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신문이 선정한 2023 올해의 한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추천… 적반하장·남우충수 뒤이어

국내 교수들이 선택한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꼽혔다.

교수 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울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1315명 중에 396명(30.1%)이 응답한 '견리망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견리망의'란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으로 원래 『논어(論語)』「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처음 등장하지만 견리사의의 정반대인 견리망의가 세상에 퍼지게 됐다.

▲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견리망의는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가 추천했다.

김 명예교수는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우리 사회에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전북대학교 김병기 명예교수가 추천한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됐다. 사진은 김병기교수가 직접 휘호한 견리망의.ⓒ프레시안

견리망의를 선정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고위공직자의 개인 투자와 자녀 학교 폭력에 대한 대응, 개인의 이익을 핑계로 가족과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또다른 한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더욱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이익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견리망의'의 뒤를 이어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25.5%(335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말이다. 적반하장을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철학)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해 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3위를 차지한 ‘남우충수(濫竽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으로 24.6%(323표)의 교수가 선택했다.

남우충수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실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며 “속임수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기 교수는 "제 집이 없어지는 줄 모르고 목전의 이익을 얻기 위해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나 결국은 공멸하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편의 이익만 챙기는 견리망의의 모리배들이나 하나도 다를 바 없다"면서 "불행하게도 올해는 견리망의의 한 해였지만사자성어 선정을 계기로 내년에는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의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 '올해의 사자성어'는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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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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