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바이든 이민 정책 제동 "밀입국자 망명 신청 제한 부당"

미 법무부 항소 방침…텍사스는 리오그란데강 수중 장벽 설치하고 뉴욕은 이민자에 '다른 도시 찾으라' 전단지

불법 입국자의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밀입국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난 탓에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정책이 효력을 잃을 전망이 나오면서 바이든 정부의 근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25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존 타이거 판사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을 대상으로 인권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정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불법 이민자를 심사 없이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42호(Title 42)' 정책이 지난 5월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만료된 뒤 새로 도입된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해당 정책이 사실상 망명 금지 조치라며 비판해 왔다.

해당 정책에 따라 망명을 희망하는 이민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미리 면담 약속을 잡아야 하고, 무단으로 국경을 넘었을 경우 5년 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또 미국에 도착하기 전 거친 제3국에 망명 신청을 하거나 보호를 요청하지 않은 이민자의 망명 신청은 제한된다.

법원은 불법 입국자의 망명 신청을 막는 해당 정책이 박해를 피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면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미국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탄탄한 망명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은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하도록 강요할 순 없다고 봤다.

예상보다 강경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불법 이민 시도는 급감한 상태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지난달 국경순찰대는 남서부 국경에서 9만 9545명을 체포했는데 이는 5월보다 42% 감소한 수치다.

법원이 정부의 항소 준비를 위해 판결 효력을 2주 간 연기해 해당 정책이 2주 뒤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그간 억눌렸던 월경 시도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2호 정책 만료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이 트럼프 정부보다 완화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들은 이민자들로 포화 상태를 이뤘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정책 효과로 "불법 입국이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며 "법무부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불법 입국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바이든 정부의 시름은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남부 텍사스주부터 북동부 뉴욕시까지 미국 전역에서 이민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미 법무부는 텍사스주가 멕시코 국경 지대 리오그란데강에 밀입국 차단을 위해 연방 승인 없이 부표를 띄워 일종의 수중 장벽을 건설한 것이 하천 및 항만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부표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어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이 부상을 입었고 주 당국이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을 다시 강물로 밀어 넣으라고 지시했으며 밀입국 이민자들에 대한 식수 지급도 거부하라고 했다는 폭로까지 나온 상황이다.

최근 뉴욕시는 남부 국경 지역에서 이민자들에게 뉴욕이 아닌 다른 도시로 갈 것을 권유하는 전단지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뉴욕에서 성인 독신 이민자들의 쉼터 체류 기간을 60일로 제한하고 이후 재신청을 요구할 방침이다. 뉴욕은 이 같은 방침의 배경으로 이민자 쉼터 포화 상태를 꼽았다.

텍사스, 플로리다주 등 이민에 강경한 공화당 주지사를 둔 남부 지역에선 지난해부터 이민에 완화적 태도를 취하는 뉴욕 등 민주당 지자체장을 둔 지역으로 이민자를 버스로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주 이글패스 방향으로 리오그란데강을 건넌 이주민들이 주 정부가 최근 밀입국을 막을 목적으로 설치한 수중 장벽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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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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