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한 정유정(23)이 재판 과정에서 범행 이유로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 본인과 정유정의 조부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먼저 정유정은 '왜 살해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같이 죽을 생각인 것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힘든데 방법이 없어 속상한 일이 있어도 바로 풀지 않아 쌓여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유사한 질문을 하자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같이 죽어서 (제대로 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사망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캔맥주와 병맥주를 여러 개 먹었다. 술에 취해 뚜렷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손에 정유정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저항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정유정은 "피해자가 내 목을 졸랐고 안경도 떨어졌다"며 상반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정유정의 조부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정유정의 어릴 적 가정환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조부에 따르면 정유정은 중요학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 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유정이 과거 경기도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진학하지 못했고 그후 잇따른 취업 실패에 고립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해 7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조부가 관할 구청에 무료 심리검사를 의뢰한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구청 직원이 정유정에게 굉장히 심한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 검사를 요청했으나 정유정은 이를 거부했다.
검찰은 이날 정유정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및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했으며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변론은 오는 11월 6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50분쯤 과외 앱을 통해 알게된 피해자 A(26·여) 씨의 집을 방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A 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범행 후 미리 준비한 흉기로 A 씨의 사체를 훼손했고 사체 일부를 양산시 소재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같은 정유정 범행의 동선, 대상 물색 방법, 준비·실행 과정 등을 종합하면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 살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유정도 재판 과정에서 계획 범죄를 인정했다.
정유정이 중고거래 앱을 통해 알게된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을 유인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