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간첩법', 우려스럽지만 비슷한 법률 갖춘 국가 많아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안보 중심 국제질서에 빠르게 편승하는 중국

지난 7월 1일 중국의 '대외관계법'(对外关系法)과 '반간첩법'(反间谍法)이 실시됐다. 8월 1일부터는 반도체 핵심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허가제가 시행됐다. 그간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가 하나둘씩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법률 자체로만 본다면 큰 특이사항은 없어 보인다. 다만 법률의 적용 대상이 내국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비롯한 기관, 단체까지 확대되었다는 점, 법률적용의 기준이 모호한 점, 그리고 중국 국내 법률의 국외적용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히 우려스럽다.

어느 국가의 법률이나 국제 법률에도 흠결이 없을 수 없고, 모든 조문이 완벽하게 명확할 수 없다. 이행과정에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나가면서 점차 개선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큰 특이사항이 없다'고 한 것은 어떤 국가도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위해 이같은 법률을 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가 비슷한 법률을 벌써 갖추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경제개발 관련 법률 체계 구축으로 안보를 비롯한 기타 법률체계는 그동안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이 법률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미국과의 대립, 안보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은 중국의 법률체계 구축에 있어서도 그 중심이 경제에서 안보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빠르게 안보 관련 법률체계 구축하는 중국

최근 중국에서 제정된 법률의 흐름을 보면 현재 국제질서와 정책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반간첩법의 개정과 시행은 국가 안보 법률 제도의 체계화를 통해 중국의 '안보'우선 정책 기조에 편승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안보 우선 정책 기조의 국제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90년대 이후 세계화와 자유화, 시장경제체 등 시장근본주의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가 안보, 특히 국가와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경제안보 중심의 국가개입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안보 중심의 정책패러다임 전환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자유화에 따른 불평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의 심화와 중국이라는 변수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 구조의 형성이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은 국가간 교류 및 교역에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양산한다. 이러한 문제는 '안보'라는 단어의 모호성과 주관성에서 기인한다. 안보라는 이유로 그간 누렸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에 익숙하지 않아 매우 불편하고 번거롭다. 어떤 측면에서는 안보조치를 취하는 국가의 지극히도 주관적 판단으로 부당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빨리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미국이 시작했고, 중국이 이에 동조하고 있어서 향후 꽤 오랫동안 '안보'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경험에서 보면 정책 패러다임이 한번 바뀌면 그 관성으로 인해 바뀐 기조가 20~30년은 지속되었다.

중국 대외관계법, 안보중심 패러다임의 창과 방패가 될 것

중국의 대외관계법은 이러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정면으로 대응할 카드이다. 중국의 대외관계법의 입법목적은 "대외관계 발전을 위해 국가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는 것이다. 특히 발전이익을 법률로 수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여 국가의 존폐와 안보에 있어서 발전이익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드러냈다.

안보 우위의 정책 기조 하에서는 국가 간 경쟁적으로 산업정책과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미국이나 중국에서와 같이 국가 간 경제제재와 수출통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 자국의 이익 수호를 위해서 국내법의 '역외적용'의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 역외적용은 자국 영역 외에서 실행되는 외국인 또는 기관의 행위에 대해 자국의 법률이 적용 또는 행사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국제법에서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구체적이고 보편적 규정이 없다. 그렇다고 이를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이에 대해 개별 국가의 자유 재량권이 주어진 것이지만, 최근 경제통상분야의 역외적용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외적용이 안보와 결합하게 될 경우, 개별 국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커져 남용과 악용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행된 중국의 대외관계법에는 중국 국내법의 역외적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2021년에 한 차례 '외국법률 및 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 저지방법'(阻断外国法律与措施不当域外使用办法, 이하 '방법')을 제정하고 즉시 시행한 바 있다.

'방법'은 외국의 부당한 역외적용에 따른 피해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방법'을 통해 상대국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국내법을 근거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외국법의 중국 내 적용과 관련한 신고, 부당성 심사, 손해배상 등의 기준 등을 구체화했다. 대외관계법의 시행으로 타국 법의 중국 내 적용에 대한 방어는 물론 중국법의 역외적용을 통한 타국의 개인과 기관을 제재/제한 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의 창에 현명한 정치·외교적 대응이 필요

한국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중국법의 역외적용 사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참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과거 우리는 미국의 '1974 무역법' 제301조, 소위 '슈퍼 301' 발동으로 몇 차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처럼 미국이나 EU의 국내법 역외적용의 사례만 봐도 지극히 적용 국가의 재량에 따라 판단과 이행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국제통상분쟁해결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 부당함을 토로할 곳도 없다. 또 국제법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미국에서 인플레시션 감축법(IRA)이 제정되었을 때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외교력과 정치력 그리고 기업 자체의 대책마련으로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과 같이 한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국가의 법률제정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맥락에서 법률이 제정되었는지, 어떻게 받아 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한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강력한 국제 법률로 개별 국가의 행위를 통제하기 어려울 때는 정치력이나, 외교적 판단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법률의 적용여부와 그 결과까지도 말이다. 국제사회의 기조가 안보 중심이 유지된다면 우리도 이에 맞춰 국내 법률정비는 물론, 국가별 정치, 외교적 전략을 세부적으로 구상해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지난해 10월 열린 20차 당 대회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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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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