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5·18민주묘지 참배…"겨우 20분 방문, 정치적 이벤트로 보여"

"여·야 떠나 모범적 사례" 긍정 평가도…광주시민 반응 엇갈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0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인 위원장은 추모탑을 참배하고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뒤 5초 가량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인 위원장은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가고 있읍니다'라고 적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준비한 문구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기로 인해 다시 작성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5·18 단체로부터 건의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참배를 마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글씨도 잘못 쓰고, 묘지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며 "도저히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업적이었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며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라고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자식들한테 광주의 의미를 잘 가르쳐서, 또 광주의 피해자 가족이나 돌아가신 분의 후손들을 적극 챙겨서,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잘 해왔지만, 이제는 중앙에서 다 포용하고 어디에든 가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조상이나 어머니·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측은 인 위원장을 만나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국가유공자법 개정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꼭 전달하고 관철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광주시민들은 아직 환영과 신뢰를 말하기에는 이르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배를 위해 5·18민주묘지를 찾은 박모씨(51)는 "겨우 광주에 한 번 찾아왔을 뿐인데 공로와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인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매번 정치인들이 말하는 '헌법 전문 수록', '유공자 승격' 등 뻔한 이야기만 할 뿐 구체적인 메시지도 없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의 참배를 처음부터 지켜봤다는 한모씨(62)도 "전남 순천이 고향이라고 밝혀 관심을 갖고 인 위원장의 참배를 지켜봤지만 머무는 시간이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며 "'혁신'은 커녕 정치적 이벤트로만 보여질 뿐인 위원장의 진정성이 없는 참배는 오히려 지역민들의 반감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인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후 짧은 소감을 뒤로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5⋅18국립묘지를 빠져나갔다. 떠난 시간은 9시20분으로 국민의힘 혁신위가 국립묘지에 머문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반면 인 위원장의 이번 참배가 여당, 야당을 떠나 모범사례로 거듭났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참배객 이모씨(33)는 "내부적으로 반대도 많았을 것으로 보여지는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결정한 것만으로도 여당, 야당을 떠나 모범적인 사례로 비춰진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시민군 편에서 외신기자들을 위해 통역을 했다고 하니 말만 번지르한 정치인들보다 직접 아픔을 겪은 당사자가 참배를 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호남 내 지지율이 지난해 대선 때보다 낮아진 마당에 '5·18 망언'을 한 당내 인사에 대한 사면 움직임 등은 하강하는 호남 민심과 맞물려 곱씹어볼 문제"라며 "인 위원장의 통합 차원 호남 껴안기든, 정치적 서진 전략이든 구체성과 실천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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