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심판론 반사이익만 노리나

[박해성의 여의대교] 소선거구제의 역설, 이번 총선에서는?

올해 4월 10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80일 남짓 남았습니다. 여느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 역시 역대급 혈투가 예상됩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여소야대 국면 타개가 절실합니다. 남은 3년의 국정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회 과반 의석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35%에 그친 '여당 다수 당선' 응답을 훌쩍 앞섰습니다. 중도·무당층에서 정부 견제론이 크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 300석의 의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선거 이틀 전 여론조사(한국갤럽, 2020.4.13.)에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9%에 달했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도는 각 41%, 25%로 여권에 유리한 여론환경이 형성돼 있었습니다. 일견 민주당의 압승이 당연해 보이는 상황입니다만,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해석이 좀 달라집니다.

통상 정당에 대한 지지는 비례대표 선거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므로, 당시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먼저 복기해보겠습니다. 의외로 비례 1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차지했는데 940만여 표, 득표율 33.8%로 19석을 얻었습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930만여 표, 득표율 33.4%로 17석을 차지했습니다.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결과를 보면 양당이 팽팽하게 경쟁하는 구도로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양당의 승패는 79석의 차이가 벌어진 지역구 선거에서 갈렸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크게 앞섰던 걸까요? 민주당은 모두 1430만여 표를 얻었는데 득표율로 환산하면 49.9%입니다. 미래통합당의 득표수는 1190만여 표로 41.5%에 해당합니다. 두 정당의 지역구 총득표율 차이는 8.4%P였습니다. 그러나 전체 253석인 지역구 의석 비율로 환산하면 민주당은 64.4%, 미래통합당은 33.2%를 차지했습니다. 양당의 의석 점유율은 무려 31.2%P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걸까요? 총득표수와 의석 점유율의 불일치 원인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 제도입니다. 승자독식의 단순 다수결 제도로, 한 표라도 많이 받은 사람이 당선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우리와 같은 소선거구제 방식에서는 접전지의 선거가 전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접전지는 어느 정도나 되길래 득표수와 의석 비중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나타난 걸까요?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5%P 이내로 승패가 갈린 지역은 53개로, 전체 지역구 의석의 21%에 달했습니다. 선거구 다섯 곳 중 하나가 초접전지였던 셈입니다. 이 중 민주당이 31개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새누리당은 22개를 차지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구 총 의석은 민주당 110석, 새누리당 105석으로 다섯 석 차이가 났습니다.

4년 후인 2020년 총선에서는 이들 초접전지 중 무려 41개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얻은 의석은 12개에 불과했죠. 이 승부가 양당의 전국 득표율 차이를 훌쩍 뛰어넘는 의석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보다는 외형적인 승리만 기억하는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높은 기대치가 관건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재의 의석을 초과하는 승리를 거두어야 하고, 정권 중간평가라는 성격상 지난 총선에서 얻은 180석은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중도·무당층의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200석까지 언급하기도 합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데요, 헌법개정이나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글쎄요, 우리 국민이 과연 그런 선택을 할 거라고 믿는 걸까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한국갤럽, 1.12)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4%로 나타났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 모두 상당 기간 30%대 초·중반 박스권에 갇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가 59%에 이르는데, 민주당이 이 민심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심판론에만 기대기에는 민주당의 입지가 상당히 취약해 보입니다. 민주당이 과연 어떤 계획으로 이번 총선에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5~30% 수준의 무당층이 존재하는 이런 정치 환경에서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제3지대의 움직임이 여의도 정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소구하려는 유권자는 정권 견제 필요성에 동의하는 중도·무당층입니다. 신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면 이들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겠죠.

국민의힘은 낮은 국정 지지도로 인해 정부와 차별화하지 않으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권의 2인자로 불리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정치개혁 등 정책과 비전 제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권 내 새로운 구심력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인 것 같습니다.

신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신당은 다양한 이념과 스펙트럼, 목표를 가진 세력들의 통합 여부가 관건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한동훈 위원장은 수직적 관계에서 출발한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가 아킬레스건입니다. 한 위원장의 독특한 스타일만으로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하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저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확연히 달라진 시민들의 선택으로 정치권이 깜짝 놀라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정권 심판을 위해 영 마음에 들지 않아도 민주당을 선택한다든지, 양당 심판을 위해 흘러간 정치인들을 내세워도 신당을 찍어준다든지, 젊은 정치 신인의 뻔한 위장술에 속아 또다시 혹시나 하며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입니다.

결국 국민의힘과 민주당과 신당(혹은 신당들)이 어떤 인물을 후보자로 공천하는지가 이번 총선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검사 일색의 국민의힘, 친이재명계 일색의 민주당, 양당 공천탈락자 일색의 신당이라면 쇄신에, 통합에, 새 정치에 실패한 세력으로 규정될 것입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으며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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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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