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만 쳐다본 윤 대통령, 정작 한국은 빠지고 중과 회담한 미·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APEC 정상회의에서의 미중관계 개선, 한국 역시 주시해야

지난 15~1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의 정상급 지도자의 '2023 골든게이트 공동선언'과 함께 막을 내렸다.

APEC의 각 회원국들은 '골든게이트 공동선언'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차별 없는,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제공하여 자유무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을 위해 회원국 모두 노력할 것이며, 이외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식량 안보, 여성 인권 신장, 부패 척결, 차별 없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을 결의했다.

APEC 정상회의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체이긴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회의였기에 정치적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정식 선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장 성명이 채택되기도 했고,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의 무슬림 국가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각국 정상 간의 양자 회담도 활발히 열렸는데,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양자 회담이었다. 4시간 동안 열린 양자 회담은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미중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양국의 소통을 재개하여 추가적인 위협과 분쟁을 막을 것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미중정상회담의 주요 성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시진핑 주석과 가진 회담 가운데 가장 건설적이며 생산적인 논의"로 자평한 것처럼,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는 몇몇 주목할 만한 내용이 논의됐다. 첫 번째는 미중 양국 간의 군사 대화 재개였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이에 반발한 중국 측이 군사 대화를 중단하면서, 양국 간의 군사 대화는 1년이 넘게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에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계속 고조되어, 지난 4월에는 중국이 군용기 70대, 군함 11척을 동원한 대만 포위훈련을 진행하고, 8월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에도 군용기 42대를 동원하여 대만 인근에서 훈련을 진행하는 식의 무력시위를 이어왔다.

남중국해에서도 미군, 캐나다군의 군용기와 함정에 대한 중국 전투기의 근접 비행이 이어지고, 동중국해 공해상에 있던 호주 해군 프리깃함을 겨냥해 중국 구축함이 수중음파탐지기(SONAR)를 겨냥하여 호주군 잠수부가 부상을 당하는 등, 중국과 미국 동맹국 간의 군사적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례적으로 진행될 양국 국방장관급 회담은 이러한 우발적인 사고가 자칫 의도하지 않은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인 대만에 대해서는 양국 간의 이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해협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인하면서, 2024년에 있을 대만 총통 선거에 중국이 개입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취해온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인데,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대만 통일이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당장의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양국 정상은 군사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측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에서 연간 10만 명의 중독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를 중국 화학 공장이 대량으로 제조‧수출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 원인이 되고 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이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대해 논의하면서, 바이든 대통령 측은 중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이란이 이스라엘 문제에 개입하여 확전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을 계속 이어갈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확답을 주지 않아, 앞으로 베이징이 중동과 러시아를 상대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에 대해서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미국 측에 현재 미국의 대중 규제와 수출 통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중국은 국내 소비 둔화, 청년 실업, 수출 감소,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인해 해외 투자까지 급감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기술 개발은 중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히고 중국인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지 안보적 위협을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중국 내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에 해당 메시지를 전달한 것만으로도 중국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중 간의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중요 문제가 여럿 존재하고 합의 내용에 대한 양국의 실행 의지 여부도 불분명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이 동맹국을 규합하여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구도로 이어온 중국과의 첨예한 대립을 끝내고 대화를 통한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성공한 미국과 일본, 실패한 한국

미국 바이든 대통령 이외에도,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하자 중국이 이에 대응하여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불허하면서 양국 관계 역시 심각하게 악화됐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기시다 총리 모두 "평화공존, 세대우호, 상생협력, 공동발전"이라는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확인하고 고위급 경제 대화를 재개하여 양국 간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기존의 대결 구도를 전환하고 있지만,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오던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3분 조우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미국, 일본의 경우 꼭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었고,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정상회담 불발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대중무역 적자가 한국 무역수지와 환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한중관계의 시급한 현안이 있음에도, 그리고 올해 중순부터 미국의 장관급 인사가 계속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뒤늦게 시진핑 주석의 일정이 잡힌 뒤에 실무급 대화 없이 바로 정상회담을 논의하면 당연히 정상회담은 불발될 수밖에 없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있었던 미중, 미일회담의 의미 역시 잘 파악해야 한다. 양국 모두 중국과의 갈등과 대립이 있었지만, 물밑으로 활발한 교섭을 하면서 결국에는 서로의 협력을 위한 대화 창구를 여는 데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미일 삼각관계의 중요성만 강조하다가 정작 한국의 현안은 독자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사실만 보여주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11월 20일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공개된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서면 인터뷰에서는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중국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의 미일 일변도 외교, 대중 외교 전략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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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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