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체면 합의'에 전북 자존심은?"…새만금 3000억원 증액 후폭풍

12년 전 'LH 본사 경남 이전' 아픈 기억 되살리며 자강(自强) 목소리 비등

여야의 체면살리기 합의에 전북도민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로 공적개발원조(ODA)와 정부 특수활동비 예산이 줄어든 대신 새만금·지역화폐 예산이 증액되는 등 여야 간 절충·타협점이 만들어졌다.

막판까지 여당이 반대해온 새만금 주요 SOC 예산 증액은 삭감액(5100억원)의 60% 수준인 3000억원만 원상 회복하는 데 만족하게 됐다.

정부여당은 이번 예산안 기조로 삼았던 긴축재정의 체면을 구기지 않게 되었으며, 민주당은 그동안 요구해온 연구·개발(R&D) 예산과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증액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예산’'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도 30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여야 예산안 합의 내용 ⓒ연합뉴스

여당은 건전재정의 기조를 유지하는 '명분'을 챙겼고 야당은 지역화폐 예산 등을 확보하는 '실리'를 얻었다는 평이 나온다.

여야가 서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사이에 삭감된 5100억원 전액 복원을 주장하며 지난 9월부터 4개월가량 대정부·여당 투쟁에 적극 나서온 전북 사회단체들은 "원래 부처 안(案)의 3분의 2 수준으로 복원된 새만금 예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항상 옳다"고 말했음에도 ‘새만금 예산 100% 복원’을 강조해 온 전북도민들의 함성이 절반만 통한 것은 정치적 파워가 없어 무시를 당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여권이 끝까지 새만금 예산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는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3000억원이 복원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전북의 자존심은 허물어진 상태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3000억원 증액 소식이 전해진 20일 오후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 단체 대화방에는 "잘못된 보복성 예산삭감마저 되찾지 못하는 전북의 현실이 너무 실망스럽다"거나 "전북이 자꾸 이런 식으로 쪼그라들면 안 된다. 이제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지역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문제가 전북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던 지난 2010년 전북도민 전체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섰지만 결국 이듬해 5월에 경남혁신도시로 갔던 아픈 기억을 되살리며 '강한 전북'을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11년 4월 LH 본사 전북 유치를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전북은 당시 LH를 전북과 경남에 분산 배치하는 안을 내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이마저 통하지 않아 지역민의 자존심이 심하게 어그러졌다.

전북도민들의 감정이 격앙되자 전북도와 국무총리실, 삼성 등 3자간에 오는 2040년까지 새만금에 삼성이 23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새만금 투자양해각서(MOU)'를 2011년에 체결했지만 이마저 2016년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지역민들은 LH본사가 경남으로 이전한 것이나 삼성 23조원 MOU 체결이 무위로 끝난 것을 두고 전북의 단합된 힘을 길러야 한다며 자강(自强)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당초 삭감된 예산의 100% 복원에 도민들의 고통 등을 감안한 '+알파'를 주장해온 상황에서 67%만 복원됐다니 할 말이 없다"며 "정당한 예산마저 전액 되찾을 수 없는 전북의 현실이 반복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의 고위간부는 "끝까지 새만금 예산 증액을 반대한 여당도 문제이지만 100% 복원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반토막 증액을 받아들인 것도 전북 입장에서는 잘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반토막 증액을 계기로 전북이 정치적 힘을 키우고 도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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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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