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바꾸자는데 동의한 97%의 '예비 국회의원'들…그들의 속내는

[지방정치 오디세이 14] 개헌을 바라보는 총선 입지자들의 관점

국가의 근간을 잡아주는 것은 헌법이다.

헌법의 규정에 따라 통치구조와 권력의 배분이 확립되고 국민이 가지는 권리와 의무가 명확해진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인 '임시헌장' 제1조에서'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규정한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체제를 지탱해 온 이 '금과옥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정되어 지금에 이르기 까지 모두 9번의 일부 개정과 전부개정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에 의한 것은 소수에 그치고 대부분이 권력자들의 집권 연장 야욕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 과정에는 한국전쟁의 와중에 정부와 야당개헌안을 일부 '발췌'해 헌법을 고친 사례가 있고 한국 최초의 이학박사와 서울대 수학과 교수까지 동원된 '사사오입'개헌도 있었다.

▲헌법재판소. ⓒ

현재의 헌법은 제9차 개헌이자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다.

우리의 헌법은 국민주권 위주의 민주공화제를 근간으로 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아래 남북한 단일국가를 지향하며 문민통제를 표방한다. 또 5년 단임제의 대통령제와 단원제, 다당제를 지향하며 지방자치와 대륙법계의 성문법주의를 기본체제로 한다.

제9차 개헌으로 출범한 제6공화국에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현재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8명의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있다.

현재의 헌법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낸 민주적 헌법이라고는 하지만 40여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정치권력들은 여전히 의원내각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통령 중임제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토지와 자본의 분배문제, 노동과 교육의 국가적 책임 등 개헌에 대한 전 국민적 욕구는 거대한 용광로에서 용융점(鎔融點)을 넘어 끓어 오르고 있다.

<프레시안>전북취재본부가 진행한 내년 총선 출마 입지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개헌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개헌이 필요하다면 반영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은 의견을 서술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교적 간단한 질문에 다양한 응답이 있었다.

대략 50여명에게 질문지를 보내 35명으로부터 질문지가 회수되었고 이 가운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34명이 응답을 했다.

답변에서는 한 명을 뺀 나머지 33명(97.06%)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 압도적이었다.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20명(58.82%)이었고,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응답도 13명(38.23%)이었다.

적어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어 개헌에 대한 논의의 마당이 펼쳐지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임기 내 개헌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레시안

흥미로운 점은 다음의 질문이다.

'개헌이 이뤄질 경우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할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기타'를 포함해 여섯 개의 지문이 주어졌다.

응답은 32명이 보내왔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①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권력구조의 보완·개편(15명, 46.88%) ②생명권, 안전권, 환경권 등 새로운 기본권과 인권 보장 강화(4명, 12.50%) ③국민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의회·정당·선거제도 개편(7명, 21.88%) ④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 확대(3명, 9.38%) ⑤새로운 시대 현실을 반영한 헌법 전문(前文) 개정(3명, 9.38%) ⑥기타(0명)

당연하겠지만 대통령제 개편과 의회·정당·선거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자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배분하고 국민의 의사를 국가 운영에 더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대통령의 권한은 줄이고 의회의 권력은 강화하자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이런 사실은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환경권 새로운 기본권과 인권 보장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명에 불과한 것이나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고작 3명이 동의한 것과 비교해 보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입지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정치 체제의 개편이지 개인의 삶이나 기본권 등에는 관심의 영역에서 밀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된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권력의 개편보다 국민 개인의 인권과 권리의 개선에 초점을 둔 의견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덕춘 변호사 출판기념회ⓒ

전북 전주시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덕춘 변호사(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는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제헌 헌법 이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독재시대나 민주화 이후에도 오로지 '민주공화'라는 국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이, 대기업이, 거대집단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됐고 국가와 사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은 뒤로 밀렸다. 결국 국민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나라는 요원해졌고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시대를 살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민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7공화국 헌법 1조1항은 '인간은 존엄하다.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을 해야 한다"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조국 전 장관이 18일 북콘서트에서 황현선 민주당 기획전략위 부위원장과의 깊은 인연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문재인 정부시절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함께 개헌안 마련 작업을 했던 황현선 선임 행정관의 경우는 보다 구체적으로 '국민'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놓은 개헌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6년이 지나 그 사이 1인당 국민소득이 열 배 이상 늘었고, 정치체제나 사회제도, 국민의 기본권 등에 대한 의식도 달라져 낡은 헌법으로는 국민의 삶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황현선 전 행정관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변화된 환경과 시대정신을 반영해 1년 가깝게 고생해서 마련한 개헌안을 국회에 송부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돼 개인적으로 몹시 아쉽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에 담겼던 내용들 모두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특히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자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과 헌법 제2장의 각 조항들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무국적자도 포함되는 '사람의 권리'로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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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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