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속 김포공항역 이야기…생색만 내고 요금 부담은 시민에 전가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①

매일 안전하게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하고, 구석구석 편리하게 아름다운 한반도를 기차로 이동하는 상상을 합니다. 가능합니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깊고 넓게 퍼진 한국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철도 등 내 곁에 노동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동 파업을 합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시대의 대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대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여섯 편의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주

김포공항역은 전국에서 환승 노선이 가장 많은 역이다. 5호선, 9호선(1단계), 김포골드라인, 서해선(대곡소사선), 공항철도로 5개 노선이 지나고 있다. 김포공항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5개 노선의 지하철을 고루 이용한다. 많은 사람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 이용하기도 한다.

매일의 이 풍경은 시민의 삶이며 일상이다. 일상에 대중교통 공익서비스(PSO)가 포함돼 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탈 때 환승할인이 적용된다. 지하철은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 유공자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배려(무임)수송'을 한다. 시민이 일상에서 마땅히 불편함 없이 제공돼야 할 공익서비스(PSO)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김포공항역은 하나의 역이지만, 실제 다섯 개 기관이 각각 역을 운영하는 요지경이다. 공공 운영 구간은 서울교통공사의 5호선과 코레일의 서해선이다. 민간 운영은 9호선,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다.

김포공항역을 이용하는 시민 누구에게나 차이를 두지 않고 환승할인과 배려수송을 포함한 공익서비스가 제공된다. 하지만 운영 기관별로 공익서비스 지원에 차이가 있다. 서해선과 공항철도는 배려수송에 대해 정부가 지원한다. 반면 5호선은 지원하지 않는다. 김포공항역에서 서해선과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어르신은 지원 받고, 5호선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다. 민자 구간인 9호선과 김포골드라인도 수탁업체 위탁 시 협약에 일정 수준 배려수송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같은 김포공항역이지만 운영 기관별로 지원에 큰 차이가 있다.

환승할인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이 협약으로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를 유지하기 위해 손실을 분담하고 있다. 환승할인에 대한 각 지자체의 손실 지원도 김포공항역의 5개 운영 기관에는 각각 달리 적용된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5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지원하지만, 서울시는 지원하지 않는다.

생색만 내고 책임은 나 몰라라 정치인들

시민의 권리이며, 복지인 공익서비스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생색만 냈지 책임에는 고개를 돌렸다. 6개 지하철 운영 기관에서 매년 배려수송에 대한 부담이 5000~6000억 원 발생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부담도 매년 2000억 원 가량 발생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22년 기준 배려수송 3152억 원, 환승부담 1981억 원으로 22년에만 5133억 원의 부담을 감당했다. 그해 적자는 6420억 원이었는데, 공익서비스 부담은 5295억 원(정기권·조조 할인 162억 원 포함)으로 손실 대비 공익서비스 비중이 82.5%였다.

중앙정부는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법의 시행령에 (배려)무임수송 할인율을 100%로 명시한 것은 맞지만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코레일과 공항철도에 배려수송에 대해 지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서울시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환승손실, 정기권·조조할인 부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며 중앙정부에 배려수송에 대해 책임지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시도 내로남불이다.

시민에 이중, 삼중 부담 전가 해법 아냐

그간 생색만 냈던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은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버스는 8월 12일 300원 인상했고, 지하철은 150원 인상을 앞두고 있다. 준공영제를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사모펀드의 배를 불리기 위해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으로 서울교통공사 운수 수입은 16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외면한 책임에 비할 수 없다.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기에 앞서 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책임을 계속 외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서울시는 요금 인상을 빌미로 대규모 외주화와 민간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안전과 서비스의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결국 시민은 요금 인상, 안전, 서비스 저하라는 삼중의 부담을 떠넘겨 받은 셈이다.

▲10일 서울시내 한 버스정류장에 버스 요금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2일부터 300원 오른다. ⓒ연합뉴스

공익서비스 정부 책임 강화해야

프랑스의 일드프랑스는 교통부담금이라는 독립적 재정 수입을 운영한다. 영국 런던은 중앙정부가 버스 운임을 할인하고, 지방정부의 의결사항에 따른 지원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스코틀랜드는 중앙정부가 버스 운임 할인을, 지방정부 등이 버스 외 수단에 대해 부담한다. 일본 도쿄는 지방정부가 고령자, 저소득자를 지원한다. 또 비싼 요금으로 사업주가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도 부분 부담한다. 독일 9유로 패스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을 분담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공공재인 대중교통의 운영과 공익서비스 재원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사용자), 대규모 수송 유발 시설이 분담하는 것이 상식이다.

외국인들이 지하철을 소재로 제작한 콘텐츠가 많다. 한 마디로 놀랍고,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자긍심 콘텐츠다. 실제 영국의 에센셜리빙이라는 기관은 전 세계 밀집도 높은 10개 지하철 중 서울 지하철을 20년과 21년 연속 최고로 선정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021년 역과 열차, 열선 내장 좌석, 환승의 용이성, 전반적인 청결도 덕분에 한국 철도 시스템을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

이제 정치인이 상식에 응답할 순서다.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시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발생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려수송은 중앙정부가, 환승부담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시민이 누려야 할 편익과 공익서비스를 정부 책임으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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