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연맹이 6년 전 선정 "이제 와서 글로벌 절차와 결정 무시?"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4]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 망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파행을 부른 근본 원인이 과연 '새만금 부지' 선정이었을까?

정치권에서 2023 잼버리 파행을 두고 새만금 부지 선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나무도 한 그루 없는 진흙탕에 야영장을 만들고, 개막 직전까지 폭우가 쏟아져 배수 논란이 최대 이슈로 등장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는 해충이 들끓어 "무슨 꿍꿍이가 있어 새만금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권에서는 "그야말로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 진흙탕 잼버리의 시발점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새만금 잼버리의 총체적 부실 논란이 부지 선정 부적절의 새로운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공식 사이트

전북지역 정치권과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새만금 부지선정을 문제 삼는 것은 정부와 조직위의 준비소홀과 대응능력 부재, 리더십 문제를 뒤덮고 새만금을 억지로 흠집내려는 생트집"이라며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선정이라는 말이 바로 망언"이라고 반발한다.

영국과 미국 대원들이 조기 철수만 봐도 새만금 부지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과 샤워실이 턱없이 부족했고 심지어 샤워실에 사람 배설물이 있는 등 청결과 위생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조직위의 안일한 대응이 최악의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40년 동안 스카우트 활동을 해온 K 씨는 "거창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화장실과 생수 공급 등 작은 문제부터 스카우트 활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없는 무성의와 무관심이 각국 대원들을 폭발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충 문제만 해도 기존의 세계대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인데 각국 대원들이 화가 난 이유는 조직위의 무사안일이었다"며 "왜 사전에 충실히 대응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프레시안

윤석정 전북애향본부 총재는 "애당초 새만금 잼버리 부실 논란을 촉발한 것은 '새만금 부지'가 아니다"라며 "부지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은 억지로 새만금을 흠집내려는 궤변"이라고 말했다.

윤 총재는 "새만금 잼버리의 최종 부지 선정은 6년 전 세계연맹이 결정한 일"이라며 "이런 부지가 문제라면 정치권은 그동안 무엇을 하다 지금에 와서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새만금 부지 논란은 세계연맹의 능력과 결정 권한, 엄격한 절차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잼버리 부지 선정의 적합성은 수십년간 노하우를 축적해온 세계연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연맹의 결정 또한 사전심사와 최종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새만금 잼버리 대원들이 야영지 주변 도로를 통해 이동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실제로 한국스카우트연맹은 2015년 9월 17일 새만금, 다음날인 18일 고성을 각각 시찰하고 유치위원회 회의를 열어 국내 후보지로 새만금을 최종 선정했다.

새만금이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배경에는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부지, 즉 1000만제곱미터의 광활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매립지에 조성된 8.8제곱킬로미터의 드넓은 야영장은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의 잼버리’를 완성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역"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국내 후보지 선정을 거쳐 이듬해인 2016년 세계연맹이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새만금지구를 꼼꼼히 둘러보는 실사에 나서 호평을 했다. 실사단 일행은 당시 "새만금의 무한한 자연 인프라, 다이내믹한 과정활동,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체험, 스마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에 힘입은 정부는 2017년 2월 9일 '새만금 잼버리'를 위한 공식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가졌고, 같은 해 8월에는 '2023 세계잼버리 전북 새만금 유치단' 출정식을 통해 막판 유치활동에 불을 댕겼다. 결국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17년 8월 17일 새만금 유치가 결정됐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 모습 ⓒ프레시안

야영장의 한 면이 바다와 접하면서도 풍부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인 변산반도와 인접해 있으며 접근성이 뛰어난 점 등 여러 장점이 '새만금 코리아'의 환호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5만명 이상의 대원들이 집중되는 세계잼버리를 원만하게 진행하려면 최소 1000만제곱미터(300만 평) 이상의 부지를 필요로 한다.

아제르바이잔의 승전보 역시 대규모 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새만금의 장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넓혀봐도 300만평 이상의 거대 부지를 제공할 곳은 흔하지 않다.

전직 고위공직자 S 씨는 "새만금과 폴란드 부지가 경합했던 2017년 당시 새만금 부지가 스카우트 정신을 구현할 적지로 훨씬 좋다는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새만금 부지의 경쟁력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공신력을 가진 기관에서 결정한 결과로, 행사 자체의 부실논란에 연결하는 것은 국제 기구을 무시하고 새만금에 제동을 걸기 위한 '악의적 트집'에 불과하다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북 14개 시군 기초의회 원내 대표협의회는 "정부와 조직위의 사전준비 소홀과 신속대응 부재로 잼버리 난맥상이 빚어졌다"라며 "이런 파행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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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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