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PL 끼임사고…검찰, SPC 허영인 회장 '혐의없음' 처분

검찰, SPL 법인·전 대표, 중대재해법 위반 기소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강동석 전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SPC 그룹 허영인 회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고발 사건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김윤정)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강동석 전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SPL 평택 제빵공장 공장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로, SPL법인을 중대재처벌법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SPC 계열 평택 SPL 제빵 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상반신이 거꾸로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이 노동자가 맡은 작업은 내용물이 제대로 섞이지 않을 경우 직접 손을 넣어야 하는 등 위험 요인이 있어 2인 1조로 작업하는 것이 원칙인데 당시 이 노동자는 홀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에도 SPC 그룹 계열사인 샤니에서 50대 여성노동자가 반죽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후 SPL이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토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공분한 여론은 SPC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허영인 SPC 회장은 사고 엿새 만인 같은 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허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8일 SPC의 계열사인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끝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대국민 사과 후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SPC에서 같은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샤니 50대 여성 노동자 끝내 숨져…SPC, 10개월만에 똑같은 사망사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강 전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사업장에서는 최근 3년간 유사한 기계 끼임 사고가 12건 발생했고, 강 대표 취임 이후에도 작년 6월과 8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전 대표는 재해발생 이후 재발방지대책 수립도 하지 않은데다 안전·보건 점검과 관리감독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 및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냉장 샌드위치 라인 배합실에서 혼합기 가동 중 덮개 개방 때 자동정지하는 인터록 설비 연동형 덮개도 설치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반복된 기계 끼임 사고에도 불구하고 경영책임자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첫 사례"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SPC 그룹 허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해서는 SPL이 별도의 법인으로 강 전 대표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이고, 허 회장은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8일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의 전 생산 라인이 가동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샤니 공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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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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