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올드 머니'를 욕망할까?

[프레시안 books] <라이프 트렌드 2024>

틱톡에서 '올드 머니' 해시태크(#Old Money)가 붙은 쇼츠 영상의 조회 수가 81억 회(2023년 8월 5일 기준)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드 머니 룩', '올드 머니 에스테틱(aesthetic)' 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 등에서 올드 머니를 검색하면 관련된 게시물 목록이 주루륵 뜬다.

<옥스포드 사전>에서 '올드 머니'는 직접 번 것이 아니라 물려받은 부라고 정의한다. 102030세대는 왜 갑자기 부유한 가문의 상속자들의 패션과 취향 따라잡기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올드 머니는 내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고 상당한 유산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올드 머니다. 이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다시 태어나야 할 문제다. (…) 우리의 욕망은 더 어려운 것에 반응한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보다 가지기 어려운 것에 대한 욕망이 더 생긴다. 진짜 올드 머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올드 머니의 패션과 취미,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진짜는 멀어도 흉내내기는 가깝다. 어차피 소셜 네트워크에서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과시하는 일에 익숙해졌으니, 올드 머니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제껏 해왔던 것을 좀 더 멋지고 우아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올드 머니에 대한 열광이 일부가 아니나 102030세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24>(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는 '올드 머니' 열풍을 내년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저자는 이런 '올드 머니'에 대한 트렌드를 '뉴 머니'(자수 성가한 신흥 부자)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비교하면서 팬데믹 이후 더 심화된 경제적 양극화 문제도 읽어낼 수 있는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뉴 머니 중에서 IT 스타트업을 창업해 신흥 부자가 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기다가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된 이들이 급증하면서 뉴 머니는 부럽고 존경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배 아프고 얄미운 존재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코인이나 주식 투자, 스타트업 창업에 적극적인 2030세대로선 더더욱 이런 인식이 생기기 쉽다. 자신은 해도 안되는데 누구는 뉴 머니가 됐으니 배 아플 만도 하다. 2020-2021년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이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 와중에 많은 뉴 머니를 만들어냈다."

코인과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로 떼돈을 번 뉴 머니들이 자신들을 과시하기 위해 로고가 드러나는 명품 소비에 열중했고, 이런 뉴 머니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배가 아플지언정 선망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올드 머니는 애초에 넘보지 못할 영역이니다보니 배가 아플 여지가 없고, 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누려온 럭셔리한 패선과 취미, 라이프스타일은 깊이 있고 우아하고 멋져 보인다. "이런 까닭에 올드 머니는 열망이자 욕망이 된다."

저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뉴 머니들과 달리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하고, 상속 받은 재산을 토대로 여러 대에 걸쳐 예술에 투자하고 문화적 자산을 쌓고, 기부와 자선에 적극 나서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올드 머니의 라이프스타일의 '장점'을 꼽으며, 젊은 세대의 올드 머니에 대한 열망이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 코인과 주식 등 투자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 본격화된 올드 머니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의 영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1985년생보다 나이가 더 적은 사람들은 부모 세대보다 부유해진다가 아닌 가난해진다의 범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바로 MZ 세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부자는 커녕 부모 세대보다 소득이 적을 세대가 올드 머니에 관심을 쏟는 건 '새로운 욕망'이자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갈구'일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멀고 부자처럼 보이는 건 가깝다.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며 과시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대부분의 사람은 일종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당신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낮기에 올드 머니 스타일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지고 있는지 모른다."

저자는 올드 머니 이외에도 반려의 주도권이 반려자에서 반려동물, 반려식물과 반려로봇으로 변화하는 현상, 각방이 아니라 각집살이, 즉 '나 혼자 사는' 부부가 증가하는 현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식문화와 푸드 테크에 끼칠 영향, 뉴욕의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 등 탄소 중립 관련 법안과 정책이 미칠 영향, 지구 열대화 시대를 맞아 주목 받는 폭염 경제, 일론 머스크 스타일의 독재자에 가까운 강한 리더십과 노동생산성 향상 문제, 펀임플로이먼트와 자발적 프리터로 대변되는 Z세대의 노동관, 전 세대로 확장된 안티에이징 욕망,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촉발하는 일자리 위기 등을 2024년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칠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라이프 트렌드 2024>, 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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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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