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난방비 폭탄'인데 가스 발전사는 '역대급' 실적 파티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⑦

매일 안전하게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하고, 구석구석 편리하게 아름다운 한반도를 기차로 이동하는 상상을 합니다. 가능합니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깊고 넓게 퍼진 한국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철도 등 내 곁에 노동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동 파업을 합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시대의 대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대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6편의 기고와 추가로 보내온 한 편의 글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기후위기로 인한 추운 날씨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올겨울 또한 난방비 폭탄이 이어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환율 상승에 따라 가스 도입 가격이 2020년 보다 2022년 8배 정도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가스 도매요금은 국제유가를 반영하여 2021년 이후 꾸준히 인상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원가부담이 발생하는 와중에, 한국가스공사는 작년 한 해 12조 원의 미수금(민수용 9조원)이 발생해 부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폭등하는 원료비를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공공기관 재무구조 부실로 나타난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으로 구분된다. 도매요금은 '원료비'와 가스공사 공급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료비는 유가와 환율에 연동해서 2개월 간격으로 조정하고, 공급비용은 1년마다 산정해서 조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코로나19 시기의 물가인상 문제로 인해, 2020년 7월 이후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요금에 국제가격이 인상된 만큼의 '원료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즉, 민수용 가스요금은 원가 상승만큼 인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방비 폭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왜 이럴까?

▲지난 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2년 말 기준으로 무려 12조 원이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고, 인플레이션과 생활고로 요금 인상 여력이 매우 적기 때문에, 미수금 문제가 수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수금은 부채를 숨겨진 형태로 회계 처리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 부채는 주로 정부의 가격 통제 때문에 발생했다. 고로, 이 미수금을 국민에게 요금 인상으로 전부 떠넘길 일은 아니다. 그래서 미수금 해결의 방법도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나 LNG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의 세율 인하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위와 같은 대안 대신에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의 위험을 계기로 민영화 정책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이 공공기관의 부실을 앞세워 에너지산업의 민영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사를 연이어 쏟아내는 모습도 심상치 않다.

물론 정부가 예전처럼 직접적으로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노동자의 공동파업으로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정부는 재벌이나 해외 자본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 도입'과 '우회 도입 방식'으로 민영화 방법을 변경했다.

사실 정부의 민영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가스산업에 경쟁이 필요하다고 하며 SK, GS 재벌 대기업의 민간 직수입을 허용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직수입자의 해외 재판매를 허용했다. 이 결과, 현재 민간 직수입자가 난립하고 있으며 민간의 수입량은 2020년 기준 국가 전체의 22%에 달하게 되었다.

민간 직수입사들은 국제 가스 가격이 저렴할 때만 직접 수입하고, 비쌀 때는 수입을 하지 않고 가스공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통해 이윤을 얻고 있다. 쉽게 말해, 가스공사가 모자란 물량을 채워서 국민들에게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의 가스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가스공공성을 저해하고,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가스공사의 재정 안정성을 파괴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난방비 폭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3대 직수입 민자 발전사의 영업 이익은 2022년 결산 기준 총 2조2989억 원으로 역대급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가스공사가 미수금 폭탄을 떠안고,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떠안을 때, 민간 직수입사들은 역대급 실적 파티를 한 것이다.

재벌을 중심으로 한 민간LNG산업협회는 완전한 경쟁 도입을 통한 민영화 방식의 도입을 위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 힘 권명호 의원 또한 대표발의를 통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두 법안 제정 및 개정의 공통점은 “자가 소비용 직수입자가 수입한 천연가스의 판매를 제3자에게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곧 가스 민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필수 공공재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여된 기본권이자 인권이다. 재벌만 배불리는 민영화 정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따뜻한 겨울을 함께 보내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2002년 철도-발전-가스 노동자의 연대 파업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유보시켰다. 또한, 2013년에는 한나라당이 시도했던 가스 민영화 법안을 저지했다. 이어서 2016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 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막고,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가스 민영화 법안을 막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가스공사 노동자들은 가스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꼼수 민영화 정책을 저지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 주도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시대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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