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북 3성에 열 올리는 이유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코로나 19 종식, 중국 동북진흥전략과 평화로드

1. 윤동주 생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코로나 19로 중국 동북지역(만주)으로의 답사단의 왕래가 단절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올 여름부터는 중국 동북지역을 찾는 한국인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한국독립운동사적지 답사를 위해 해마다 중국 동북지역으로 발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중국 동북지역을 찾은 한국인들은 낯선 광경을 자주 목도한다. 예컨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시인 윤동주 생가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 옛집(中國朝鮮族愛國詩人 尹東柱故居)"라는 거대한 표석이 서 있다.

2012년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60주년을 기념하여 윤동주생가 기념공원 개막식이 공식적으로 개최됐다. 북간도(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배출한 인물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물은 윤동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윤동주를 중국 애국시인으로 묘사한 데 대하여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언론에서 기사화 하였다. 중국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는 물론 용정 생가 현장에서도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적고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동주가 나고 자란 명동촌은 중국 땅이었지만 당시 이주해 온 한인들의 생활 터전이었고, 이후 윤동주는 평양과 서울, 일본에서 활동하며 모든 작품을 한글로 쓴 민족 시인이어서 그를 중국 시인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2012년 9월 3일전까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았던 윤동주 생가는 중국의 동북진흥전략 차원에서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25위안의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길림성에서도 변연(邊沿)인 연변조선족자치주 명동촌의 윤동주 생가를 이렇게 새로운 관광지로 조성한 기본적 배경에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전략'과 연동되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 명동촌에 남아 있는 윤동주 생가 Ⓒ간도답사학교

2. 동북진흥전략이란?

중국은 2003년 동북지역의 새로운 산업 부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른바 '동북진흥전략'이 그것이다. 2002년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의 동북공업기지 조정과 개조 입장 피력에 이어, 2003년 8월 중국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溫家寶)의 '동북진흥전략' 필요성 제기를 계기로 2003년 9월 국무원상무회의(國務院商務會議)에서는 '동북진흥전략' 지도사상과 원칙, 주요임무와 정책에 관해 정식으로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동북지구를 중국 국민경제의 새롭고도 중요한 성장 지구로 만든다는 방침이 명확하게 정해졌다. 그리고 '동북진흥전략'은 2003년 10월말 중공 중앙과 국무원이 하달한 「중공중앙,국무원관우실시동북지구등노공업기지진흥전략적약간의견(中共中央,國務院關于實施東北地區等老工業基地振興戰略的若干 意見)」이라는 문건을 통해 현실화됐다.

동북지구의 진흥은 중국의 국내적 안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국내적 안정은 향후 한반도의 정세변화로 인한 돌발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달려있다.

동북지구의 확대개방은 동북아의 경제융합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동북아 국가의 공동발전을 추구하면 이 지역에서 야기될 대항과 위기의 출현을 감소시킬 것이고, 위기의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줄 수 있다.

결국 동북진흥전략은 상대적 낙후로 인한 지역적 소외감을 해소시킴으로써 국내 안정을 꾀하려는 목적 이외에,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가 중국 동북지구에 미칠 영향이나 충격에 대한 대응차원의 전략적 목적, 그리고 동북지구의 확대개방을 통한 동북아 경제융합과 공동발전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상호 대항과 위기를 해소하려는 동북아 전략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3. 동북진흥전략과 관광지 개발, 평화로드의 공존 가능성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추진한 동북진흥전략은 1970년대까지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중공업기지이자 농업기지였던 중국 동북지역의 성장엔진이 개혁개방 이후 멈춘 것을 다시 가동하여 중공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조화로운 사회'를 강조한 후진타오 지도부는 낙후된 동북지역을 재건해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주로 하드웨어적 성장주도 정책이었다. 다만 이 가운데 문화, 체육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관광지 개발은 하드웨어 정책에 소프트적 접근을 통해 추진했다. 먼저 길림성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루트는 백두산(장백산)이다.

다음으로 두만강 변경지역에 대한 관광지 개발은 낙후한 북한 지역에 비해 중국에서는 충분한 자본으로 도문시 일대를 집중 개발했다. 2012년 두만강 광장을 새롭게 조성하여 자국의 여행객들에게 조중(朝中)접경지역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관(세관) 다리를 주요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여 북한의 온성군 남양과 도문의 대비되는 모습을 단순 감상하는 차원이었다. 두만강광장 조성은 뱃놀이 체험활동까지 연계하여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3국 접경지역인 방천에 망해각을 새롭게 정비하여 방천전망대로 재정비하였다. 러시아와 북한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만 60위안에 달한다. 이 지역은 중국 관내에서도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 국경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동북진흥 전략에서 한국독립운동과 관련된 향촌에 새로운 이미지의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명동촌(明東村)이다.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명동촌은 2018년 6월에 새롭게 조성되었다. 명동촌에는 '중국조선족 교육의 발상지'라는 큰 입간판을 세워 이곳이 한인이 아닌 조선족들이 이주해서 터를 잡고 근대적 교육을 실시한 곳임을 알렸다.

복원된 명동학교를 중심으로 조성된 광장에는 1919년 3월 13일 만세운동 기념비와 김약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기념비를 건립하여 역사적으로 반일 역사를 조선족=중국 공민까지 연결해서 기념하고 있다.

명동촌은 최근 중국의 기업이념이자 친환경 관광산업의 핵심인 '녹수청산(綠水靑山) 금산은산(金山銀山)'에 근거하여 윤동주 생가와 명동중학교 유적지 등의 자원으로 '당건+문화+관광'을 통해 융합산업이 추진되고 있는 용정시의 대표적 장소이다. 용정시는 여행객들이 단오절에 농후한 농촌 '조선족'의 민속 풍경을 만끽하게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새로운 산업 가운데 관광사업은 동북진흥전략에서도 생태 환경보호와 더불어 고부가 가치 사업으로 추진됐다. 아울러 새로운 관광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에 치중했던 산업을 새롭게 재편한다는 의미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신산업으로 육성했다. 대표적으로 '장백산' 개발 프로젝트는 한반도와도 연동된 산업계획인 만큼 중국에서 관광상품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계획이다.

2018년 9월 중국 동북지방을 방문한 국가 주석 시진핑은 동북진흥의 여섯 가지를 강조했다. 그 가운데 넷째 생태건설과 식량생산을 지적하면서 국유 자연자원의 관리, 생태환경 관리 감독 강화, 국가공원 관리라는 녹색발전과 관광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중국의 동북진흥전략은 개혁개방 이후 동북지방의 낙후된 산업기반을 재도약시키는 프로젝트였다. 그 안에는 경제적인 계획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생태계와 환경, 관광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자국의 항일의 역사와 접목한 이른바 홍색루트를 개발하고 있다. 그 안에는 '장백산공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두만강 개발을 통한 관광진흥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은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에게는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통치의 공간으로 인식됐다. 이 곳에서 피를 흘리며 반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했던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의 기념공간이 현재의 입장을 투영하는 곳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공존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것이 과욕일까. 동북아 평화로드에 한중 양국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 일본인들도 동참한다면 미래세대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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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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