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가 '반값' 자동차가 아니듯 토지임대부 주택은 그냥 '반전세'일 뿐

[기고] 적립 선택이 가능한 지분공유 주택이 대안이다

반값주택이라는 허울, 그리고 토지임대부 주택의 타락

리스 자동차에 선납금이나 보증금 50% 내고, 나머지에 대해 월임대료를 낸다고 해서 그 차를 반값 자동차라 하진 않는다. 그게 '반값 자동차'라면, 선납금 0%에 월 30만원의 리스비를 내는 K사의 2024년형 '모0'은 '무상 자동차'라 해도 될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매매가격 6억의 집이 전세가 4억일 때, 이를 ‘3억에 50만원’으로 전환하여 처음에 3억만 낸다고 ‘반값 주택’이라 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경우에는 이미 '보증부 월세'나 '반전세'라는 이름이 있다. (전세가율66%, 전월세전환율 6% 기준)

이런 반전세 주택을 '반값의 내 집'이라고 하면 허위광고가 될 것이다. 최근의 전세사기들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최근의 SH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식 입주자공고문(2023.12.29.)이나, 이에 대한 홍보에서는 ‘반값’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굳이 반값이라고 포장하지 않아도, 토지임대부 주택은 충분히 의의가 있는 모델이다.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여, 불로소득이나 시세차익의 원천인 토지의 지분은 공공이 소유하는 방식은 싱가포르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지분 분리형' 주택은, 당장 한국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이유 중 하나는 외국에 없는 '전세'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의 취지를 살려서 시세차익을 얻지 못하게 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전세나 반전세 만도 못한 주택이 될 수 있다.

거기에 지난 2023년 말의 주택법 개정은 난맥을 더했다. 흥행을 위해서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하니, 제도는 복잡해지면서도 취지에서는 타락한 셈이 되었다. 이럴 거면 토지임대부를 뭐하러 하나 싶을 지경이라 안타깝다.

이제 실행과정에서 또 다른 난관에도 마주칠 텐데(전매제한 기간 중 이사, 입주자의 대출 가능성, 훗날의 재건축 등), 안 되는 걸 하려 하다보면 마치 천동설에서의 태양계 모형처럼 억지 보완책이 자꾸 보태질 것이다.

분명 값어치 있는 시도였다. 해 보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통찰도 많이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히 주장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지동설이 간단하고 설명도 쉽다. 그런 대안이 있다.

▲ 천동설(좌)와 지동설(우)에서의 태양계 모형. 천동설에서 행성들은 공전 궤도상에서 또 이유없이 공전을 한번 더해야 한다. 반면 지동설처럼 태양을 가운데 놓으면 많은 것들이 쉽게 설명되며, 사실에도 부합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학습관

최근의 논쟁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서는 2006년 당시 홍준표 국회의원이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 최근엔 김진유 교수(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조정흔 감정평가사(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이성영 연구원(세종대 부동산학 박사과정, 동천 주거공익법센터 연구원),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논지를 전개했다. (이하 직함 생략)

김진유는 이미 2021년의 "'반값인데 반갑지 않은' 토지임대부, 최초 입주자만 로또”라는 제목의 한국일보 칼럼에서 해외 여러나라의 토지임대부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며, 이들의 성과와 한계를 감안한 차분한 논의를 주문했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자가소유 촉진과 지가상승 이익의 공공환수 등 장점이 있지만, 최초 계약자에게 너무 큰 혜택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년뒤 2023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최초 입주자에 대한 혜택을 오히려 추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3인의 논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조정흔은 비판과 환영의 지점이 공존한다며, 사인간 거래는 문제의 소지가 있으나, LH 이외에도 SH등 지방공기업도 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짚었다(2023.12.13.프레시안,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폭등, 주택부족 해소하고 청년 살릴 절묘한 대책은?” 편).

조정흔은 SH가 토지임대부주택으로 공급하는 마곡지구 10-2단지의 지난 10월 사전청약접수 결과가 69.4:1이라는 인기를 낳은 배경을 가격 경쟁력에서 찾았다. 구체적으로는 건물분양가가 인접한 민간 아파트의 동일면적 매매가의 1/3 이하이며, 토지임대료는 ‘구매하며 나머지 2/3를 대출로 조달했을 경우’의 원리금 상환액에 비해 1/6수준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사인간 거래를 통해 첫 분양자가 시세차익을 독식해가는 문제에 대해서 그는 토지임대료를 제대로 걷을 것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그렇게 하면 공급자가 시세차익을 미리 환수하는 효과가 있고, 건실한 재무구조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틀 뒤 이성영은 SH사전청약과 사전예약에는 차이가 있으며, 흥행이 이어질지 의문이고, 흥행을 위해 제도가 변질된다면 차라리 다른 대안이 낫지 않느냐는 주장을 펼친다(2023.12.15.프레시안[기고]"땅은 공공, 건물은 개인소유 '반값아파트', 성공할수 있을까").

원래 공공분양 사전'청약'은 허수 지원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청약을 취소하거나 당첨후 본청약을 포기하면 패널티가 주어진다. 허나 이번 SH는 사전‘예약’이라는 별도의 방식으로 입주자를 모집해서 일단 신청한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성영은 본 청약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조정흔의 보완책처럼 ‘충분한 토지임대료’를 책정해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흥행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혹은 흥행을 위해서 토지임대료를 낮게 책정하고 사인간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도 보장하게 된다면 토지임대부의 애초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게 되니, 그럴바엔 차라리 ‘수익공유형(지분공유형)’이 낫다고 주장한다.

이강훈의 비판은 더 강도가 높다. 그는 지금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최초 분양자만 시세차익을 얻게 해준다고 한다(2023.12.29.오마이뉴스 “[주장] SH김헌동 사장이 추진하는 '반값아파트'의 문제점”).

그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또 다른 맹점도 지적한다. 서울 서초와 강남의 LH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10년동안 매매 실거래가 신고가 하나도 없음을 밝혀냈다. 그 배경은 신규 구매자가 높아진 호가를 감당할 만큼의 은행대출이 못 받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토지 지분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강훈은 또한 향후 건물 수명이 다할 시점에서 ‘재건축 요구시’ 토지주인 공공이 이를 수용하면 ‘지상권’을 인정하는 선례가 되고, 그렇게 되면 ‘공공택지의 사적 전유의 가능성’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세 명의 입장을 정리하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LH외 거래 허용’에 대해 조정흔은 SH등 지방공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점을 좋게 본 반면, 이성영과 이강훈은 ‘사인간 거래’는 토지공개념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여겼다.

다음으로 ‘토지임대료의 수준’에 대해서 조정흔은 ‘인기가 있을 만큼 낮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사인간 거래 허용’을 해도 시세차익을 못 얻을 만큼 토지임대료를 많이 받으면 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이성영과 이강훈은 걱정이 많다. 공급자가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서나 시세차익환수라는 취지를 달성할 만큼 충분히 높게 책정하기 어렵고, 만약 높게 책정하게 되면 반대급부로서 매각시 시세차익 추구를 막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토지임대료의 적정 수준’과 ‘시세차익 허용 여부’와 ‘정책의 수용성(흥행)’ 사이의 복잡하게 충돌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SH가 추진하는 이 제도는, 특히 주택법 개정 이후 더더욱 그 취지를 잃었다고 비판한다. 그리하여 차라리 ‘공공환매-이익공유형 분양주택’이나 임대료가 저렴하여 저축을 할 수 있는 공공임대를 늘리거나(이강훈), 제도가 간명한 ‘수익공유형(지분공유형) 분양주택’을 늘리는게(이성영) 낫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문제의 근원을 좀 더 파헤치려 한다. 지난 12월의 주택법 개정으로 ‘타락’하기 이전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들, 예컨대 ‘기본주택 분양형’에서 다룬 모델이나, 이미 기존에 몇 번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들은 괜찮냐는 것이다.

애초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한국에 맞지 않는다.

경기 군포시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2007년 미분양율이 78%로, 2009년에 모두 일반분양으로 전환되었다. 아무리 공공성을 높여 설계해도 '아무도 찾지 않으면' 공사비만 날리게 되니, 고육지책이었을지 모르겠다. 과연 흥행 측면도 중요하긴 하다.

서울 서초와 강남에서는 청약률도 높았고 현재 매매가도 높게 나오니 '흥행'에 성공한 경우로 많이들 평가한다. 그런데 재건축시의 토지임대계약 연장여부가 향후 관건이다. 그런데 이강훈이 지적했듯, 현 시세라는 것이 사실은 실거래가 한 번도 없는 '호가'일 뿐이거니와, 토지임대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1) 건물 노후화와 토지임대계약 만료시에는?

40년짜리 토지임대 계약은 현재로서는 건물소유주의 요구시 +40년의 1회 연장이 가능하지만,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재건축 할 수 있다. 만약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토지계약연장도 안되면, 자연상태에서 건물가격은 감가상각하여 0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토지 반납시 원상회복의무라도 있으면 철거비를 내야할 지도 모른다.

설마 공공 토지주가 원상회복까지 요구하진 않겠지만, 정비 시점에는 그 방식을 둘러싸고 수백명의 입주자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갈릴 것이다. 공공은 (지상권 인정시) 특혜시비, (지상권 불인정시) 집단 민원 및 현 거주자들의 주거권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어찌어찌 토지계약을 연장하고 재건축도 한다 하더라도, 80년 뒤엔 계약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쳐온다. 잘 되면 특혜고, 안되면 주택이 슬럼화되는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이미 서울 용산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엔 '지적 미확정'을 이유로 시유지 위에 건축물만 분양한지 50년이 넘은 '중산시범' 아파트는 1996년에 이미 재난위험진단 D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 지분이 없어서' 재건축을 못하고 있다.

2017년 서울시가 토지를 건물소유자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매매가 4억대로 올라섰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다 받지 못해서 토지 매입 진행이 안 되었고, 그해 6월 2건의 매매 이후 2024년 1월까지 지난 7년간 거래는 0건이다(호갱노노 기준)

여담인 듯 여담이 아닌데, 중산시범의 경우 전세는 최근에도 2억5000에 계약이 나갔다. 위험진단D등급이어도 전세로 사는 건 괜찮은 걸까. 전세가율이 낮으니 깡통전세만 아니면 되는 걸까.

이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중 전세로 나온 주택들은 '보증보험 가입'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LH서초의 경우 7억2000짜리 전세도 있고(2023년 말), 용산의 중산시범은 3억짜리(2022년 초) 전세도 있다. 그런데 이 집들은 임대인(건물주)에게 토지지분이 없는데,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을까? 또는, 건물소유주는 자기 건물을 임대할 권리가 있겠다만,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그러는 건 애초 토지임대부의 취지에 맞는 걸까?

2012년에 약 2억원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이 2023년에 7억에 전세를 주라고 공공의 토지를 저렴하게 임대하는 걸까? 무슨 명분으로..?

다시 노후화 문제로 돌아와서, 앞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토지임대계약 만료시점에서 건물의 상태는 어떨까? ‘장수명주택’으로 지으면 문제가 없을까? 그럼 100년 후에는, 토지지분은 없고 건물가치는 0에 가까워진 소유주들 수백명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까? 후손들이 알아서 할 문제일까?

2) 시세차익 막는 '규제' 입장 외에도,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차원에서는?

공공이 환매할 수 있게만 하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문제가 없을까? 지상권이 없는 주택에는 건물가치 이상을 보장해주기 어려우니 지상권을 부여하는 듯 하면서도 사유재산침해 논란은 극복하는, 그런 고차방정식을 풀어낸다고 해도 말이다. 시세차익만 막으면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이 실현될까?

이번 SH 마곡 16단지의 73.4m2 51형 주택은 건물가격 약 3억원, 토지임대료 약 50만원으로 책정될 것이라 한다. 3억이라는 돈은 월급 500만 원인 사람이 절반씩 저축해도 10년쯤 걸리는 액수다. 신청 자격 중 소득요건을 보면 일반공급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00% 이내인데, 2023년 기준 2인가구의 경우 이는 494만원정도 된다. 이들 중 현금으로 3억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대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토지지분은 없고 '감가상각하는 건물'만 소유할 사람들에게, 은행이 대출을 해줄까? 무슨 근거로? 이제 토지주 SH가 개별건물주의 빚보증까지 해주겠다고 나설 것인가?

3) 퇴거시, 건물 가치 이상의 환매가격을 무슨 근거로 보장하는가?

처음에는 어찌 들어갔다 쳐도, 건물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면 높아진 주변 시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이사를 못나가는 '벼락거지'와 '갇힘 효과'를 걱정해야 한다. 전세는 그나마 원금이나마 받고 나가서 다른 집을 구하는데, 매달 토지임대료까지 내면서 살던 '반전세'나 다름없는 집에서 나갈 때 '건물값' 보장도 불확실하다면 심히 곤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체감상 유사한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반전세에 비해서도 불리해진다. 전세는 최근에 여러 문제를 일으켰지만, 어쨌든 임대인에게 '보증금' 원금에 대한 반환 의무가 명목상 있다. 그런데 토지임대부 주택의 입주자는 '건물주'로서 건물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완공 순간부터 낡기 시작한다. 감가상각할 건물의 가격에 대해 SH는 복잡한 산식을 적용하여 원가 이상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데, 근거가 무엇일까?

환매기관이 건물가치 이상으로 지급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건물주에게 '지상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자칫 또 특혜가 된다.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 토지임대료를 충분히 높인다면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다. 한편, 지상권이 있고 건물이 온전히 개인의 소유라면, 이의 환매를 요구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도 있다. 여러모로 어렵다.

이쯤에서 그러면 외국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를 보면, 국유지가 90%, 국민 80%가 토지임대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토지임대료가 저렴하고, 주택구입시 99년치 토지임대료를 한번에 내기 때문에 월세 수준의 부담이 없다. 암스테르담은 시유지가 80%다. 이 집에서 나가도 다른 집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갇힘’효과가 없다.

그리고 외국에는 ‘전세’가 없다. 한국에서 아주 소수 물량을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전세와 경쟁하면서, 공공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곡예를 부려야 하는데, 재건축시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오리무중이다.

물론 우리도 싱가포르나 암스테르담처럼 국공유지가 80%가 넘고, 이 집 외에도 토지임대부 주택이 충분하며, 지상권 이슈도 정리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지지하는 분들은 ‘꾸준히 늘려나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몇십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이런 리스크 속에 매년 수백, 수천세대를 몰아넣으며 가야할까? 더욱이, 더 좋은 대안이 있는데 말이다.

대안은 지분 분리가 아니라 지분 공유 주택

지분공유 주택은 토지와 건물을 하나로 보고 지분을 공유는 것이다. 입주자가 지분을 차차 적립하여 최종적으로 100%를 소유하는 ‘지분적립형’주택도, 적립 과정에서는 지분공유형 주택이 된다. 지분공유 주택은 ‘지동설’처럼 깔끔하다. 지분만큼 수익도 손해도 나누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Equity Sharing'이라는 개념으로 비슷한 모델이 시도된다.

지분공유(및 적립)형 주택은 전세나 토지임대부(건물분양) 주택보다 훨씬 좋은 점이 많다. 우선 비교의 편의상 5:5의 지분공유 주택을 전세와 토지임대부와 비교해보자. 6억짜리 주택의 전세가율이 66%라면 보증금은 4억원이다. 토지와 건물의 가치가 3억원으로 같다면, 토지임대부든 지분공유든 모두 입주자의 초기부담금은 3억원이다.

1) 환매 조건과 근거가 깔끔하다

우선 환매 문제가 간단히 풀린다. 토지임대부의 경우 환매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약이 필요하고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분공유형은 그렇지 않다. 현행 민법체계에서도 일부 지분의 처분시에는 다른 공유지분권자(=공급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입주자의 지분을 공급자에게 되팔 때만 동의해주면 된다.

한편 환매는 ‘의무’인 동시에 ‘권리’가 된다. 이사 가고자 할 때는 공급자가 즉시 지분을 매입해주니, 환매‘조건’부이기도 하지만 환매‘보증’부 주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계속 거주권’도 중요하지만 ‘적시 이주권’도 주거권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관점에선 지분공유형 주택이 ‘보증금은 뒷사람에게 받아서 주마’라며 세입자의 애를 태우는 전세는 물론,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떠날 수 없는 자가 주택보다도 유리하다.

2) 시세차익도 일부 공유하며, 갇힘 효과를 막을 수 있다

지분공유 주택은 민간 전세와 달리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없으며, 입주자에게 토지지분도 있으니, 토지임대부 주택과 달리 원금 이상을 보장할 근거가 확실하다. 주변 시세가 올라간 경우도 '벼락 거지'의 걱정을 (지분 만큼) 덜 수 있으므로, 토지임대부 주택보다 적은 물량으로도 '갇힘 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

공기업 입장에서 공공전세와 비교할 경우, 전세보증금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지분공유주택에서는 입주자가 낸 돈이 공공 몫의 지분이 되니 서로 윈-윈이다. 원금 이상을 챙겨주는 공기업 입장에서도 지분대로 나누는 것이니, 특혜도 아니고 배임의 우려도 없다.

공공성을 매우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왜 입주자에게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느냐'고 비판할 수 있는데, 어차피 나중에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토지임대부나 지분공유형이나 시세차익 차단효과는 마찬가지다.

3) 대출도 쉽다

입주자의 초기비용 마련을 위한 대출의 근거도 확실하다. (심지어 전세보증금보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토지지분'도 가지기 때문이다. 5:5 지분공유의 경우, 은행입장에서도 입주자 부담분 5에 대해 전액을 빌려줘도, 주택 가치 전체로 보면 LTV 50%수준이고 공공이 환매해준다니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없다.

관리비나 수선충당금은 어떨까? 토지임대부의 경우, 공공 토지주는 건물을 소유하지 않았으니 오로지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공유의 경우, 건물 수선에 대해서는 공급자 역시 50%를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평소의 관리비도, 거주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는 전제에서, 건물 가치를 유지시켜주는 공로를 감안하여 공급자가 일부 지원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

4) 낼 건 내야 한다. 다만 좀 덜 낼 수 있다

입주자는 미납한 부분, 즉 공공지분에 대한 이용료를 내긴 해야 할 것이다. 이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임대료처럼 월세 개념과 체감상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관리비 지원과 수선유지비 공공부담분과 상계한다면 토지임대료보다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다.

이 마저도 매각시 몰아서 내도록 이연시킨다면 매달의 납부 부담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소유자가 되었으니 취등록세와 보유세도 지분만큼 내야 할텐데, 이 역시 지분대로만 내면 되며, 정책적으로 감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전세나 토지임대부 보다는 지분공유형이 낫다. 얻어가는 시세차익의 폭이 작으므로, 전매제한이나 의무거주기간 같은 규제도 완화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제도는 간명할수록 좋다.

5) 장기적으로 보면, 지분공유형의 장점은 더욱 많다

조정흔의 주장대로 모든 공공택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는다 해도, 당분간은 ‘갇힘효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보다는 차라리 지분공유주택을 늘려나가다가, 충분히 물량이 많아지면 그때부터 퇴거자의 빈자리를 채울 때 토지임대부로 전환하는 방안이 어떨까?

물량을 늘려나가기에도 지분공유형 주택이 좋다. 신축이 아닌 기존 주택의 정비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의 과제와도 연결된다. 어차피 3기 신도시 이후에는 공공택지는 커녕 신규 택지개발 자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새집’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모든 주택을 제로에너지주택으로 바꿔야 한다. 제로에너지주택은 에너지비용을 줄이거나 심지어 판매도 할 수 있으니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이지만, 당장은 공사비 상승요인이다. 인구증가는 정체되고 수도권인구가 과반이니, 더 이상 마냥 용적률 상승에 기대어 사업성을 높이기도(=자기부담금을 줄이기도) 어렵다.

자기부담금이 부족한 분들은 쫓겨나도 문제지만, 너무 많으면 정비사업 자체가 추진이 안된다. 이런 경우 모자라는 만큼을 공공이 지분으로 출자해주는 지분공유형 주택으로 공급하면 어떨까.

예컨대 3억짜리 주택을 재건축하기 위한 자기부담금이 2억이 드는데, 노후 1, 2인가구의 여력이 0.5억원 밖에 없다면, 공공의 지원을 1.5억 받고 7:3으로 지분을 공유하는 주택에 사는 것이다. (물론 돈이 있느냐가 문제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을 위해 임대료로 천천히 회수할 토지조성비용에 투입할 돈을 정비사업에 지분으로 투입하면 된다)

이런 원리는 ‘분양전환 임대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첫 분양자만 시세차익을 독점하고, 너무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공기업이 서민 상대로 돈놀이 하느냐는 대립에서 벗어날 방법이다.

더 나아가 전세피해 주택을 공공이나 피해자들이 설립한 법인이 인수할 경우에도 피해자와 선순위채권자, 그리고 공공의 지원을 모두 지분화 해서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만 임대주택도 계속 필요하다. 지분공유형에서 대출이 쉽다는 건 ‘은행’ 입장에서 ‘주택’의 담보가치가 확실하다는 것이지, 돈을 빌린 ‘사람’들 임장에서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이 부담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상당수 사람들에겐 지분공유형도 부담일 수 있다.)

성공의 조건

지분공유와 지분적립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공급자가 장기간 비용회수를 못하는 점을 보완해줄 ‘장기저리 공급자금융’이다. 싱가포르도 중앙후생기금을 공공주택 건설에 투입했고, 그래도 부족분이 있으면 1%대의 저리로 융자해주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도 사회주택을 위해서 1%대로 30년 빌려주는 기금이 풍부하다. 토지임대부는 공급 비용중 토지비를 바로 회수 못하고, 지분공유나 적립형도 초기 비용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문제는 그 동안 공급자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장기저리 공급자금융’의 확대다.

그런데 공급자금융은 멀게 느껴져서 일까. 투기를 잡자는 세금이나, 소비자가 모든 리스크를 지고 돈을 빌려야 하는 소비자금융에 쏟는 관심에 비하면 여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없다시피하다. (LH가 땅장사를 해서 주택사업을 위한 ‘교차보조’를 해야 한다고, 군사작전과 같은 신도시개발을 하다가 사달이 난 것에도 이런 ‘공급자금융’에 대한 무관심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다음은 세제 정비다. 현재 지분적립형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GH의 걱정거리는 종부세다. 59m2 기준 5억원짜리 주택을 1억2500만원을 내고 들어가서 차차 지분을 적립해갈수 있는 주택을 240가구 공급하려는데, 다주택 보유로 간주되어 종부세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결국 세금으로 낸 비용은 입주자에게 전가되지 않으면, 공사의 부담이 되어 다른 식으로 경기도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필요한 세금은 공기업도 당연히 내야겠지만,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지분을 일정기간 지원해주는 공급자를, ‘내집마련을 ’막기‘위해 주택을 매집하는 투기세력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몹시 부당하다.

지금은 ’전세피해자‘들이 주택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도 ’다주택 보유‘에 따른 종부세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 차제에 공익적 사업을 하는 법인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지분공유 방식에 대해선 ‘지분 매각시 가격산정 기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조정흔은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의 감정평가가 쉽지 않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지분공유형 주택이 많아지면 주변에 비교할 만한 거래사례가 적어질 수도 있다. 이에 유의하여 시세와 물가상승률, 기여도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지분 평가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서울 남산에서 본 용산구 아파트. ⓒ연합뉴스

결국은 사람을 위한 일,돈이 움직여야 풀린다

주택은 반값이라 해도 여전히 비싸다. 토지임대부도 성공하려면 건물값에 해당하는 목돈을 ‘사람’들이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 체제에서 토지지분이 없는 소비자에게 대출을 해주라고, 무슨 근거로 어떤 은행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

‘첫 사람’ 만큼이나 ‘다음 사람’도 중요하다. 입주자 입장에서 당장 주거비 부담도 줄이고, 향후 자산 가치의 보전이나 축적 방안이 명확하고, 이사 갈 때의 대책도 세우기 더 쉽다고 끝이 아니다. ‘다음 사람’의 주거비 부담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사인간 거래’를 허용한 이번 주택법안은 ‘개악’되었다.

영국의 경우, 신자유주의의 일환으로 사회주택을 거주자에게 매각하고 사인간 거래가 허용되는 상태에서 20년 후 조사해보니, 40%의 물량이 다주택자 수중으로 들어갔다는 가디언지의 보도가 있었다. 첫 사람의 시세차익도 문제지만, 두 번째 구매자가 다주택자라면 이 고생을 해서 토지임대부로 짓는 의미가 무엇일까.

토지공개념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토지와 건물의 지분을 분리하든, 지분은 그대로 둔채 반씩 나누든, 방법론의 차이다. 결국은 공공이 지분을 활용하여 실수요자를 지원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에서 사람 중심으로, 첫 사람 중심에서 다음 사람과 함께 보는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공 지분보유의) 공공성, (후속 입주자와의) 형평성, (제도의) 간명성, (정비사업 이후의) 지속가능성, (적용 대상의) 확장성, 무엇보다 (수요자의) 수용성 측면에서 훨씬 장점이 많은 지분공유 및 지분적립형 모델에 주목하자.

경기도(GH)는 수원 광교에 첫 지분적립형 주택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이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 지분공유 상태의 지방공기업을 일반 다주택자처럼 취급하여 종부세를 부과하지 말아달라는 제도개선도 제안한 상태다. '세입자 친화적 세제' 정비가 필요하다.

'장기저리 공급자 금융' 마련에도 힘을 써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을 지방공기업에도 출자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허종식 의원 대표발의). 그러나 국토부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에 따라 지난 12월21일 국토소위에서 보류 처리되었다.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주거안정과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다분히 중앙패권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입장이라는 반박들이 있다. 소위에서 재논의 될 때는 지방공기업도 LH처럼 주택도시기금을 자본금으로 쓸 수 있게, 그래서 지분공유(&적립)형 주택을 더 잘 공급할 수 있게, 잘 통과되길 바란다.

이제 모두의 관심과, 입법부와 행정부의 화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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