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광을 받아 주지 않아 저녁내 울고 있는 나를 실컷 울라고 부모님은 광으로 밀어 넣었다. 그날부터 나는 눈물에 깃들였다."
수필의 심리적 정서적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이정심의 삶이 살짝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남 김해시 거주하는 이정심은 수년 간 일상 대화를 엮은 <흐르는 시간에 깃들다>는 수필집을 출간했다.
2016년 '선수필' 신인상을 받은 그녀는 생애에 각인된 갖가지 사건을 며칠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있는 재능이 돋보인다.
이 작가는 "그림자 같은 날들이 지났다. 잊을 만하면 등 뒤에서 나의 어깨를 잡아채는 무엇이 있었다. 돌아보면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것은 늘 가슴속에 깃들어 있으니..."라고 회상했다.
나의 내면은 슬픔이 절반쯤 깃들어 있었다는 의미다.
그녀는 "해볕 쨍쨍한 마당에 빨래가 익어가는 한여름. 한바탕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기억을 끝내 글이 되도록 움켜쥐었다. 이젠 낙숫물처럼 똑똑 떨어지는 기억. 기억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꽃 피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비내렸다. 쓰고 나니 살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작가는 "수필집을 내고 나니, 마음에 연고를 바른 것처럼 새살도 차오르는 것 같고 홀가분하다"고 하면서 "때론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더듬고 다독여 주던 조각들을 모아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정심의 <흐르는 시간에 깃들다>는 한 폭의 가을 풍경이 되었다.
서평에서 박양근 교수는 "이정심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무엇보다 활기찬 낙관주의에 경탄한다"며 "가족을 돌보고, 직장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갖가지 사회봉사에 솔선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꿈에서 막 깨어난 듯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에서 독백을 하고 있는 여배우를 연상시켜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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