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든 아이 혼내면 아동학대? 법을 바꿉시다!

[국회 다니는 변호사] 초중등교육법, 교윈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초등등교육법'입니다. 최근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 방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대다수가 인식하는 것처럼, 교권침해 사례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의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조사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중 1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교원수가 22만7000여 명 정도 되는데, 이 중 0.5%에 해당합니다. 문제가 심각한 거죠. 그중 초등학교 교사는 57명으로 절반이 넘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우울증·공황장애, 원인불명 등 사유를 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없고, 학교 현장이 괴롭다는 방증이죠.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느끼는 무기력감은 정당한 교육활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비정상적인 교육환경탓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 한국교직원총연합회(한국교총)의 교원상대 설문조사 결과(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대상, 응답자 5520명)에 따르면, 교원의 77%가 자신의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본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이 절반(47.5%)가량입니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요? 학교생활을 해보신 분 누구나 아시겠지만, 한 학급에서 문제 학생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해 수업을 산만하게 만들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을 폭행·협박하기도 하고, 내지는 교원에게 직접 이유없이 대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제재·지도하는 것은 교원의 권한이자 의무입니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7월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원 67%가 학생의 문제행동을 매일 겪고, '문제행동에 대한 제재방법이 없고 교권·학생의 학습권을 모두 침해받고 있다'고 대답한 의견이 95%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교실에서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거죠. 이러니 학교 선생님들이 자살을 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교육 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식 통계를 볼까요?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건수는 최근 5년 가까이 꾸준히 2000~3000여 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자료1) 심지어, 교원을 폭행하는 건수는 2017년에 비해 2022년 3배 이상 늘었습니다. (116건→347건), 심지어 2022년 기준으로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선생님을 폭행하는 건수는 14건이나 됩니다.

그 외에도 모욕·명예훼손, 성적굴욕감·혐오감, 공무방해, 협박, 손괴, 성폭력범죄, SNS게재(정보통신망이용 불법정보유통)도 상당합니다. ’22년기준으로 교원상대 성폭력 범죄가 139건이나 됩니다.(자료2) 이게 지금 대한민국 학교 현실입니다.

문제학생들은 선생님의 생활지도에 순순히 응할까요?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활지도를 한 선생님을 오히려 아동학대로 형사고소하고 있습니다. 초·중·고 교직원 중 아동학대 신고접수 사례에 비해, 실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2.9%(1089)에 불과합니다. 이것마저 실제 아동학대라고 볼 수 있는지는 상당히 의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동학대에 달하는 행위는 명확하게 처벌되거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 경우 중 진정 아동학대인지 의문인 경우가 상당히 많고, 학부모의 극성에 의해 관계기관에서도 정서적 아동학대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죠.

앞서 <PD수첩>(2023. 3. 7. 방영, ‘나는 어떻게 아동학교 교사가 되었나’)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물병을 구기며 수업을 방해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칠판에 붙여놓은 빨간 카드를 들고 있는 호랑이 캐릭터 옆에 학생의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생활지도 명목으로 방과 후 교실 청소를 시켰습니다. 제가 학생이던 30년 전을 생각해보면, 너무 착한 선생님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의 학부모는 선생님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판정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후 검찰에서는 선생님을 기소유예(범죄혐의는 있지만 그 혐의가 경미하거나 처벌가치가 없으니 기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했고, 교육청에서는 선생님에게 '견책'의 징계처분을 내렸죠. 선생님 급여는 1500만 원 깎이게 되었고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제가 배운 상식과 법률로는 선생님에게 기소유예는커녕 무혐의 처분을 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육 당국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방치만 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관계 당국 의견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처벌하거나 '기소유예' 같은 비상식적 결론을 내리고 있는 거죠.

일부 교원단체(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학술포럼 발표, 2022. 10.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6243명 설문조사 자료) 분석이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아동학대로 인한 기소율은 1.5% 수준인 반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비율은 61.4%나 됩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대부분 무고성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초중등교육법에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이 법령에 명확히 보장하는 방향의 법률개정(동법 제20조의2)이 이루어졌습니다. 최소한 생활지도권을 명시하면 학부모·학생의 부당한 고소·고발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지 않겠냐 생각한 것이겠죠.

하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장 또는 학교 종사자'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하는 바람에, 학부모가 학교에 아동학대 민원을 제기하면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신고하게끔 되어 있는데, 현실적으로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주장한다고 면책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이유로, 강득구·이태규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령과 학칙에 따른 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거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죠. 이른바 형법에서 말하는 '구성요건 해당성'을 없애서 아예 범죄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로 '훈육을 구실로 실질적인 아동학대를 행하는 경우, 아동학대로 벌할 수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범죄 구성요건을 부인하기보다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 2023. 6. 12.처리)에서는 학교장이나 교원이 법령과 학칙을 준수해 이루어진 정당한 학교폭력 사건 처리와 관련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선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신설되었습니다. 어쨌든 두 의원의 법안도 조만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가 형사처벌로 전환되는 과정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학부모와 분쟁사안의 경우는 교육활동분쟁조정위원회(가칭)을 설치해 상호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고, 무고하게 교원을 고소하고, 폭행·협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학부모를 고발해 엄중 처벌해야 합니다.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지, 학부모와 아이의 생떼를 관철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 학부모를 더 이상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이 그러한 행위를 제재하고 교사를 보호할 수 있어야겠죠. 서동용 의원의 안은 이러한 취지의 법안인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안은 아니지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대응 방안도 주목할만 합니다. 문제 학생에 대해서는 '분리교육' 처분을 단행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맞대면하지 않도록, 개별 교사가 그 민원을 응대하지 않게 학교 당국이 나서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연방 교사보호법(Teacher Protection Act)은 '교사가 학생을 훈육하거나 교실을 통제해 질서를 유지하려 할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해에 대해 학교를 대신해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학교당국이 책임져야 할 일을 교사가 떠맡아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학교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서는 퇴학명령을 취하거나 형사고소할 수 있고(매사추세스주), 교사를 폭행한 학생은 즉각 정학과 동시에 30일 내 퇴학 결정 절차를 밟게 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문제학생 역시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고, 그 학생을 선도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그런 교사를 학교와 사회가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문제학생을 지도하지 못해서, 자신의 부당한 주장만 관철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문제학생이나 학부모가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것이 법과 상식에 부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올바르게 자라야 할 학생들부터 병들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pixabay.co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