개혁신당의 등장이 일종의 '메기효과'를 가져왔다. 기존 양대 정당의 정책 경쟁에 불을 지핀 자극제가 된 것이다.

개혁신당이 가져온 '메기 효과': 개혁과 정책 대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우리가 이재명, 윤석열보다 뭘 잘하냐고 물으면 개혁"이라면서 "개혁성을 기준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국민 표를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개혁의 내용은 2~3일 간격으로 발표 중인 '개혁신당 10대 기본 정강·정책'에 담겨있다. 방송법 개정을 시작으로 교육, 주식 문제부터 무분별하게 기업 총수 동원하는 '떡볶이 방지법'이나 국정원 특활비 폐지 등 전방위적이다.

특히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논쟁을 일으키며 대한노인회의 격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김호일 회장은 "망나니 패륜아 짓"이라며 맹비난했다. 폐지보다는 '연령 상향'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혁신당의 이 정책 제안은 논쟁과 함께 토론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서울지하철의 2022년 적자가 1조2000억 원으로 3년 연속 1조 원대 적자이고 누적 적자는 17조 원이다. 부산교통굥사도 연간 적자가 4000억 원 수준이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시내버스 업계에 지원한 보조금 문제도 이에 못지않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전국 7대 도시 시내버스 보조금 총액이 2조를 넘어선다. 문제는 보조금이 버스회사 사주의 배만 불릴 뿐 아니라 심지어 투기성 사모펀드가 버스사업에 뛰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논하고 개혁해야

대중교통 적자 문제는 거의 모든 선거 때마다 핵심 의제로 떠오르지만 정치권은 해당 지자체의 일이라며 해결방안 마련을 외면해왔다. 또 다른 사례는 국민연금과 교육 문제다. 교육은 문제의 다층성, 복잡성 때문에 더 깊고 본질적 논의가 필요하다 볼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 문제는 정치인들의 무책임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 사례다.

참여정부 유시민 복지부 장관 시절 논란 끝에 국민연금을 개편한 것을 마지막으로 15년이 넘도록 정치권은 이 문제를 외면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추락을 감내하며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정치인은 없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폭탄 돌리기 하듯 떠넘기기 바빴던 것이다.

결정을 외면하는 정치인들, 자격 없어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은 '제때 결정'해야 한다. 현안 파악하고, 정보 분석하고, 의견 수렴했으면 결정을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결정을 미룬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고령화, 지방소멸, 빈곤문제, 양극화, 기후변화, RE100 등 시급히 대응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정치권이 해법을 내놓은 걸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로봇세도 10년 된 쟁점이지만 정치인들은 관심 가지지 않는다. 타다 문제는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에도 (특히 민주당은) 애써 못 본 척하고 있다.

국민이 300명의 국회의원들을 뽑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를 위해 '판단'하고 국민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모든 판단과 결정이 선하고 진리일 수 없다. 때로 적절하지 않은 결정, 때이른 결정, 심지어 틀린 결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이 있다.

'틀린 결정'이 '지연된 결정'보다 낫다!

'틀린 의사 결정'일지라도 '지연된 의사 결정'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우선 (공부 안 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날자 미뤄준다고 공부 더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오래 생각한다고 꼭 맞고 옳은 결정을 하는 것도 아니다. 또 갈등이나 현안이 등장했음에도 판단을 않는 것은 정책이 옳고 틀리고는 고사하고 국민 입장에선 문제 해결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이다.

결정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고 정치인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개혁신당의 노인 무임승차 폐지 정책은 설사 틀린 정책(?)일지라도 논의를 거치며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혹여 특정 정책이 착오였음이 드러날지라도 국민은 더 좋은 정책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총선을 앞두고 제 당들의 정책 경연을 보고 싶다.

▲개혁신당 지도부.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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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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