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 "잼버리 기간 중대사고 단 한 건도 없었는데 마음은 천근만근"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2] 비판의 광풍, 잘한 것은 과연 없었을까?

새만금 잼버리 대회기간 중에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탁월한 저력을 보여줬음에도 총체적인 부실 논란에 밀려 마냥 웃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잼버리 영지의 안전 담당과 교통난 해소, 다중인파 관리 등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안전한 잼버리의 산파 역할을 해온 전북경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전북경찰은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전 세계 154개국 4만3000여명의 스카우트 청소년과 지도자가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 운집하는 만큼 주변 지역의 원활한 교통과 안전한 입·퇴장, 이동 시 병목현상 방지, 통제선 설치, 비상통로 확보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고강도 안전대책에 적극 나섰다.

▲전북경찰이 지난 8일 조기 퇴영하는 버스 앞에서 에스코트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강황수 전북경찰청 청장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새만금 현장에서 수시로 직접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진두지휘했고 매일 평균 650명 가량의 인력이 대거 현장에 투입돼 교통과 안전, 심지어 통역까지 철저히 임무를 완수했다는 호평이다.

대회 초반 경찰 출입 금지구역으로 돼 있는 영지에는 112 순찰차 6대가 지속적으로 돌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 청소년들의 초기 안전과 안정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전북경찰은 8.8㎢에 달하는 잼버리 부지가 워낙 방대해 가로등에 번호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출동하는 ‘퀵 리스폰스(Quick Responce) 체제’를 구축했다.

덕분에 신고자에게 가로등 번호만 물어보고 즉시 출동, 각국의 대원들로부터 '초고속 대응'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전북경찰청이 지난 8일 갑호 비상발령을 내리고 잼버리 대원들의 안전한 수송을 돕고 있다. ⓒ전북경찰청

개영식이 열렸던 지난 1일 오후 5시 30분경에는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한 일부 대원들이 곧바로 행사장으로 왔고 뙤약볕 아래 수십 명이 탈수 증세를 호소하자 경찰은 소방과 함께 즉시 구급활동에 들어갔다.

수많은 대원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병원과의 거리를 곧바로 차단하고 구급차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해 탈수 증세를 보였던 대원들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전북경찰의 저력이 가장 빛났던 때는 태풍으로 잼버리 대원들의 조기 퇴영이 이뤄진 지난 8일이다.

전날 자정까지 일했던 전북경찰은 이날 갑호 비상발령을 내리고 새벽 5시30분부터 현장 관리에 들어갔다.

▲전북경찰이 대원들에게 생수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주차장인 델타 구역 P1에 대형버스 1100대가 한꺼번에 운집하는 만큼 퇴영 조치에 차량 1대당 2분씩만 계상해도 최장 2200분, 36시간이 걸릴 심각한 상황이었다.

각지에서 온 대형버스가 오전 8시경에 즐비하게 늘어섰고 전북경찰은 4개 경찰서 직원 480여 명을 현장에 집중 배치해 승차 시 혼잡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버스에 빨리 승차하려거나 작은 일로 말다툼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구역별 버스 지원까지 세심하게 배려, 오전 10시경에 출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새만금 야영지에서 고속도로 IC까지는 교통 순찰차 80대가 버스를 에스코트하는 등 그야말로 철통 같은 이동 작전이 펼쳐졌다. 서울경찰청의 헬기 5대는 하늘에서 실시간으로 안전관리에 나서는 등 그야말로 육지와 공중에서 한국 경찰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퇴영 지원에 투입된 경찰 인력은 총 1500여명에 이른다. 영지 안전담당관을 포함해 교통 100여명, 부안서 50여명, 도 경찰청 70여명, 상설부대 1200여명 등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덕분에 IC를 통해 목적지를 향하는 퇴영은 잔류 인원을 뺀 나머지 대원들의 971대 출차가 마무리되는 등 당초 예상보다 훨씬 줄어든 7시간 만에 대수송 작전을 완료할 수 있었다.

전 세계 퇴영 대원들은 버스 안에서 ‘코리아폴리스 넘버원’을 외쳤다.

▲잼버리 대원들의 탑승을 돕고 있는 전북경찰 ⓒ전북경찰청

전북경찰은 이밖에 대원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수소버스 3대와 일반버스 3개 등 총 6대의 쿨링버스를 운용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박수를 받았다.

전북경찰이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투입한 인력은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19일 동안 연인원 1만1070명으로, 하루 평균 640여명에 이른다.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경찰의 역투 속에 새만금 잼버리 기간 중에 112에 신고된 건수는 213건에 불과했다.

탈수 증세를 호소하거나 길을 잃어버렸다는 등의 신고가 100여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혼잡 신고 10여건, 분실 30여건 등으로 집계됐다. 분실물은 100% 회수해 제 주인을 찾았다.

40년 동안 스카우트 활동을 해온 한 지도자는 “하나의 도시를 형성할 만큼 많은 인원이 새로운 곳에서 1주일가량 보내며 하루 30여건의 경찰신고에 그쳤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스카우트 정신과 맴버십, 사명감 등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전북경찰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사자인 전북경찰은 최소한 안전과 교통문제 등에서 세계최강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마음은 오히려 무겁기만 하다. 모두가 고생했는데 각 분야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전북경찰 내 분위기는 그리 밝은 편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전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대회 초반에 여러 문제와 논란이 제기돼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며 “그래서 직원들이 더욱 더 업무영역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잼버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워낙 부정적이어서 고생했는데 고생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전북경찰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단 한 건의 중대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전북경찰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모두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우리만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전북지역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를 비판하는 광풍이 확산하고 있는데, 자칫 어느 곳에서 ‘우리는 잘했는네…’라고 운이라도 뗐다가는 몽둥이가 돌아올 판”이라며 “이렇게 되면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냉철한 분석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 논란을 계기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잘한 분야에 대해서는 격려하고 포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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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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