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조 국대 포함 일부 선수들, 옛 지도자 지시로 고의 기권" 의혹 제기

시민단체 "상반기 협회 측에 조사 요구에도 불인정" 비판… 체조협회 "근거 명확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 일축

과거 한 전국체조선수권대회에서 일부 학생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강압에 의해 결승전에서 고의로 기권을 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불거졌다.

반면, 대한체조협회는 제기된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실공방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의혹이 제기된 선수들 중에는 현직 국가대표 선수도 포함돼 있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체조협회 로고. ⓒ대한체조협회 홈페이지

20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8년 4월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 당시 A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선수 2명이 결승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기권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기계체조 남자대학부 도마 제1경기(예선전)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랐던 A학교 소속 B선수는 결승전인 제3경기를 기권했고, 남자대학부 철봉 제1경기를 1위로 마무리했던 같은 학교 소속 C선수 역시 제3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평행봉 제1경기에서 각각 3위와 1위를 차지했었지만, 마찬가지로 결승은 기권하며 참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체육정의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는 A대학 감독의 지시 및 D대학교 소속 코치의 요구로 인해 해당 학생들이 건강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결승전 출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해당 선수들은 대회기간 동안 별도의 치료를 받거나 대회가 종료된 이후 병원진료 기록이 없는 등 별다른 부상조차 없었음에도 갑작스런 기권을 결정했던 것이다. 반면, B선수는 같은 기간 열린 남자대학부 마루 제1경기와 제3경기를 모두 1위로 마무리 지었으며, C선수도 안마 제1경기와 제3경기에 모두 참가해 각각 2위의 기록을 세운 점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D대학 코치의 제자들 가운데 도마 예선 5위였던 E선수가 결승에서 2위를, 평행봉 예선과 철봉 예선에서 각각 6위에 불과했던 F선수가 결승에서 3위와 1위를 기록한 점도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로 꼽혔다.

실천연대 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된 각 종목의 대회 결과는 대한체조협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2022년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체조(기계체조)경기' 모습.(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체육회

특히 실천연대 측이 모든 대회 일정이 마무리된 뒤 진천선수촌에서 B선수와 C선수가 외압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하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신빙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실천연대 측이 제공한 녹음파일은 해당 대회가 종료된 지 1주일 가량 지난 상태에서 녹음이 이뤄진 것으로, B선수와 C선수가 대회 당시 같은 숙소를 이용하던 D대학의 한 코치가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직접 선수들에게 "결승전 3개를 뛰는데 꼭 모든 결승전을 다 뛰어야겠냐. 다른 선수들에게 메달을 양보하자"며 사실상 기권을 요청했다는 사실과 시합장에서 몸을 풀고 있던 도중 (당시 경기장에 없던) A대학 감독이 전화해 "선발전 결승을 다 뛰겠냐"고 물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A대학 감독이 전화로 일부 종목 결승전의 기권을 지시한 뒤 ‘다 참가하고 싶다’는 답변에 대해 ‘일부 종목은 참가하지 말고, D대학 코치의 말을 들어라’고 종용하고, D대학 코치도 특정 종목 결승전의 기권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 대한체조협회 측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올 3월 관련 민원이 대한체육회를 통해 접수된 뒤 체조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지난 5월 관련 심의를 진행했던 체조협회 측은 공정위가 ‘불인정’으로 의결하면서 종료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협회 측은 "체조 종목은 선수가 60~90초라는 짧은 시간에 고난도의 동작을 펼치는 스포츠로, 부상의 위험성이 많아 늘 대회에 이변이 많은 종목"이라며 "실제 국내대회에서도 결승전 출전 선수 중 일부가 기권하는 경우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도 "체조는 특성상 지도자가 강압적으로 기권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데다 해당 의혹은 근거조차 명확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녹음파일에서도 녹음자가 선수들에게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원회에서도 당시 선수와 지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공정위에 소속된 변호사와 노무사들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협회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한 의혹 또는 민원이 제기될 경우 철저한 조사를 거쳐 관련 조치를 취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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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구

경기인천취재본부 김재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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