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이용시 공기밥 무료? 탈세 조장 나라에 복지란 없다

[복지국가SOCIETY] 조세저항을 조장하는 사회

'현금 이용할 시 공기밥은 무료!'

가끔 지인들과 특별하지 않은 특별식을 위해 유명한(!) 식당에 발걸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워낙 널리 알려져 있어 점심시간에 가면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게 되거나 바쁘면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해야 할 정도다. 그리 비싸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음식이기에 서민들의 발걸음이 특히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인들과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다가 벽에 붙어있는 "현금 이용할 시 공기밥 무료!"라고 적혀있는 글귀를 보는 순간 머리끝이 뻣뻣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드가 아니라 현금이면 5만이면 되는데."

나이가 들면 사회적 인간관계의 폭이 시나브로 좁아져 감을 실감하게 된다. 직업전선에서 물러나기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변화를 확인하면서 곁에 일상적으로 만남을 유지해 가는 이웃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이면 친구들과 '아침 함께 하기' 모임을 유지해 어쩌면 생의 마지막까지 남을 인간관계의 끈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조찬 식사 비용은 돌아가면서 부담한다. 어느 날 일이다. 내가 식사비를 지불하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자 "형님, 현금을 주시면 5만 원이면 되는데 카드라서 6만4000원을 받겠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어이상실 그 자체였다. 신용카드로 식사비를 지불하면서 정상적 세금납부를 기피하려는 생각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음에 슬픔과 황당함이 짙어진다.

탈세 권장하는 사회

20여 년 전 호구지책으로 손해보험사업을 시작해 12년 동안 보험전문가로서 보험사업을 생계유지의 한 방편으로 이용한 적이 있다. 기초의원에 당선되어 의정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생각과 의원이 지역유권자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보험사업을 접었다.

의정활동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와 축산인의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중에 후배지인의 권유로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을 보게 되어 다시 보험사업을 아주 소극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보험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과거처럼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영업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보험 상품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고자 규칙적 보험 상품 교육에 참가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보험 상품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짐에 감사해야 하지만 왜곡된 보험 시장의 현실로 인해 일어나는 가치충돌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생명보험 상품 중에 종신보험이 있는데 고객을 유치하도록 정부가 탈세를 권장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자취를 감췄다.

월 100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종신보험을 계약하는 설계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 생겨나는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부자를 더욱 부자가 되게 하는 비과세 혜택으로 인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종신보험을 권유하면 '죽어야 타는 보험'이라서 거부하던 사람들이 10년 비과세상품이라는 조건을 활용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증여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연금공단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증가하는 복지요구

2010년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제기되어 진영갈등을 일으켰던 무상급식(의무급식)이 지금은 아주 당연한 제도로 뿌리를 내렸다.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보육, 교육, 노후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폭이 점차 확대되어 오고 있다.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심지어 복지 확대에 쌍지팡이를 짚고 반대하던 어르신들이 전적으로 세금에 의존하고 있는 기초연금 적용 확대에 쌍수를 들어 지지를 보내는 현실을 마주하며 격세지감을 확인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반 복지의 깃발을 휘날리고 싶겠지만 이미 뿌리를 내린 복지제도를 원천적으로 뽑아낼 수 없거니와 부분적 복지축소 역시 성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현 정부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에는 세금을 지원하며 그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연금은 재정의 고갈을 이유로 온전히 국민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연금재정을 어마무시하게 쌓아놓은 나라가 없거니와 국민연금을 정부가 주물럭거리는 나라도 없고, 재원고갈을 들먹여 국민을 협박하는 나라도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혜로운 지도자들이 나타나 '용돈연금'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든든한 국민연금이 되도록 세금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제도개혁을 기대해본다.

신생아출산율이 0.7%에 이르러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아이를 낳도록 이런저런 제도를 만들어 권장하지만 국민의 총체적 삶에 모두가 공감할 정도의 변화가 오지 않는 한 출산권장은 '소 귀에 경 읽기'가 될 뿐이다. 아이가 행복한 나라, 부모가 행복한 나라, 누구나가 원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라, 좋은 일자리가 차고 넘치는 나라, 노후가 편안한 나라여야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다. 든든한 복지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지 않아도 신생아출산율이 오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조세형평성이 대한민국을 거듭나게 한다

생활은 돈이다. 마찬가지로 복지도 돈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온갖 공약을 쏟아내지만 공약실현도 돈이다. 복지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부자감세를 통해 조세불평등을 굳건히 유지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이 유령처럼 활보하는 지도 모르겠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복지국가들을 한없이 부러워하면서도 그 나라들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세계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일에는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세계최고의 청소년과 어르신 자살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을 다투는 노동시간, 세계최고의 어르신 빈곤율, 세계최저의 신생아출생률, 세계최고의 산업재해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의 온갖 불합리함과 부조리, 불평등을 해소해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제기되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건전재정을 주창하며 복지 재정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구 약 1000만 명의 스웨덴과 인구 약 600만 명의 핀란드가 세계최고의 복지국가로 자리매김 되기 위해 쓰는 국가재정이 5200만 명 인구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본질을 호도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사람세상에서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 47%의 담세율을 유지하며 든든한 복지재정을 집행하는 북유럽복지국가와 20% 초반의 담세율을 고집하면서 건전재정을 주창하는 대한민국이 결코 같아질 수는 없다. 부자감세와 재벌 감세는 물론이고, 탈세, 절세, 과세특례, 불필요한 비과세 등등이 사라지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실현되어 국민의 행복구현을 위해 정부가 복지재정 확대를 적극 주도할 때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세정의실현을 통한 복지재정확대는 복지국가건설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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