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중국과 '최선을 다해' 멀어질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중관계, 중국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렸다. CES는 전자제품 전시회이긴 하지만 우리의 삶이 미래에 어떻게 바뀌는지 미리 볼 수 있는 공간이라 일반인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우리나라의 혁신 제품이 단연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었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중국 기업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Huwai) 같은 대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중소 신생(Start-up) 기업의 혁신 제품이 구매자의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됐다.

특히 중국의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기술의 수준이 선도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첨단 제조업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듯하다.

CES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한국이 독보적으로 많은 '혁신상'을 수상했고, 신생 기업이 놀라울 정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이를 얼마나 상업화하고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이런 시점에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씨가 마르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비판적 시각과 의혹의 시각

지난 1년 '우리는 왜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중국과 멀어지려고 할까?'에 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가장 핵심 요인은 중국이 무엇을 하든 우리는 중국을 '의혹'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다.

이 의혹의 시각은 전문가 그리고 언론에서 시작된다. 의혹의 시각은 비판적 시각과 달리 출발점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을 먼저 인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시작된 인지는 쉽게 그 중립성과 객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지난해 연말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반간첩법'(反间谍法) 개정이 대표적이다. 중국으로 여행가는 일반 민간인까지 이 법 때문에 전전긍긍할 정도니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법이어야 한다. 반간첩법에 관한 설명자료나 언론보도를 보면 하나같이 국가의 '자의적 해석'에 초점을 맞추어 누구나 반간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정치 사회적 체제가 달라서 한국에서의 일반적 행위가 중국에서는 불법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정도는 당연한 반응이다. 문제는 그 어조에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너도나도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 조성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논의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사드 때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자의적으로 보복조치를 하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전혀 없었는데도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속했는지 되묻고 싶다. 실제 통계를 보면 사드 때도 여전히 중국에서 영업활동과 수출을 잘했던 기업들도 많았다. 이를 미루어 보면 '자의적' 이라는 것이 막무가내는 아닌 듯하다.

한편 중국의 반간첩법과 같은 법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제정되어 있다. 법이라는 것이 인간이 그 국가의 상황에 맞게 만드는 것이다 보니 법률적 흠결이 있을 수 있고, 시대의 상황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과정에서 당국의 '자의적 해석'은 중국만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의적 해석이 꼭 부정적으로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또 법은 기본적으로 선량한 시민을 해하기 위해 제정하지 않는다. 반간첩법을 비롯하여 모든 법률이 마찬가지다. 불법적 행위를 하거나 의심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법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요는 중국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처음부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객관적이고 근거 있는 적절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대비하고, 대처할 필요는 있다.

중국을 이기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중국은 미국이 아무리 다리 걸고 잽을 날려도, 중국이 시행하는 각종 정책과 법률제정에 한국이 설레발을 쳐도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대국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국내 문제 해결만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되는 많은 법률이 사실은 중국인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중국은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100주년을 맞는 2049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중국은 기를 쓰고 승리하겠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패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 및 발전시켜 2049년 사회주의 국가로서 선진국 반열에 드는 것이 중국에는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러 문제를 통제하는 것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의 시각에서 중국 국내 정책과 법제가 사회주의적 성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과 관계 때문에 '사회주의', '공산주의'하면 첫 글자에서부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듯 중국도 사회주의라는 하나의 정치 사회체제를 채택한 것이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인정해야지, 계속 의심의 눈초리로 무시만 한다면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러다 결국 우리만 당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입장에서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무한한 기회의 땅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가 처음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여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를 생각해 보자.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통제도 심하고, 정부 당국의 감시와 온갖 부정부패로 더 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때 10억이 넘는 인구가 삼성 핸드폰과 같은 한국 제품을 동경하게 했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은 비교적 투명해졌고, 제도화되고, 선진화되었다. 그런데 지금이 그 때보다 더 문제인 것인가?

중국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 그간 발전한 중국의 실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비교되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고, 경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은 숙명이다. 경쟁에 뒤처진다고 해서 비난받을 것이 아니고, 남이 나를 앞선다고 해서 나무랄 것이 아니다. 선의의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2024년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 중미 간 갈등, 미국 대선 등 대외 불안 요소가 산적해 있다. 이제 더는 중국이 이런 대외 불안 요소에 포함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을 색안경이 아닌 객관적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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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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