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은 왜 정동영과 손을 잡았나?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정치 다시 보기 (1)

작년부터 이어진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종합하면 대충 35%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부정평가는 무려 60%를 넘나든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을 윤석열 대통령을 간판으로 내세워 치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높다.

그런데 당 지지율을 종합해보면 황당하게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경합 중이란다. 아무리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싫어도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는 중도는 없다는 의미다. 국민은 양 당 모두 불신한다. 양 당 모두 심판할 기세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이브 미쇼는 타락한 현대미술을 개탄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절명케 해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노력하면 한국 정치 고쳐 쓸 수 있을까?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양 당 정치인들이 마음 고쳐먹고 국민 위한 정치를 할 것 같나?

한국 정치 고쳐 쓸 수 있나?

정말 문제는 이 능력 미달 양 기득권 정당이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 정치에서 협상, 절충, 타협, 양보는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양당 구조에선 한쪽이 파행을 작심하면 끝이다. 바꿔 말하면 '국정 올스톱'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원래 이재명 대표가 수차에 걸쳐 공언하고 약속한 대로 연동형으로 가고 다당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사실 '양당제'는 죄가 없다. 문제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은 준수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수준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시쳇말로 한국 정치가 '퍼져버린 것'이다. 지금 양 당 내에서 병립형을 주장하는 이들의 속내는 오직 '더 많은 의석 수'에 꽂혀있다. 다른 말로 권력욕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에 절실한 것은 정상화이다. 극단적 대결이 아닌 소통이다.

양당의 독점적 기득권, 교섭단체 기준 낮춰야

지금의 정치인들이 개과천선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치에서 사라진 대화를 다시 불러오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바로 교섭단체 확대다. 현재의 의원 300석 구조에서 20석 이상의 당이 생기면 한 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결국 2개 이상의 정당이 대화하고 연합해야 국회가 돌아간다.

그런데 '제3당'이 아니더라도 국회가 보다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교섭단체의 확대이다. 사실 교섭단체의 권한은 막강하다. 모든 상임위 안건은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사항이다. 비교섭단체는 왕따 신세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게 구걸하다시피 해도 안건 하나 올리기 힘들다. 반면 교섭단체가 되면 당의 발언권은 수직상승한다. 당 존재감이 급등할 뿐 아니라 당 대표는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지금 국회는 제3당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3교섭단체 만들어져야 국회운영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창당 작업에 나선 정치인들도 그 성공 여부를 교섭단체 구성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회찬이 '교섭단체 기준을 10석으로 줄이자' 그토록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 방안은 교섭단체가 많아질수록 자신들의 기득권에 축소를 염려하는 양 당의 욕심 때문에 수십 년째 가로막혀 있다. 양 당이 싸우기만 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지금의 구조는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2018년 4월 여의도에서 진기한 풍경이 연출됐다.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구성한 것이다. 노회찬, 정동영, 심상정, 조배숙, 김경진, 김종대 등이 한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것이다. 한쪽은 보수, 다른 한쪽은 진보로 추구하는 가치와 지지자 기반에 전혀 달랐지만 정치적 결단을 한 것이다. 평화와 정의 의원 모임 탄생으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까지 4개 교섭단체가 동거하는 체제가 됐다. 그러나 노회찬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그 노력은 4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구체제는 허물어야

총선을 앞두고 탈당과 창당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또 정의당이든,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는다. 이념의 해체기다. 그야말로 '합종연횡의 시대'에 와있다. 소국들이 힘을 모아 강국에 맞서듯, 거대 기득권 양 당에 대항하는 힘들이 꿈틀대고 있다. 상상력의 경연장이다.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앙시앵레짐, 즉 구체제다. 낡고 무능하다. 한국의 사회, 경제 발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구체제다. 고쳐 쓸 수 있나? 허물어야 한다.

▲노회찬과 정동영 ⓒ노회찬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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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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