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백신 접종 직접 하세요"…경험 부족 농가들 '혼란'

50두 이상 농가 자가접종…수의사협회 "급성쇼크, 폐사 등 부작용 초래"

소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남도가 22개 시군에 긴급 백신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의사가 아닌 농장주가 직접 백신을 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농장주들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달받은 28만 마리의 백신을 지난달 29일 10개(목포, 나주, 강진,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영광, 진도) 위험지역에 1차로 공급하고 이날 새벽 나머지 12개 시군에 39만1000두에 대한 백신을 긴급 전파했다.

현재 전남 모든 지역에 67만1000두에 대한 백신이 전파된 상태로 접종률은 17%(11만7600마리 접종)를 기록하고 있다.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연합뉴스

전남도는 이번 긴급 백신을 50두 이상 농장은 자가접종으로,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 접종지원반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50두 이상 전업농으로 자가 접종을 해야 하는 농가는 4316농가이며 소는 44만7000두에 달한다.

이번 백신은 근육접종을 하는 구제역 백신과 다르게 반드시 피하에 접종해야 하며 백신 제조사에 따라 접종 용량(1~2㎖)이 달라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확인한 후 용법 및 용량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피하주사는 소를 잘 보정한 다음 한 손으로 목 쪽에 피부를 잡아당겨 피부와 근육 사이에 바늘을 45도 각도로 주사하는 방식으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처럼 이번 럼피스킨 백신 접종 방식이 구제역 백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종돼 경험이 부족한 농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함평군 한우축사 관계자 A씨는 "소를 잘 고정해 백신을 놔야 하지만 목을 고정하는 시설을 구비하고 있지 않아 몸부림치는 소들로 백신을 놓을 때마다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며 "하루에 많이 접종해봤자 30마리가 전부다. 특히 주변에서 놓는 방식을 두고 각자 방식을 고집해 혹시나 잘못된 접종으로 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영암군 한우축사 관계자 B씨도 "연로하신 분들은 100% 다 피하로 놓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며 "몇몇 농가에서는 접종을 잘 못해 소가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투여량, 피하주사 등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농장주들의 자가접종 방식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대한수의사협회 관계자는 "럼피스킨병 예방주사는 피하주사이기 때문에 50두 이상 사육농가는 자가 접종을 하라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면서 "일반농장주들이 주사하는 것은 상당히 힘이 들고,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에 전 두수 동물병원 수의사가 주사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하주사로만 투여되어야 할 백신 약물이 근육이나 혈관으로 들어간다면 급성 쇼크, 염증 등 심하면 폐사까지 다양한 부작용들이 매우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나타나 치명적인 상황에 처해진다"며 "특히 럼피스킨 백신은 생독이기 때문에 핸들링을 잘해야 하고 백신 투여시 과량으로 놓으면 발병 신호는 물론 효과까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농가들의 우려에 백신 접종반을 애초 119개반 338명에서 4개반 38명을 늘려 123개반 372명으로 계속해 인원을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가 형성되는 데 보름 이상 걸려 전남도의 백신 접종반 증원 방침이 전남지역의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남도 관계자는 "자가 접종을 하는 농장주들을 위해 22개 시군과 각 해당 면사무소 등에서 유의사항 등이 포함된 홍보물 수시 배포는 물론 전남도에서도 홈페이지 등에 접종방법, 접종 시 유의사항, 백신별 투여방법‧용량 등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농장주들의 고충을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다른 전남지역에 더 이상 럼피스킨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전남 신안군의 한 한우농장에서 추가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26개 시군에서 70건의 럼피스킨병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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