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해병대사령관, 사태 초반엔 '우리는 진실되게 했다'더니…"

박정훈 수사단장 보직해임 직후 통화에선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 두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지난달 2일 박 전 단장의 부하와 통화하면서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령관이 당시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잘못이 없었다고 인식하면서 휘하의 수사단원들을 두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군인권센터는 24일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의 부하인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이 지난 달 2일 오후 9시 48분부터 4분 42초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박 전 단장이 임성근 해병대 사령관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후 보직해임된 날이다.

김 사령관은 통화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다. 나도 한 3시간 반, 4시간 정도 조사받고 왔다"며 "어차피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이는 김 사령관이 수사단 수사 결과를 신뢰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이첩을 두둔하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김 사령관은 "정훈이가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다 있지?"라며 박 전 단장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기록이 존재하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중앙수사대장은 "네 맞습니다.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지도관하고 다 회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전화 오고 해서 옆에서 다 들었다"며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전 단장)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책임을 물을 의도가 없었으며, 본인이 아닌 다른 주체가 박 전 단장을 지시사항 위반으로 몰 것을 예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이후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거듭 강조했으며, 지난 달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군의 엄정한 지휘와 명령체계를 위반하는 군 기강 문란 사건까지 있었다"며 박 전 단장을 비판했다.

김 사령관은 군검찰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회수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수사대장이 통화에서 "지금 들어보니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받아 가겠다고 무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김 사령관은 "아 그래? 국방부에서 받아 가려고 그런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됐든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 없이 했으니까 됐어.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지. 내일 애들 힘내자. 너무 저거 하지 않게"라며 수사단원들을 잘 추스를 것을 당부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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