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문 닫을 판"…'전기차 시대' 광주 자동차정비업계 '울상'

3곳 중 1곳 사업철수 고려…재직자 훈련·전문인력 양성 지원 시급

"매년 매출이 20%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5년 안에 문 닫을 판입니다."

광주시 남구 송하동에서 30년째 내연기관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9)는 이같이 한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씨의 정비업체는 단골 고객들마저 전기차로 교체하면서 발길이 뚝 떨어졌다.

▲자동차 정비업체 ⓒ연합뉴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정비방식이 많이 달라 정비업소를 찾는 전기차 손님들에게 이씨는 "공식 서비스센터에 가셔야 한다"는 답변만 드릴 뿐 이렇다 할 방도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씨는 "내연기관과 동일한 부품은 정비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전기차가 해당 브랜드 전담 서비스센터에서만 수리가 가능한 부분이 많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매출도 매년 20% 이상 감소하고 있어 5년 안에 업종 변경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감소하고 있는 매출 등으로 업종 변경이나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씨는 정부 차원에서 정비소 체질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전기차 시대 전환이 빨라지면서 광주지역의 민간 차량 정비업소들의 고민이 깊어만 지고 있다.

광주지역 정비업소 대부분이 사업철수나 업종 변경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비업소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광주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발표한 '전기차 시대 도래로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정비업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 자동차 정비업체 307개사의 응답자들은 전기차 시대 도래 시 67.1%가 '전기차로 주력 정비업을 변경하고 싶다'를 선택했지만, 정비업체 세 곳 중 한 곳에 해당하는 32.9%는 '변경 의사가 없다'며 사업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기차의 전문지식 부분에서도 재직자의 83.2%는 전기차에 대한 구조의 기본은 알고 있으나 그 중 49.8%는 전문적인 이해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광주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11일까지 광주지역 자동차 정비업체 1365개사 중 307개사 대상으로 '전기차 시대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정비업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처럼 대부분 광주 정비업체들이 전기차 시대로 들어오면서 매출하락‧전문지식 부족 등의 사유로 사업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광주시 남구 송하동 자동차 정비업체 사장 이모씨(59)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이런 정비업소에서 손 댈 수 있는 게 없다"며 "전기차는 사실상 고장이 난다 해도 제조업체 전담 서비스센터 외 고칠 수 있는 곳이 없어 전기차가 늘면 문을 닫는 정비업체들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기계공학부 최병철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부품 역시 내연기관차의 3만여개 부품의 절반 수준인 1만5000개~1만8000개에 불과하다"며 "엔진오일과 같은 오일류나 점화플러그 등 부품 자체가 필요 없거나 적기 때문에 정비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와 전장 부품들로 채워져 있어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신규 인력 육성이나 기존 인력 재교육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나가려 노력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 너무 빨리 전환을 하다 보니 자동차 시장에서 경착륙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비 교육을 시켜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인데 전기차 도입에만 열을 올릴 뿐 이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 거점 대학들이 나서서 교육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전기차 정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정부와 시장이 얼마나 제대로 대비를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업체들도 정부에서 나서 전문 인력 양성지원과 재직자 훈련 등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수 광주인적자원개발위원회 사무처장은 "전기차 시대에 도래하면서 광주 정비업체 3곳 중 1곳이 폐업을 고민하는 심각한 상황이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지역인자위 등 인력양성기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현실을 반영한 정비인원의 등록기준 완화, 자격기준 확대 등의 관련 조례 개정을 지자체에 적극 요청해 급변하는 지역 산업환경에 발맞추어 맞춤형 인력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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