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재단, 이틀 만에 입장 번복…러·벨라루스 올해도 시상식 못 온다

재단, 스웨덴 반발에 입장 선회…시상식 초청 스웨덴 극우 정당 대표 "바쁘다" 거절도

노벨재단이 올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을 초대하기로 한 결정을 이틀 만에 뒤집었다.

노벨재단은 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 "재단 이사회가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대사를 초대하지 않은 지난해의 예외적 조치를 반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앞서 지난달 31일 스톡홀름 시상식에 스웨덴 주재 "모든 대사"를 초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시상식이 열리는 국가 주재 모든 국가 대사들을 초대하는 것이 관례지만 지난해 스톡홀름에서 열린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시상식엔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대사가 초청 받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반정부 시위 관련 인권 탄압 등의 이유였다.

재단은 다만 오슬로에서 열리는 평화상 시상식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에 주재하는 모든 국가의 대사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결정 번복 이유로 스웨덴의 반발을 들었다. 재단은 지난해 평화상 수상자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기록한 벨라루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활동가들이 선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초 결정이 "노벨상이 표방하는 가치와 메세지를 가능한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고 옳다는 믿음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메시지를 완전히 무색하게 한 스웨덴의 강한 반응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쪽은 앞서 "세계가 점점 더 분열돼 서로 다른 시각를 가진 이들 간 대화가 줄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 (시상식) 초대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재단이 올해 스톡홀름 시상식에 다시금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를 초청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스웨덴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1일 미국 CNN 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러시아가 초대됐다는 데 크게 놀랐다"며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웨덴과 우크라이나의 많은 이들이 화난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자유당 소속 정치인 카린 칼스브로는 스웨덴 공영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재단이 "자국민을 억압하고 자국과 이웃 국가에 전쟁과 테러를 벌이는 세 개의 '불량 국가"를 초청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올렉 니콜렌코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백 만의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고 러시아 정권은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재단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재단이 결정을 번복하자 "인본주의의 승리"라며 축하했다.

<AP> 통신을 보면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비아틀라나 치하누스카야 또한 재단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불법 정권" 대표를 어떤 행사에도 초청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벨재단은 올해 극우 스웨덴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스웨덴 의회에 진출한 "모든 정당" 대표를 시상식에 초대하기로 했지만 <AP> 를 보면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바쁘다"며 거절했다. 시상식엔 전통적으로 정당에 관계 없이 스웨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초청됐지만 지난해 재단은 "노벨상은 과학, 문화, 인본주의, 국제주의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며 스웨덴민주당 대표를 시상식에 초대하지 않았다.

한편 <AP>에 따르면 1일 러시아는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자국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외국 대리인' 명단에 추가했다. 러시아 당국이 지정하는 외국 대리인은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며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로 사실상 간첩을 의미한다.

무라토프는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을 역임했다. 자국 정권에 비판적 보도를 해 온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검열 당국으로부터 보도 관련 경고를 받은 끝에 발행을 중단했다.

지난 3월 벨라루스 법원은 지난해 투옥 중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시 비알리아츠키에게 불법 시위 조직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노벨상 메달 사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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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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